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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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는 일반적인 미술 교양서와는 결이 다르다. 그림의 역사나 이론을 설명하기보다 날씨와 감정, 그리고 일상에 기대어 그림을 풀어내는 감성 미술 에세이다. 그래서 미술을 잘 몰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그림에는 정답이 없다”는 메시지였다. 저자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일요일의 이른 아침」을 예로 들며, 처음 보았을 때와 30대에 다시 보았을 때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같은 그림이지만 보는 사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 “이 그림은 이런 의미다”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내 감정대로 그림을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더 편안하고, 더 자유롭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날씨’와 그림을 연결한다는 점이다. 바람 부는 날, 흐린 날, 햇살 좋은 날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그림과 함께 풀어낸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기분처럼, 그림도 그날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스며든다.

저자의 일상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는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미술관을 함께 걷는 느낌이 든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는 전시 관람이 아니라, 친구와 나란히 서서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관람에 가깝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그림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저자의 삶을 함께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듯, 우리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림 속 풍경과 우리의 일상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미술 에세이 추천 도서가 아니라,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감성 에세이에 가깝다.

미술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그림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사람, 감성적인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 미술관 가는 느낌을 책으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람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는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따뜻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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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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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저자가 파리에서 영국까지 4박 5일 동안 함께한 기록을 담은 음악 에세이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 여정 속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동행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책은 백건우가 평생 사랑해 온 베토벤을 따라가며 그의 사유와 예술 세계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베토벤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특히 청력을 잃은 이후의 시간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기에 더욱 강렬하고 혁신적인 작품들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음악이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피아노의 진동을 통해 음을 느끼고 작곡을 이어간 집념. 그 앞에서 내가 그동안 해왔던 수많은 ‘핑계’들이 부끄러워졌다. 베토벤의 삶은 단순한 위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의 태도는 작은 불꽃처럼 마음을 흔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음악을 ‘잘’ 들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클래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잘 모르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백건우는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는 청중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또한 연주에 있어서도 “잘 쳤느냐”보다 “얼마나 진실하게 쳤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의 말은 음악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결과가 아니라 진실함. 이것이 백건우가 말하는 음악의 본질이었다.

이 여정에는 베토벤뿐 아니라 빈센트 반 고흐, 제인 오스틴, 프란시스코 고야, 폴 고갱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도 함께 언급된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베토벤의 고독과 예술 세계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2027년 3월 26일은 베토벤 서거 200주년이다. 이 책은 학문적 분석서가 아니다. 대신 한 피아니스트가 사랑한 베토벤을 사유의 방식으로 만나는 기록이다.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는 클래식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음악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베토벤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백건우의 음악 철학을 통해 클래식을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책. 음악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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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 신들의 화폐
안형기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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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는 정치 권력과 경제 자본이 손을 잡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린 정치소설이다.

미국 대통령 프롬펠과 미국 주식 시장을 장악한 칼로스는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결국 탐욕이라는 동일한 본질을 공유한다. 한 사람의 발언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장면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처럼 생생하다.

강대국의 결정 하나에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은 우리가 실제로 목격해 온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정치소설이 아니라 현실 반영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은 “돈이 곧 권력”이 되는 사회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정치가 경제를 이용하고, 경제가 정치를 움직이는 구조 속에서 개인은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가. 작품은 자본의 흐름과 권력의 움직임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주식시장, 경제전쟁, 권력 다툼이라는 요소들이 긴장감을 더한다.

소설 속 또 다른 데칼코마니는 전동혁과 안혜경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운동권 활동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동혁. 그리고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신념을 가진 혜경.

그들의 닮은 점은 탐욕이 아닌 ‘신념’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나라를 일으킬 시나리오를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은 치밀하고 긴박하게 전개된다. 정치 스릴러다운 속도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정치와 경제라는 무거운 소재 속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은 작품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향한 믿음은 더욱 깊어진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탐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메시지가 은근하게 전해진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는 권력과 자본이 충돌하는 세계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사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치소설과 경제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끝까지 몰입하게 될 작품이다. 특히 주식시장과 권력 구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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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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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는 11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거창한 사건 대신,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친구, 동료, 가족, 타인과의 거리 속에서 생겨나는 작은 균열과 위로가 조용히 마음을 건드린다.

