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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평점 :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저자가 파리에서 영국까지 4박 5일 동안 함께한 기록을 담은 음악 에세이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 여정 속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동행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책은 백건우가 평생 사랑해 온 베토벤을 따라가며 그의 사유와 예술 세계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베토벤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특히 청력을 잃은 이후의 시간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기에 더욱 강렬하고 혁신적인 작품들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음악이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피아노의 진동을 통해 음을 느끼고 작곡을 이어간 집념. 그 앞에서 내가 그동안 해왔던 수많은 ‘핑계’들이 부끄러워졌다. 베토벤의 삶은 단순한 위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의 태도는 작은 불꽃처럼 마음을 흔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음악을 ‘잘’ 들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클래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잘 모르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백건우는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는 청중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또한 연주에 있어서도 “잘 쳤느냐”보다 “얼마나 진실하게 쳤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의 말은 음악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결과가 아니라 진실함. 이것이 백건우가 말하는 음악의 본질이었다.
이 여정에는 베토벤뿐 아니라 빈센트 반 고흐, 제인 오스틴, 프란시스코 고야, 폴 고갱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도 함께 언급된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베토벤의 고독과 예술 세계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2027년 3월 26일은 베토벤 서거 200주년이다. 이 책은 학문적 분석서가 아니다. 대신 한 피아니스트가 사랑한 베토벤을 사유의 방식으로 만나는 기록이다.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는 클래식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음악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베토벤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백건우의 음악 철학을 통해 클래식을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책. 음악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