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만 년을 사랑하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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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느 날 사립탐정 도갓타 란페이에게 우메다 가문의 3대 도요히로가 찾아온다. 그의 고민은 단 하나 성공한 가문의 1대 우메다 소고가 밤마다 ‘만 년을 사랑하다’라는 이름의 보석을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침이 되면 소고가 그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도요히로는 도갓타에게 보석을 찾아달라고 의뢰하며, 곧 열릴 88세 미수 축하 파티에 함께해 달라고 부탁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파티에 초대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이다. 바로 45년 전 ‘다마 뉴타운 주부 실종 사건’의 담당형사였던 사카마키.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이 다름 아닌 우메다 소고였고, 사건 이후 두 사람은 형사와 용의자가 아닌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렇게 도갓타, 사카마키, 우메다 소고의 가족들이 노라시마섬이라는 이름의 프라이빗 섬에 모이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파티가 열린다.

그러나 다음 날, 수수께끼 같은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우메다 소고가 사라진다.
과연 그는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일까?

책을 펼칠 땐 전형적인 추리물이라고 생각했다. 고립된 섬, 사라진 인물, 수상한 관계, 남겨진 유서.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소설이 추리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메다 소고의 흔적을 쫓는 과정은 박진감 넘치고, 읽는 동안 심장이 쫄깃해질 만큼 몰입된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우메다 소고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죄란 무엇일까, 사랑은 무엇일까?”

작품은 사건의 진실보다 한 인간의 삶, 기억, 죄와 후회의 무게를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는 미스터리를 풀었다는 만족감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울림이 더 크게 남는다.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에 담긴 사랑과 죄, 그리고 기억의 그림자까지 보여주는 깊은 드라마다.

눈물지으며 마지막 장을 덮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건보다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오래 마음에 남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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