<세번째 고약한 짓> – 동의를 구걸했던 순간들

이와사키와 친구 마나미의 관계는 낯설지 않다.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를 애써 맞장구치며 들어준 경험, 괜히 공감하는 척했다가 돌아와 허탈해진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말은 흘려듣는 사람에게 왜 우리는 인정받고 싶어 했을까. 이 작품은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생일날> – 나를 위한 하루

52번째 생일을 맞은 사에코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하루를 보낸다. 거창한 이벤트도, 화려한 선물도 없다. 그저 나의 기분을 살피는 시간. 생일이라는 날이 타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나를 위한 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오래 남는다.

<레스피로> – 같은 자리에서 버티는 힘

지쳐 있던 사쓰키와 아케미의 이야기를 읽으며 직장에서 만났던 좋은 동료들이 떠올랐다. 마음을 터놓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일을 하며 생긴 동질감은 분명 위로가 되었다. 함께 버티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거짓말 컨시어지> – 거짓말의 무게

미노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거짓말’을 대신 고민해주는 인물이다. 관계를 지키기 위한 작은 거짓말과, 마음을 무너뜨리는 나쁜 거짓말 사이에서 우리는 늘 줄타기를 한다. 이 작품은 거짓말이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와 깊이를 결정짓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속 거짓말 컨시어지> – 타인에게 털어놓는 마음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오히려 모르는 타인에게 털어놓는 순간이 있다. 낯선 거리감이 오히려 솔직함을 허락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그 아이러니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지나가는 장소에 앉아서> – 기다려주는 위로

구라타의 회사와 집에서의 일상을 통해, 도움을 주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주는 것만이 위로는 아니다. 때로는 곁에서 기다려주는 일 역시 충분한 마음이 된다.

<우리 회사의 심령사진> – 남겨진 자리

죽은 뒤에도 회사 사진 속에 남아 있는 고마이 씨의 존재는 비현실적이지만 유쾌하다. 한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흔적이 남는다. 함께 일했던 시간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식사의 맥락> – 간절한 한 끼

특정 음식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다. 꼭 그 메뉴여야만 하는 고집스러운 마음. 사소해 보이지만, 그 욕구에는 하루의 감정과 맥락이 담겨 있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게 된다.

<추가 나눔의 전말> – 물건의 가치

외할아버지가 남긴 초록색 펜 168자루를 처분하는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짐이 되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된다. 물건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술집에 이천 번이나 가고 난 뒤에> – 직장인의 시간

회식 장소를 찾는 이야기 속에서 퇴직한 마루오카 씨의 모습은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직장생활의 많은 시간이 술자리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웃기면서도 서글프다.

<방과 후 시간의 그녀> – 용기 내는 아이

4학년 사나에의 학교 적응기는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용기를 내는 아이의 모습이 따뜻하다. 작지만 분명한 성장의 순간이다.

『거짓말 컨시어지』는 거창한 사건 없이도 충분히 깊은 울림을 주는 단편집이다. 친구 관계, 직장 동료, 가족, 낯선 타인과의 거리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지치고, 또 위로받는지 돌아보게 한다.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지도, 그렇다고 쉽게 기대지도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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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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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소영이 1년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하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1년 동안 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온 엄마는 헌신적인 보호자로 보인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뒤, 엄마의 행동은 어딘가 섬뜩하게 달라진다.

병원에서 옆 침대 아이에게 들었던 “언니네 엄마가 무섭대”라는 한마디는 소영의 마음속에 작은 균열을 남긴다. 그 균열은 점점 커지며, 독자 역시 엄마의 행동을 의심하게 된다.

『누에나방』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희생’이라는 말이 얼마나 강력한 족쇄가 될 수 있는가였다. 모성애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헌신이 때로는 상대를 옭아매는 통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소영은 엄마의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나를 위해 희생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죄책감이 되어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현실 속에서 악덕 고용주나 왜곡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와도 닮아 있다. 소설을 통해 그들의 선택이 단순한 나약함이 아님을 이해하게 된다.

이 작품은 화려한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 변화에 집중한다. 소영의 불안, 의심, 두려움이 세밀하게 묘사되며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손에 땀이 맺힌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와 서늘한 분위기는 『누에나방』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에나방』은 단순한 심리 스릴러를 넘어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가족 소설이기도 하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집착, 사랑과 통제의 경계, 그리고 스스로 고치를 찢고 나와야 하는 용기.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와 나방이 되듯, 소영의 선택은 성장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은 현실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누에나방』은 모성애와 집착, 희생과 통제의 경계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다. 현실감 있는 묘사와 섬세한 심리 표현 덕분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 긴장감 있는 한국 심리 스릴러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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