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인이 좋아하는 에세이라고 추천해줘서 읽었는데 진짜 재밌었다. 에세이 이렇게 재밌게 읽은 게 많지 않은데 흥미진진하고 재밌었음. 책 자체가 나름 기승전결을 엇비슷하게 갖추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작가의 표현이 구성진 덕도 있고.

읽는 내내 저자의 축구 사랑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남이 무언가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도 보통 대상이 좋아지곤 하니까. (예외는 있다. 친구 애인. 내 친구 괴롭히지 므르르.)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니 축구가 더 좋아지는 굴레가 참 좋다. 축구로 인생을 읽는 축구인들의 시야도 좋았고, 축구라는 새로운 인생을 사는 저자의 도전기도 좋았다. 그 열정에 감화됐는지 달리기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책을 덮을 때쯤엔 축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몇 분도 채 가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그랬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저자 입단 1년 후 새로 들어온 단원 이야기. 학창시절에 가까이 있던 것들이 이제보면 너무 멀어서 당황스러워질 때가 있다. 학생 때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그리워졌을 때, 그것을 쟁취할 장소나 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어디선가 누군가는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학창시절과 달리 비용이 든다는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제법 설렜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쭉 기다려왔던 것이란 걸 깨닫고 설레었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나는 좀 더 가성비를 추구하긴 했지만서도.

이 책은 저자 김혼비가 단순히 축구를 사랑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여자이자 축구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훈련기이기도 하며, 동시에 나라는 개인의 손이 닿는 범위에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이끌며 살아가는 이야기기도 하다. 뭉클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뜨거워지는 부분도 있다. 언제고 사는 게 지겨워지는 순간에 다시 한 번 펼쳐보고 싶다.


덤.
소소하게 궁금한 건데 제목은 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인 걸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여자와 거리를 두도록 교육받는 운동인 축구를 함께 두다 보니 여성으로서의 삶과 축구인으로서의 삶이 겹쳐지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굳이 우아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가 아무리 고민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축구가 고아한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도 언급되어있는데다 내용상 특별히 우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부분도 없는데. 호쾌하다는 형용사는 책 내용 어디다 붙여도 대체로 어울리니 상관없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