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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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기차의 꿈』은 화재로 아내와 딸을 잃은 그레이니어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한 남자의 일생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오히려 그래서 더 깊은 슬픔이 전해진다.

그레이니어의 삶에는 욕심이 없다. 살아야 하기에 살아갈 뿐,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환경에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모습은 무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꿈에 나타난 아내 글래디스가 딸을 찾아 헤매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다. 그 모습은 딸이 어딘가에 살아 있기를 바라는 그레이니어의 마음처럼 느껴져, 읽는 내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에는 그레이니어가 오열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집 앞에 나타난 다친 소녀를 보며, 딸을 투영하듯 이름을 부르고 치료해 주는 모습에서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듯하다.

직접적으로 슬픔을 드러내지 않기에, 오히려 그 장면은 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소중한 이를 잃은 상실이 얼마나 큰지, 말없이도 충분히 전해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레이니어가 극장 홍보글을 보고 되살아난 본능에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그 장면을 통해 그는 어쩌면 한평생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벌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쁨도, 슬픔도 느껴서는 안 된다는 듯 감정을 차단한 채 살아가는 모습은 안타깝고도 고통스럽다. 그렇게 살아내는 삶이 얼마나 괴로울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기차의 꿈』은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심이 얼마나 깊은지, 그 조용한 문장들 사이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조용히 읽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야기, 담담해서 더 슬픈 소설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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