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건축왕 정세권』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것이 큰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이 책은 한 건축가의 삶을 넘어, 건축을 통해 나라를 지키고자 한 진심을 담고 있다.정세권은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토지가 빼앗기고 생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인구가 급증하자 조선인들은 제대로 된 거처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이에 정세권은 큰 대지의 한옥을 철거하고 작은 단위의 한옥 여러 채로 나누어 대량 공급했다. 북촌 지역에 한옥 집단지구를 형성함으로써, 일제강점기 경성 내에서 유일한 조선인 거주 공간인 북촌을 지켜냈다. “조선의 집이어야 조선 사람이 살기 편하다”라는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정세권은 건축사업으로 번 돈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특히 한 선생님으로부터 “말이 통일되어야 민족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조선어학회 활동에 힘쓴 점이 인상 깊었다. 사전을 편찬하던 그는 일제의 감시를 받다 증인으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재산의 대부분을 빼앗기게 된다.해방 후 완성된 『큰사전』의 축하글에서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오늘까지 생존하여 사전 완성을 본 선생님들은 지난 고생을 이야기하며 기뻐합니다만, 옥중 고초로 세상을 떠난 선생님들은 저승에서 사전 완성을 기뻐하실지, 아니면 그들이 밟아온 고생을 기억해 서러워하실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200쪽)이 문장에서 사전 편찬의 고됨과 우리말을 지키려는 이들의 희생이 깊이 전해졌다. 그때 우리말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고, 우리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그저 옛 정취가 묻어나는 관광지로만 알고 있던 북촌 한옥마을의 진짜 의미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곳은 단순한 전통 공간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켜낸 역사적 현장이었다.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이자 민족운동가, 기농 정세권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마음 깊이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