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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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은 어떠한 현상을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올바르게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숫자와 통계에 현혹되지 않고 정보화 시대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를 제시한다.

우리는 흔히 숫자를 보면 자동으로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믿음이 얼마나 쉽게 오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평소 설문조사나 자료를 분석할 때 숫자는 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직관과 객관』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오류를 짚어준다.

평균값과 중간값의 차이를 설명하며, 숫자와 통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개인적 경험과 편향이 개입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숫자와 통계는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진실을 증명하는 수단일 뿐이며, 데이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축구 선수 중 12월생보다 1월생이 많다는 점이었다. 먼저 시작한 경험이 반복되며 작은 피드백으로 돌아오고, 시간이 흐를수록 큰 격차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실험 초기의 아주 미세한 0.001%의 오차도 쌓이다 보면 훗날 100배, 1000배의 결과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저자는 모든 일이 양성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한다.

데이터나 그래프를 볼 때 우리의 뇌는 패턴을 찾으려는 인식이 강하다. 아무 의미 없는 결과에서도 연관성을 만들어내려는 오류를 ‘군집 착각’이라고 부른다.

책에서는 동전 던지기 사례를 통해 이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가끔 자동차 번호판을 보며 나만의 규칙을 찾고 있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또한 패턴을 찾으려는 뇌의 본능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직관과 객관』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직관과 객관을 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알려줄 뿐 아니라 데이터를 마주하는 우리의 사고방식까지 점검하게 만들며 숫자를 믿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만드는 책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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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지하 대피자들
전예진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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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지하 대피자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과 기준에 지친 사람들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은둔을 자처하지만, 그곳에서 외로움이 아닌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게 되는 이야기다.

부모가 원하는 아들로 살아야 했고, 사회에서 맡은 역할에 지쳐 있던 선우는 우연히 만난 주호를 통해 적강산 자연휴양림에 위치한 고라니 매점의 ‘굴 호텔’에 들어가게 된다.

굴 호텔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 그리고 자신이 지낼 굴은 스스로 팔 것. 누구도 타인의 삶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지만, 라운지에서는 서로 얼굴을 트고 안면을 틀 수 있다.

알코올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들어온 영수, 코인이 오르기 전에 팔아버릴까 봐 불안해 숨어든 재경,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혜원까지. 각자의 이유는 다르지만, 사회에 지쳐 이곳에 모였다는 점에서는 모두 닮아 있다. 오히려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고 싶어 들어온 공간이지만, 이들은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 서로에게 인정받는 순간의 기쁨을 느끼고,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어쩌면 더 잘하고 싶었지만 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아 도피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소설을 읽으며 나 역시 한 번쯤은 그런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실패했다는 감정보다는, 그저 쉬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웠다. 주인공 선우 또한 성공을 원하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자고, 숨을 고르고 싶었을 뿐이다.

선우의 일을 도와주던 수산나가 고라니 매점에 들이닥쳐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수산나가 말하는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한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부모의 연락을 기다리는 선우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묻게 된다.

『매점 지하 대피자들』은 사회적 성공의 기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내가 정한 행복이 진정한 성공이 될 수 있는 사회라면 어떨까. 서로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은둔자나 도피자가 필요 없는,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 작품은 그 질문을 조용하지만 오래 남도록 독자에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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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
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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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은 마일스 프랭클린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작품으로, 1900년대 호주 농업사회 속 여성의 현실과 한 인간의 치열한 자아 탐색을 동시에 보여준다.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사회가 규정한 삶에 질문을 던지는 강인한 목소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시빌라는 감성적이면서도 활달하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매력에 끌리지만, 정작 시빌라는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못생기고 성격이 나쁘다”라는 엄마의 말을 들어온 탓에 타인의 친절조차 비꼼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사람은 반복해서 들어온 말로 스스로를 정의하게 된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무심코 건넨 말이 누군가의 자존감을 만들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시빌라의 내면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당시 사회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자는 좋은 결혼만 하면 성공한 삶이라는 통념 속에서 시빌라는 그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구애를 당당히 거절하고, 사랑 앞에서도 자신의 욕망과 조건을 숨기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인물로 비칠 만큼 파격적인 태도다.

