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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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영> - 최은미
1980년대 사북항쟁을 모티브로 한 ‘회운령 사건’에 대해 김춘영을 인터뷰한 이야기이다. 소설 속 김춘영은 피해자도 증언자도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남아있는 인물이다. 말할 듯 말하지 않는 김춘영의 모습에서, 때로는 말해지지 않은 진실이 어쩌면 말해진 진실보다 더 무겁게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춘영』은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는 묵직한 울림이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는다.

<거푸집의 형태> - 강화길
평소에 잘 통하고 죽이 잘 맞던 이모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균열에 관한 이야기다.
잘 지내던 가족 사이가 '팔백사십사만 원'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관계도 깨지게 된다. 주인공은 돈 때문에 변해간 이모에게 섭섭함을 느끼지만, 거푸집처럼 이모와 닮은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섭섭함을 미묘한 행동 변화로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가족 간의 사랑과 돌봄이 언제나 영광스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돌봄이 은혜이기도 하지만 조건이 되기도 하고, 혈연이 보호이기도 하지만 구속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페이스 섹스올로지> - 김인숙
국숫집을 운영했던 유자가 사기를 당해 딸의 오피스텔로 들어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전시회 큐레이터인 딸이 기획한 <스페이스 섹스올로지>의 제목을 보고 유자는 망측함을 느끼고, 그 감정은 본인의 삶까지 이어지게 된다.
유자는 항상 ‘내딸은율이’라며 소중하고 귀하게 부르지만, 정작 딸에게 유자 자신이 가장 큰 짐이라는 모순된 상황이 유자의 처지를 더욱 극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빈티지 엽서> - 김혜진
헬스장에 간 주인공은 한 남자에게서 운동 조언을 받게 되고,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남자가 스위스 여행에서 가져온 빈티지 엽서를 함께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결국 그들의 만남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작별의 선물로 빈티지 엽서를 받게 된다. 우연히 엽서를 발견한 남편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자, 주인공이 읊조린 말이 이 소설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관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용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느끼게 된다.

<눈먼 탐정> - 배수아
‘눈먼 탐정’이라 불리는 사람이 태어나기 전 일어난 살인사건에 집착한다. 증거와 범인을 쫓으며 별명이 눈먼 탐정을 내세운 건 ‘보지 못함’이 결코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 깊이 보고 있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이 소설을 본 후엔 나는 내가 본다고 믿는 것들 또는 내가 아는 것들 속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았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돌아오는 밤> - 최진영
사장님 은사님의 장례식을 마치고 영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은빛은 계엄을 맞이한다. 계엄속보로 인해 허둥지둥하는 사이 역을 지나치다 결국 막차를 놓치게 된다. 거리를 헤매다 불량배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은빛에게 지갑과 태블릿을 ‘버리라고’하며 본인들은 ‘주웠다’라고 표현하면 은빛의 모든 것을 훔쳐 달아난다. 물리적 가해만이 폭력이 아님을,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것조차 폭력임을 느낀다. 이처럼 어떤 사람들에게 지금 나도 모르게 소리 없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없는, 하루> - 황정은
사회적 문제에 예민한 촉각을 세우는 동생과 하루를 나와의 직접적 문제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언니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날씨 때문에 회사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동생과 일출 보러 가는 길에 난 교통사고를 통해 나와는 관계없게 느껴졌던 일들이 어느 순간 내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문제없는, 하루』는 ‘문제없음’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버티고, 참고, 견디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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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먹는 존재들 -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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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식물의 아름다움이나 효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식물의 놀라운 감각, 소통, 학습능력에 대한 연구성과를 집대성 한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의 연구 현장을 누비며 식물이 얼마나 정교하게 환경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라고만 여겼지만, 실제로는 끈적하고 달짝지근한 당분으로 적을 퇴치하거나, 꽃꿀을 훔쳐 가는 개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미끄러운 물질을 분비하는 등 뛰어난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식물의 뿌리골무에 대한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뿌리골무는 단순히 생장점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뿌리골무를 잘라내면 뿌리가 눈이 먼 것처럼 잘리던 순간의 방향으로만 자라고, 뿌리골무는 정확히 똑같이 다시 자라는 현상은 놀라웠다. 다윈이 뿌리골무를 ‘뿌리-뇌’라고 불렀지만, 당시 이 가설이 동의를 얻지 못해 지금까지도 참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한다는 부분은 안타까웠다.

