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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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가도 돼요. 학교 안 다닌다고 안 죽어요. 이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도망간다고 해서 도망가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나를 제일 먼저 생각하면 돼요. 나만 살면 돼요.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을 때 나 또한 외면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구를 돕겠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피할 수 있으면 피했으면 좋겠어요. 꼭 맞서 싸워서 이기지 못한다고 문제 있는 사람이거나 약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냥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일 뿐이죠. (220p. 본문중에서)

내가 현재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권배님의 말. 피하는 것이 결코 약하거나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의 이야기. 왕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중요하다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하지만 그의 말 중에서도 제일 와 닿았던 것은 내가 나를 제일 먼저 생각하라는 말.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 이상의 말이 필요 할까.

얼마나 힘들었을지 말로 다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데에는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인터뷰를 하기까지 고민하는 분도 있었다) 책 속에서도 나오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하기 위해서는 나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이해 받지 못하는 고백은 오히려 상처가 되고 독이 된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 사람의 고백을 쉬이 여기지 말자.

누군가에게 어렵게 꺼내놓은 고백이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리지 않도록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자.

10대 시절 왕따를 겪고 난 어른들의 인터뷰 전문을 다듬어 엮은 것으로 책 속에는 진행자PD를 포함해 총11명이 등장한다. (PD또한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같은 주제로 만났지만 저마다 다른 아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겪은 일들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었다.

소리 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아프다, 내가 힘들다, 어느 누구한테든 소리를 냈으면 좋겠어요. 주위에 말할 사람이 없으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서라도 나 이러이러해서 힘든데 같이 울어줄 수 있겠냐고, 그렇게라도 한 번쯤은 털어내고그냥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94p. ‘지영본문중에서)

우리의 이런 상처가, 어떻게 보면 남이 내 하얀 도화지에 얼룩을 묻힌 거잖아요. 근데 그 얼룩이 내가 잘못해서 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도화지에 얼룩이 조금 튀었다고 해서 전체를 다 구겨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98p. ‘가연본문중에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용기를 냈던 멋진 그들에게 이렇게 잘 살아왔다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만일 살면서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이 한 번이라도 온다면, 그 때는 내야 해요. 그게 멋진 거예요.”

"만일 살면서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이 한 번이라도 온다면, 그 때는 내야 해요. 그게 멋진 거예요."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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