그녀의 저항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 권리를 지키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 지점에서 차별은 왜 시작되었고, 왜 지금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캐더갓에서의 시간은 시빌라가 가장 자유롭게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장난기 어린 모습과 솔직한 감정 표현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며 미소 짓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머니의 결정으로 그곳을 떠나야 하는 장면에서는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 가족과 여성의 삶을 제한하는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결국 시빌라는 그 벽 앞에 서 있는 셈이다.

이 소설이 말하는 빛나는 삶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다.
타인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따라 살아가려는 태도, 바로 그 용기일 것이다.

『나의 빛나는 삶』은 성별을 넘어 모든 삶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나 매력적인 존재이며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사회가 정해 놓은 길 대신 자신의 삶을 선택하려 했던 한 여성의 용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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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화염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2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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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화염』은 존 스칼지의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책 『무너지는 제국』이 플로우의 붕괴 조짐을 인식하는 단계였다면, 이 책은 다가오는 붕괴 속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여정을 본격적으로 그려낸다.

플로우 붕괴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마르스는 오래전 상호의존성단에서 사라진 별, ‘달라시슬라’로 향한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 여겨졌던 그곳에서 생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적응을 잘하는 존재인지, 그리고 협력한다면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인간 사회가 위기 속에서 쉽게 무너지는 이유를 집단지성의 상실로 설명하는데, 이 부분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뉴스 속 각종 사고들을 떠올려 보면, 질서와 배려가 지켜질 때 모두가 생존할 수 있지만 단 한 사람의 이기심이 규칙을 무너뜨리는 순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타오르는 화염』은 이런 현실을 SF라는 틀 안에서 날카롭게 비춰준다.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물들이 있는 반면, 황제 그레이랜드 2세는 최소한의 생명을 잃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선택은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로이놀드의 지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르스의 태도 역시 인상 깊었다.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확신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유연함과 경청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개인의 욕심이 아닌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선택을, 과연 나 역시 위기 속에서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타오르는 화염』은 플로우라는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위기를 마주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완벽한 영웅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독자는 그들의 선택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한 달라시슬라 인의 모습은 인간 외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일지 상상하게 만들며, SF 특유의 상상력 또한 충분히 자극한다.

마르스는 상호의존성단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세 번째 책 『마지막 황제』를 기대하게 된다.

#무너지는제국 · #타오르는화염 · #마지막황제 #우주클럽_SF서평단
#존스칼지 #구픽 #우주서평단 #상호의존성단시리즈

@woojoos_story 모집 @gufic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_SF 방에서 함께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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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 환자
계영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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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민 소설인 줄 알았다

『실어증 환자』는 처음엔 미국으로 이민 간 두 집안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각의 사건들은 따로 흘러가지 않고, 촘촘하게 연결된 하나의 서사로 드러난다.

한국에서 직업 군인이었다가 이민을 선택한 강용환의 가족. 강용환과 그의 아내 서진애는 아이들 재영, 재식, 재아가 부모가 정한 계획과 미래에 맞춰 자라길 바란다.

반면, 한국에서 일하다 장애를 얻은 뒤 이민을 가게 된 강병호는 다르다. 그는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묵묵히 뒤에서 응원하는 부모다. 같은 이민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두 집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고, 아이들의 미래 역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두 집안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식을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강용환의 아들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죽음을 맞고, 강병호의 아들은 신의 부름을 받아 가정을 떠나 신부 수업을 받게 된다. 결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부모의 강요 속에서 살아온 강용환의 아이들은 결국 부모 곁을 떠나지만, 강병호의 딸은 오히려 부모를 이해하고 곁으로 다가온다.

이 장면들을 통해 소설은 분명하게 말한다.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며, 부모의 꿈이 아이의 미래가 되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 강용환의 가족은 진희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진희에게 숨겨져 있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소설의 인상적인 점은, 진실이 폭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감정의 고조 없이 잔잔하게 스며드는 섬뜩함,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 속에는 실제로 실어증을 앓고 있는 강병호가 등장한다. 하지만 『실어증 환자』가 말하는 실어증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말해야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내고 싶은 올바른 목소리를 억눌러야 하는 사회. 이 소설에서의 실어증은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진다.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목소리가 외면당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실어증 환자』는 이민 소설이자 가족 소설이며, 동시에 사회를 향한 질문이다. 조용히 읽히지만, 읽고 난 뒤 오래 남는 이야기. 부모와 아이, 침묵과 목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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