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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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한정우는 사람의 기억을 삭제, 이식할 수 있는 논문을 게재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논문이 최고의 영예를 가져다 준 그날 공식적인 자리를 뒤로 하고 결혼 10주년을 맞이해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던 주인공에게 공교롭게도 사건이 일어난다. 결혼기념일로 귀걸이를 아내에게 선물하려던 그날에. 아내에게 선물하려 했던 귀걸이는 한국에 딱 석 점만 들어와있는 한정판 귀걸이로 주인공은 그것을 단서로 아내를 죽인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자신의 기억삭제와 기억 복원술도 함께 이용해서.

사건 당일 주인공은 집에 침입한 괴한에 의해 머리를 맞고 정신을 잃는다. 나흘 만에 정신이 들었을 때 아내는 이미 이세상에 없고 목격자인 딸은 충격으로 말을 잃는다.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소설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정우의 딸이자 당시 목격자인 수아와 수아의 외할머니, 주변인물에는 아내 지수가 친동생처럼 여겼던 형사 인욱, 같은 병원에서 기억 삭제술과 기억 이식술을 돕고 있는 수진, 딸 수아의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혜수가 있다. 그리고 아내의 행적을 따라가다 만나 알게 된 변호사 조민재까지

.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아요. 눈앞에 있는 사실을 믿을 뿐이죠. 당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아직 어디에도 없어요. 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적어도 저에게 당신은 무죄입니다. 항소심에서도 무죄 변론을 할 거라고요. 아시겠어요?”(놈의 기억2. 30p.-조민재)

인욱의 경찰이라는 직업이 소설 내에서 많이 빛을 발한다. (개인적으로 그랬다.) 초반 인욱이 찾은 뺑소니 사건이 주인공 한정우가 쫓는 것과 얽혀 사건을 따라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설정이지 실제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검거 직전의 용의자를 빼돌린다거나 주인공 한정우가 범법행위를 할 때 은근슬쩍 눈감아주는 행위는(?) 현실세계에서는 찝찝하지만 소설의 극적인 부분과 전개를 위해 눈감아 주기로 했다. (주인공만큼 나도 범인을 알고 싶고 잡고 싶었기에!몰입도도 뒤로 갈수록 높아졌다.)

사실 인욱이 없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동료 수진도 없었으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주인공 곁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두 사람이다.)

소설 1/3쯤에는 병원에서 함께 일하던 수진의 조언으로 병원에 기억 삭제술을 시행 한 7명의 사람들을 부작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게 된다. 행적을 일일이 조사하던 중 시술을 받은 황미영이란 사람이 치매로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본인의 시행한 기억 삭제술이 치매를 유발시켰을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큰 혼란이 생기게 된다.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직업의식이나 직업윤리가 다분히 낮은 것 같다. 범인을 찾고자 하는 그 간절함은 알겠으나 용의자를 빼돌린 형사 인욱이나 동생의 죽음으로 범인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 수진도 동의도 받지 않은 사람을 기억이식 할 수 있도록 수면제를 투여해 준비하는 부분은 경계를 가져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소설은 소설로만!)

아내지수의 행적을 쫓던 한정우는 조민재 변호사로부터 아내가 상담센터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룹상담을 했다는 아내. 센터로 찾아간 한정우는 함께 그룹상담을 했던 4명의 연락처를 받게 된다. 각각의 인물에게서 아내에 대한 예상치 못한 진실들이 쏟아져 나오고 아내를 죽인 범인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많이 있어 살짝 놀랐다. 범인에 한 번 놀라고, 범인의 기억 담긴 내용에 두 번 째 놀라고, 그리고 범인의 잔혹함에 세 번째 놀라지만 더 놀라웠던 건 주인공에 대한 내용이었다. 주인공에 대한 기억까지 반전인 소설 마지막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다면 주인공과 함께 기억을 더듬어보자. 그 기억이 진실일지 모르지만.

어느 날은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헛소리를 하는 거야. 참 나, 내가 너무 기가 막혀서. 그래서 그냥 죽인 거야. 근데 웬걸? 죽였더니 너무 개운한 거야. 그때 안 거지. 나는 누굴 죽이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던 거야. 죽이는 행위 자체가 중요했던 거지.”(놈의 기억2. 145p. 살인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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