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의 천사 -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 반려견들의 이야기
리처드 데이 고어.줄리안 게리 엮음, 이선미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애완견을 키웠었고 지금도 키우고 있다. 기억에 남는 최초의 강아지는 할머니를 물었다는 이유로 개장수에게 팔려갔다. 집을 떠나 독립해서 생활한 후 ‘또비’라는 남의 강아지를 약 한달 간 데리고 있었고 마르티스‘또순이’와 요키‘또순이’를 거쳐 지금은 어르신 ‘아지’와 살고 있다.

이 책은 반려견과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놓았다. 약 30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간 함께 했던 또비나 또순이 생각이 너무나 많이 났다. 사실 반려견을 둔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장거리 여행을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하루 외박을 하거나 야근을 하는 것도 무척 신경이 쓰인다. 모처럼의 휴일에도 늦잠을 잘 수 없고, 한동안 집안에서 지내느라 답답해 할 녀석과의 산책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심지어 화장실을 잘 가리지 못하는 녀석과 동거할 때면 정말 뒤처리에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다. 왜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자 하는 것일까?

 

“개를 키우기로 결정하면 자신이 원하는 개가 아닌 자신에게 필요한 개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새로운 자아’ 중. 98p

 

충직하게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생명체. 받은 애정을 몇 곱절로 보답하는 계산할 줄 모르는 생명체. 대화가 되지 않아도 왠지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생명체. 그런 생명체와 한 번 깊은 만남을 갖고 나면 절대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도 그렇다. 반려견을 통해 바른 교육자의 상을 찾은 교사.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는 계기를 만나는 사람들. 스스로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은 사람들. 참으로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오로지 신뢰의 관계로 맺어진 반려견과의 삶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아닐까?

 

몇 년 전 ‘애견만세’라는 제목의 TV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견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저 같이 사는 생명이 아니니 가족애를 볼 수 있었다. 짤막짧막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이 책 속에서 낯선 지하철 동승객보다 더욱 친근하고 따스한 네 발의 천사들을 만날 수 있는 가슴 포근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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