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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먹는 존재들 -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10월
평점 :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식물의 아름다움이나 효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식물의 놀라운 감각, 소통, 학습능력에 대한 연구성과를 집대성 한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의 연구 현장을 누비며 식물이 얼마나 정교하게 환경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라고만 여겼지만, 실제로는 끈적하고 달짝지근한 당분으로 적을 퇴치하거나, 꽃꿀을 훔쳐 가는 개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미끄러운 물질을 분비하는 등 뛰어난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식물의 뿌리골무에 대한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뿌리골무는 단순히 생장점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뿌리골무를 잘라내면 뿌리가 눈이 먼 것처럼 잘리던 순간의 방향으로만 자라고, 뿌리골무는 정확히 똑같이 다시 자라는 현상은 놀라웠다. 다윈이 뿌리골무를 ‘뿌리-뇌’라고 불렀지만, 당시 이 가설이 동의를 얻지 못해 지금까지도 참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한다는 부분은 안타까웠다.
우리 몸이 전기적 신호에 의해 자극이 전달되듯 식물 역시 자극을 받으면 신호가 파동의 형태로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 결과를 보면, 모니터 속 빛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밝히고 네온사인처럼 이글거린다”는 표현처럼 그 광경이 얼마나 찬란했을지 실제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식물은 느리고 수동적인 존재로만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식물이 보고 느끼며, 같은 종을 가족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며, 식물의 ‘기억’에 대한 연구성과들을 보면서 더 이상 식물은 기존에 알던 생물로만 볼 수 없게 됐다. 무심히 지나쳤던 길가의 풀이나 곁이 있는 작은 화분이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경이로운 지능의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