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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고전문학은 문체도 익숙하지 않고 외울 것이 많아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러던 터에 이 책은 고전작품을 이야기로 마주할 수 있고 그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 책에서는 총 12편의 신화, 전설, 민담에 판소리까지 다양한 고전을 새로운 잣대로 해석해 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뿍 담겨있다. 사실 정수정전이나 창세가, 여성영웅설화는 제목마저 생소했었고, 이생규장전, 사씨남정기 등은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혹은 문학․문법적인 가치로 달달 외워왔을 뿐이었는데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 이야기가 말하는 바를 찬찬히 살피며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한계를 다시금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작품의 줄거리를 잠시 정리하고 작가가 그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점을 연관된 타 작품이나 이론 등과 함께 논리적이고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다. 특히 ‘이 주제에 관해 더 읽을 만한 책’을 통해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한 정보제공까지 해주고 있으니 참 잘 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12편의 이야기가 모두 다 재미있었으나 개인적으로 ‘이생규장전’과 ‘심청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잘 몰랐던 이생규장전에서 ‘나를 알아주었기에’ 그토록 죽음마저 극복하고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요즈음 철없는 젊은이들과 다른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나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내미는 손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주 잡아주는 사람만이,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주는 사람만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P.88-
심청이는 효녀다. 심청이는 희생을 통해 가정의 화목을 이루는 대표적인 여인상이다. 그리고 해피엔딩이어서 그런지 아주 어린 아이들도 심청이를 알고 때로 그녀를 좇아 살고자 할 것이다. 그런 심청가에게 작가는 “누가 심청이를 죽였는가”라 묻고 있다.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인지라 매우 신선했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뻔히 어려운 줄 알면서 눈을 뜨는 방법을 알려주는 화주승, 철없는 심봉사의 공양약속, 인신공희를 해서라도 자신의 무사안일을 도모한 뱃사람들. 이 무수한 심청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들이 오로지 그래도 결국 시집 잘 가고 아비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되었다고 위안을 삼지는 않을지. 시대가 요구하는 상을 만드는 이야기의 본질을 모른 채 심청가를 접해왔던 것은 아닌지 회고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고전문학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거나 모르고 있던 사실 혹은 작가의 견해를 너무도 흥미롭게 말하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꼭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