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모든 삶이 특별하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아요. 모두가 소중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특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렸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까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요즘 제가 가장 열심인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달걀 프라이 옆에서도 기죽지 않는 명랑하고 씩씩한 달래양념장이 되고 싶어요.(10p.)

작가의 생각이 분명히 담긴 일상을 공유하는 책. 읽는 내내 편안함이 느껴졌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한 연막탄 이야기도 나오니까.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싫지만 읽으면서 상상해버린. 으악! 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읽고 싶지 않았을 부분!)

제목만 보면 약간 다른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말하는 날아갈 듯 기쁘지만 그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면 안 되는 순간.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이라니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나는 종종 기쁨을 주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아 미안.)

건강하지 못한 연애를 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던 친구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별소식을 전할 때,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앞장서서 걷던 얄미운 상사가 개똥을 밟았을 때. 맛집 대기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문을 열고 나와 난감한 표정으로 우리 팀 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고 말할 때(14p.)

이런 여러 순간들 중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기쁘게 쾌재를 불렀던 적 있는지? 나는 상상했던 일들이나 바라던 일이 일어나면 엄청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작가는 정말 포커페이스 인가보다. 아마 나였다면 엄청나게 즐겁고 기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오버액션을 마구 했을 텐데. (특히 나에게 똥 이야기는 웃음버튼.)

내용 중 ‘서초구 용사 벡터맨’ 이야기는 작가의 20대 중반 면접내용이야기이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면접 보던 시절. 벡터맨을 즐겨보던 시절.) 그곳에서 만난 한 면접자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자의 삶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해보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작가는 가족이라는 대답 이후로 우물쭈물하고 다른 면접자는 지키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엄청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 서로의 상반된 대답에 각자 면접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둘. 작가는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과 잃을 게 없는 사람 중 더 강한 쪽이 어느 쪽인지에 관한 생각을 꺼내놓는다.

몇 개의 시절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배웠다. 지킬 것이 많다는 게 꼭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107p.)

작가의 평범한 일상과 특별한 생각들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