우리 몸이 전기적 신호에 의해 자극이 전달되듯 식물 역시 자극을 받으면 신호가 파동의 형태로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 결과를 보면, 모니터 속 빛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밝히고 네온사인처럼 이글거린다”는 표현처럼 그 광경이 얼마나 찬란했을지 실제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식물은 느리고 수동적인 존재로만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식물이 보고 느끼며, 같은 종을 가족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며, 식물의 ‘기억’에 대한 연구성과들을 보면서 더 이상 식물은 기존에 알던 생물로만 볼 수 없게 됐다. 무심히 지나쳤던 길가의 풀이나 곁이 있는 작은 화분이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경이로운 지능의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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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정세권 - 집을 지어 나라를 지킨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
김경민 지음 / 와이즈맵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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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정세권』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것이 큰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이 책은 한 건축가의 삶을 넘어, 건축을 통해 나라를 지키고자 한 진심을 담고 있다.

정세권은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토지가 빼앗기고 생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인구가 급증하자 조선인들은 제대로 된 거처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이에 정세권은 큰 대지의 한옥을 철거하고 작은 단위의 한옥 여러 채로 나누어 대량 공급했다. 북촌 지역에 한옥 집단지구를 형성함으로써, 일제강점기 경성 내에서 유일한 조선인 거주 공간인 북촌을 지켜냈다. “조선의 집이어야 조선 사람이 살기 편하다”라는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세권은 건축사업으로 번 돈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특히 한 선생님으로부터 “말이 통일되어야 민족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조선어학회 활동에 힘쓴 점이 인상 깊었다. 사전을 편찬하던 그는 일제의 감시를 받다 증인으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재산의 대부분을 빼앗기게 된다.

해방 후 완성된 『큰사전』의 축하글에서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오늘까지 생존하여 사전 완성을 본 선생님들은 지난 고생을 이야기하며 기뻐합니다만, 옥중 고초로 세상을 떠난 선생님들은 저승에서 사전 완성을 기뻐하실지, 아니면 그들이 밟아온 고생을 기억해 서러워하실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200쪽)

이 문장에서 사전 편찬의 고됨과 우리말을 지키려는 이들의 희생이 깊이 전해졌다. 그때 우리말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고, 우리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저 옛 정취가 묻어나는 관광지로만 알고 있던 북촌 한옥마을의 진짜 의미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곳은 단순한 전통 공간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켜낸 역사적 현장이었다.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이자 민족운동가, 기농 정세권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마음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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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어 - 극현실주의 부자 수업
김종봉.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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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범함’도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3F 법칙을 따라야 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3F 법칙은 FIND - FORGE - FREE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순서’이다.

1단계: FIND - 찾고 배우는 단계
내 안에서 나의 장점, 내가 관심 갖는 분야, 그리고 가장 약한 부분을 질문하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단계이다.

2단계: FORGE - 쌓고 반복하며 구축하는 단계
1단계에서 발견한 해답을 바탕으로 인내하며 버티고, 행동으로 옮겨 자산화하는 단계이다.

3단계: FREE - 확보하고 확장하는 단계
자신의 시간에서 자유로워지는 단계이다.

이처럼 책은 세 단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각 단계에서 실제로 행동해야 할 방법들을 안내한다. 단순히 추상적인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행법을 알려주는 점이 좋았다. 종이를 펼쳐 책에서 유도하는 대로 메모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부자’ 혹은 ‘성공한 사람’은 폭넓은 시야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평범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어』는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뜨린다. 평범함이 오히려 무기가 되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그 답이 결국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써 내려가며 시각화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미 특별한 답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부의 씨앗을 찾는 여정을 보여준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부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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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안아주는 남자 - 르누아르에서 클림트까지, 명화로 읽는 위로의 미술
최예림 지음 / 더블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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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도슨트가 들려주는 아홉 명의 화가 이야기.
책을 펼치자마자 다정한 설명 속에서 화가들의 온전한 삶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빛을 쫓던 클로드 모네는 〈루앙 대성당〉을 그릴 때 여러 캔버스를 동시에 두고 시간대마다 빛의 변화를 담아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뜨거운 열정이 인상 깊었다.
특히 모네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라 그르누에르〉를 비교해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같은 장소를 그렸지만, 화가의 관점과 표현 방식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같은 풍경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는 사실은, 우리 일상의 시각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폴 세잔의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다. 사진기가 발명되어 정물화의 인기가 사라지던 시대, 그는 ‘대상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구조적으로 볼 것인가’에 집중했다. 그의 태도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계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감정이란 무엇일까?’ 결국 인간이 집중해야 할 것은 ‘느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몰입해서 읽었던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 고흐의 이야기였다. 짧은 생애를 불태운 그의 삶은 여전히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꽃병 아래 숨겨진 또 다른 그림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그 안에 담긴 고흐의 고독과 진심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술관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림 앞에 서 있으면 불안이나 걱정 같은 감정이 사라지고, 오로지 그림만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림 속에는 화가의 열정과 이상,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앞으로는 그림을 감상할 때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화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기대해 본다. 그 순간, 그림은 더욱 풍성하고 따뜻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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