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방정식 1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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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남긴 상처와 사랑, 그리고 운명을 다시 선택하려는 한 여성의 여정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 화상을 입은 이안과 결혼한 매들린은 어느 날 그에게서 도망치려다 붙잡혀 계단에서 추락해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눈을 뜬 순간, 그녀는 다시 17살의 시점으로 돌아와 과거를 바꾸기 위한 두 번째 삶을 살게 된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이안과 임시병원에서 일하는 매들린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 작품의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노골적인 고백은 없지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전쟁 속 고백하지 못한 내면의 떨림이 잔잔하게 스며들며 마음을 애틋하게 건드린다.

작품은 전쟁의 참혹함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우를 잃는 절망,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 ‘전쟁은 살인이다’라는 냉혹한 현실이 압도적인 현장감으로 그려진다. 전쟁 후 살아남은 이들이 가족과 재회하지만 서로의 변한 모습을 낯설어하는 장면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안과 매들린의 관계는 물론 매들린과 이안의 동생 이사벨이 얽히며 벌어지는 사건들은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높이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여러 갈등과 오해, 선택을 지나 결국 두 사람은 이별을 맞고, 매들린은 미국으로 떠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1년 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질까?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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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 5가지 원소로 보는 생명의 역사와 인류의 미래
스티븐 포더 지음, 김은영 옮김 / 원더박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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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은 생명의 탄생부터 현재의 환경 위기까지, 모든 변화의 중심에 C, H, O, N, P — 다섯 가지 원소가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원소들이 어떻게 지구의 역사를 만들었는지 설명하며, 생명의 세 번의 대전환을 남세균 → 육상식물 → 인간이라는 ‘월드 체인저’의 흐름으로 보여준다. 이 구조만으로도 책이 굉장히 흥미롭게 읽힌다.

🌍 CO₂(이산화탄소) : 지구를 얼리고 다시 뜨겁게 만든 원소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빙하기를 불러왔다는 사실이었다. CO₂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초기 지구에서는 광합성이 활발해지며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어 지구가 급격히 식고 빙하기가 찾아왔다. 과거에는 지구를 얼렸던 CO₂가 지금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과도하게 늘어나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강렬한 대비로 다가왔다.

🌬️ N(질소) : 식량을 살린 영웅이자 환경 위기의 또 다른 얼굴

질소는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량으로 인공 생산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 남아도는 질소가 질산염으로 변하며 스모그 발생, 수질 오염, 해로운 녹조 확산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원소였다.

🪨 P(인) : 생명에 필수지만 쉽게 잃어버리는 원소

인(P)은 대체 불가능한 핵심 원소지만 그 양이 매우 적다. 특히 깜짝 놀란 부분은, 인이 흙 속으로 내려가 산화철에 결합되면 거의 회수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식물들은 인을 확보하기 위해 뿌리 구조나 균류와의 공생 같은 놀라운 방식으로 진화했다. 식물의 치열한 생존 전략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 H₂O(물) : 생명의 매개체이자 인류의 가장 시급한 과제

물은 생명체의 모든 화학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매개체이고, 식량 생산과도 가장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지구는 물 부족 시대로 향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마실 물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는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 다섯 가지 원소가 말하는 미래

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다섯 원소는 서로 얽혀 생명과 환경을 만들어 왔고, 월드 체인저인 인간은 그 균형을 깨뜨리기도 하지만 되돌릴 힘 또한 가지고 있다. 저자는 거대한 해결책보다, 집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제안한다. 큰 변화는 결국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섯 원소를 따라가다 보면, 지구와 생명을 바라보는 시야가 완전히 새로워진다.
인간이 만든 문제이기에, 인간이 다시 고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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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만 년을 사랑하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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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립탐정 도갓타 란페이에게 우메다 가문의 3대 도요히로가 찾아온다. 그의 고민은 단 하나 성공한 가문의 1대 우메다 소고가 밤마다 ‘만 년을 사랑하다’라는 이름의 보석을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침이 되면 소고가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도요히로는 도갓타에게 보석을 찾아달라고 의뢰하며, 곧 열릴 88세 미수 축하 파티에 함께해 달라고 부탁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파티에 초대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이다. 바로 45년 전 ‘다마 뉴타운 주부 실종 사건’의 담당형사였던 사카마키.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이 다름 아닌 우메다 소고였고, 사건 이후 두 사람은 형사와 용의자가 아닌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렇게 도갓타, 사카마키, 우메다 소고의 가족들이 노라시마섬이라는 이름의 프라이빗 섬에 모이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파티가 열린다.

그러나 다음 날, 수수께끼 같은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우메다 소고가 사라진다.
과연 그는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일까?

