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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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소설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웹툰 등 각종 매체에서 만들어 지고 있을 만큼 흔하다. 어떤 방식이든 소비하는 입장에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를 갖게 만든다.

소설 속에는 여러 세대에 걸친 다양한 가치관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대하는 방식과 지켜내는 방식. 그리고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것조차 모두 다른 인물들. 가볍게 읽기 시작한 소설이었지만 읽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나는 어떤 사랑을 해왔고, 하고 있고 그리고 현재 어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되는? 그런 진지한 시간을 가져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세월에 따라 변하는 사랑과 결혼에 시각도 소설 속에서 볼 만하다. 물론 등장인물이 겪은 사건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언니는 사랑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마음을 닫고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자에게 사랑은 의미가 없을 거야. 언니에게 필요했던 건 사랑이 아니라 구원일지도 몰라.” (100p._연주)

어쩌면 사랑이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를 잊어야 하고, 나는 그녀를 잊어야 한다. 세상에 사랑은 단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이 정말 하나일까? 사랑은 왜 꼭 하나여야 할까? (230p.)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사랑과 결혼이 갖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데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상대방과 나누었을 때 그것이 내가가진 의미와 다르다고 해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인정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 후반부에 태영이란 인물이 한나와 주고 받은 말은 조금 흥미로웠다.

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 (263p._태영)

태영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주고받은 한나와 태영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소설이 끝을 맺는다. 결혼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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