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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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공영주택 4층에서 17세 여고생이 추락하는 사건으로 시작되는 소설 모성’. 첫 장면이 이렇게 시작 되면 아무래도 무언가 일이 또 일어날 것 같은 느낌 혹은 사건의 비밀을 빨리 알고 싶다는 충동 때문에 계속해서 책을 읽게 된다. (추리소설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연유로 혹은 그런 매력 때문에 빠져서 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유로 밤새도록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는 건지도)


초반에 추락한 여고생을 신고한 사람은 딸의 어머니다.


한편 신고자인 어머니는 모든 걸 바 쳐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8p. 본문 중에서)


그런 어머니가 사건에 관계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 하지 말자. 추리 소설 애독자라면 섣불리 용의자에서 누구든 제외시켜선 안되니까


추락의 원인이 단순 자살 시도인지 아니면 사고인지는 초반에는 당연히 알 수 없다. 다만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번갈아 나오면서 진실에 조금씩 어렴풋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소설 속에는 모녀가 겪은 이야기들이 과거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나온다. 딸이 있기 전 엄마의 연애 이야기부터. (초반에 외할머니와 엄마와의 관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에피소드에 엄마와 딸의 다른 시선과 엇갈린 속마음이 나오는 데 엄마와 딸의 사이가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진 것 같아 볼 때 마다 안타깝다. 아무래도 더욱 틀어진 것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로 친정엄마, 외할머니를 잃게 된 그 이후부터 인 것 같다.


 사람과 사람과 사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것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오해라는 것은 정말 풀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꼬인 매듭을 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설 속 엄마와 딸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꼬인 매듭풀기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옭아맨 죄책감도 숙제처럼 빨리 풀어야 한다는 것을 소설 끝부분에서 느꼈다. 어떤 식으로 되돌아오는지.


소설을 보면서 엄마의 사랑을 바라는 딸의 속마음이 슬프게 느껴졌다. 한편으로 반대로는 엄마의 생각이라던가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의 성격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한 예로 모녀는 산사태와 화재로 살고 있는 집이 유실된 후에 시댁에 들어가서 살게 되는데, (당연히 아빠도 있다.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시집살이를 톡톡히 겪게 되는 상황에서 딸아이가 엄마의 편을 든 후에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심해지자 본인을 더 곤경에 처하게 했다는 이유로 잠자리에서 몰래 딸 아이를 주먹으로 때리는 행위가 묘사된다. 너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딸은 어머니를 위한 행동이었는데, 정작 본인을 누가 괴롭히고 있는지 상황판단이 안 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도 되는 것인가? 소설 첫 장의 애지중지키웠다는 엄마의 말이 역겹게 느껴졌다.)


*스포주의

소설의 끝은 조금 허무하지만 딸의 입장에서 자살시도 이후의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전하고, 할머니와 주변가족들의 소식을 전한다. (태풍이 일어난 그날 밤의 구체적인 상황의 이야기까지.) 끝으로 자신의 근황까지 전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모성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하며 끝을 맺는다.


시간은 흘러간다. 흘러가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마음도 바뀌어 간다. 그럼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가 딸이며, 자신이 갈구했던 것을 자식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모성 아닐까.(302p. 본문 중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소설의 결말은 개운하지는 않았다. 흡사 종이로 보는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같은 느낌이었다. 작중 딸이 생각한 모성과는 차이가 있지만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모성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전부 어머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모성이란 게 모든 여자에게 있는 건 아니고, 그것 없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죠.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 모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반대로 모성을 갖고 있었는데도 누군가의 딸로 남고 싶다, 보호받는 입장으로 남고 싶다고 강하게 바람으로써 무의식중에 내면의 모성을 배제해버리는 여자도 있는 거죠.”(247p.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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