책을 펼칠 땐 전형적인 추리물이라고 생각했다. 고립된 섬, 사라진 인물, 수상한 관계, 남겨진 유서.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소설이 추리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메다 소고의 흔적을 쫓는 과정은 박진감 넘치고, 읽는 동안 심장이 쫄깃해질 만큼 몰입된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우메다 소고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죄란 무엇일까, 사랑은 무엇일까?”

작품은 사건의 진실보다 한 인간의 삶, 기억, 죄와 후회의 무게를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는 미스터리를 풀었다는 만족감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울림이 더 크게 남는다.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에 담긴 사랑과 죄, 그리고 기억의 그림자까지 보여주는 깊은 드라마다.

눈물지으며 마지막 장을 덮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건보다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오래 마음에 남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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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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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동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아내는 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시리즈. 그중 『듣다』는 우리가 매일 무심코 하고 있는 ‘듣기’라는 행동을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 단편집이다. 듣는다는 것이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사송> — 김엄지 | 말이 사라진 사이, 사랑도 사라졌다

7년을 함께한 연인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관계.
대화도, 감정도 메말라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주인공의 건조한 어조와 맞물리며 더 큰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가만히 있는다고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사랑은 듣는 일에서 시작한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침묵이 때로는 말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까지.

<하루치의 말> — 김혜진 |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

엄마의 이불가게를 이어받은 애실과, 그 가게에 자주 오던 손님 현서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겉으로는 친근했지만, 결국 애실의 말을 들어준 사람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씁쓸함이 남는다.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그 부재가 얼마나 큰 공허함을 만드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의 살던 고향은> — 백온유 | 소문보다 중요한 건 ‘내면의 목소리’

영지는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작은 마을은 서로의 일에 깊숙이 개입되는 공간이었고, 영지는 그런 분위기를 피해 떠났었다. 하지만 사고의 진실을 마주하면서 깨닫는다. 결국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는 걸.
외부의 소문에 흔들리기보다 스스로의 진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다.

<폭음이 들려오면> — 서이제 | 가까울수록 더 들리지 않는 마음

집을 뛰쳐나온 조카를 맡게 된 외삼촌의 이야기.
조카는 해외 유학 후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엄마와 충돌을 반복한다. 함께 지내기 시작하며, 외삼촌은 조카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부정하기보다 먼저 들어주기.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기본적인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전래되지 않은 동화> — 최제훈 | 단어의 정확함보다 진심의 방향

어느 날 갑자기 ‘본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주인공.
특정 단어를 말하면 저주에 걸린다는 동화적 설정을 통해 우리가 말을 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결국 핵심은 단어가 아니라 진심이 닿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보다 마음이, 언어보다 행동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인물과 상황을 보여주지만,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듣기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고, 관계를 이어가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말하지 못한 마음, 이해되지 못한 감정, 전해지지 않은 고백들 등 이 모든 실패는 결국 ‘듣기의 실패’에서 시작된다. 읽다 보면 ‘나는 얼마나 진심으로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었을까?’ 그리고 ‘내 옆의 사람들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된다.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단편집이다.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듣기’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관계에 대해, 마음에 대해, 소통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날 읽으면 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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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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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31명의 예술가들이 사회, 사물,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시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이 어떻게 작품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시선을 이해하면 작품을 훨씬 깊고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자연을 보다> 편의 데이비드 호크니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연의 색을 완전히 뒤집는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갈색, 잎은 초록색처럼 ‘정해진 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호크니는 이런 선입견을 깨며 「봄의 도래, 이스트 요크셔 월드게이트」에서 보라색, 주황색 등 전혀 다른 색으로 나무와 가지를 표현한다. 눈에 보이는 색보다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과 생동감을 다양한 색감으로 드러낸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구름을 보다> 편의 존 컨스터블은 먹구름조차 우울함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관능으로 표현한다. 그의 「구름 관찰」을 보면, 지루하기 쉬운 풍경화가 색채와 생동감을 얻으며 자연의 고유한 매력을 되살린다. 그가 말하듯, 자연은 결코 지루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해진다.

<모호함을 마주보다> 편의 카라 워커는 실루엣을 통해 강렬한 시선을 드러낸다. 「사라지다 : 흑인 소녀의 검은 허벅지와 심장 사이에서 일어난 남북 전쟁의 역사적 로맨스」는 불확실한 음영 속에서 관람객의 상상력이 개입되며, 오히려 불확실함이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모호함이 곧 강력한 확실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의 눈으로 보기> 편의 엘 아나추이는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병뚜껑으로 지구를 표현한「지구의 피부」를 선보인다. 한때 쓰레기였던 병뚜껑이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변신하는 순간, 사물을 보이는 대로만 판단했던 나의 시선이 흔들렸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예술가의 시선, 시대의 감정, 일상의 풍경 등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시선이 쌓이면, 내 하루도 특별한 한 편의 작품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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