-
-
4의 재판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평점 :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지훈과 양길은 함께 필리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 중 지훈은 죽음을 맞이하고, 함께 있었던 양길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사건 이후 지훈의 약혼녀 선재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다. 양길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과연 양길은 제대로 된 벌을 받을 수 있을까?
『4의 재판』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첫 장면부터 독자에게 범인을 공개한다는 점이다.
독자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지만, 법은 그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답답함과 억울함이 쌓여간다. 그 과정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설 속 이야기가 더 이상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내세우며 피해자 가족을 조롱하듯 말하는 장면이다. 학창 시절 법 시간에 배웠던 그 원칙이, 이렇게 누군가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닌 가해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법은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이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연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소설 속 판사는 판결을 내리는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주변의 시선과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설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져 더욱 씁쓸했다.
언젠가는 오직 정의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판사가 드라마 속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당연해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게 된다.
평소 ‘그것이 알고 싶다’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주로 가해자와 범인의 시선에서 사건을 따라간다.
반면 『4의 재판』은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 깊이 집중한다. 일반인이 법에 접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막막한지, 그 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밖에 없다.
『4의 재판』은 법 앞에서 억울한 사람은 없어져야 하지만, 동시에 범인을 풀어줄 수밖에 없는 법의 허점도 분명히 드러낸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는다.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
법과 정의, 그리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