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단순한 편이다. 너무 좋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재밌다. 심심풀이로 한 번 쯤은 괜찮다. 완전 별로. 순서대로 별점을 만점부터 깎으면 된다. 별 한 개와 두 개는 얼마나 읽기 고역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기묘하게도 이번에 읽은 소설은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가 안 된다. 분명 한 번 이상 읽고 싶은 책은 아닌데 묘하게 남은 게 많다. 다시 같은 작가의 책을 읽고 싶냐고 하면 싫은데 궁금하다. 어쩜 이럴수가 있나.전부터 괴물 장미가 궁금했었다. 그래서 불온한 파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호기심이 동했다. 대체 어떤 작품일까. 이전에는 뱀파이어 로맨스였는데 이번엔 SF라고? 대체 둘이 어떻게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지? 그런 심정이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괴물 장미는 여전히 미지의 이야기지만 무엇이 두 작품을 한 작가라는 끈으로 잇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어떤 문장으로 포문을 열어야할지 모르겠다. 경주는 시작했는데 달리는 법을 잊은 느낌이다. 불온한 파랑의 여파다. 해수와 은하, 지나간 큰 사고의 아득한 충격이 내 속을 완전히 헤집었다.굳이 돌이켜보지 않아도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배가 뒤집혔다더라. 아니라더라. 멀쩡하다더라. 배가 뒤집힌다더라. 아니라더라. 그러더니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말았던 날.당시에 아는 사람이 마침 안산에 사는 고등학생이었고, 수학여행을 갔었어서 깜짝 놀랐었다. 내게는 다행히도 그 사람은 그때 그 학교 학생이 아니었지만 그 때의 조마조마함을 잊은 사람이 있을까. 비극적인 사고 소식이 들리면 무심하게 뉴스를 외면하곤 하는 내가 몇 번이나 뉴스를 확인하며 상황을 확인했었다. 사후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지켜보았다. 무심히 외면하는 게 안 됐다.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흔들흔들 휘청휘청 마음이 흔들렸었다.어떻게 그 날을 잊을 수 있을까.하필 왜 해수는 세월호 유가족이고, 하필 왜 은하는 세월호 인양 작업을 돕던 잠수부의 딸일까. 작가가 이런 인물을 고른 이유는 무얼까. 고래는 뭐지? 바다는 뭐지? 파랑은 뭐지? 책을 다 읽었는데 잘 모르겠다. 해수는 왜 바다로 들어갔을까. 고래자리 별은 뭐지. 결국 무얼 위한 이야기였지.머리가 복잡하다. 급하게 읽은 탓에 정리가 잘 안 되는 거라고 변명해보지만, 그럴수록 덜 읽고 말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번 더 읽어야할까? 그런지도 모르겠다.책을 막 잡았을 때 몇 줄 읽어보고 곧장 덮었었다. 문장이나 묘사가 너무 짜증이 나서 읽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피곤한 스타일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다지 의미심장하지도 않은 걸 의미심장한 척 써놓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표현 단계에서 마음에 안 든 작품이 이렇게 복잡한 심경을 남긴 것도 처음이다.이야기는 계속해서 은하와 해수를 비슷한 위기에 빠뜨린다. 처음엔 세월호, 그 다음엔 하이드로-세슘 잠수함 비리, 그리고 또 다른 비리. 비리와 이어지는 사회 전반적인 비도덕성이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사실 이 부분도 마음에 안 들었다. 왜 사는 동안 마주치는 장애물이 다 똑같아. 작가가 거기에 강한 메세지를 담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싫었다. 인간 사회가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썩기만 하지는 않았어. 그렇게 반론하고 싶었다.해수와 은하는 상실 위에서 균형을 잡는 틈틈히 그런 위기에 휩쓸리고, 그럴 때마다 서로를 의지해 다시 일어선다. 두 사람을 묶어주는 것은 크나큰 상실이다. 무슨 수를 써서도 메울 수 없는 상실의 구멍을 공유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현실에 함께 발을 붙이고 선다. 언제 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니 서로를 구하기 위해 푸른 끈을 손목에 묶고서.공통분모가 깊은 상처 하나 뿐인 연인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두 사람은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점차 멀어진다. 해수는 바다로, 은하는 우주로. 그렇게 끝끝내 만나지 못할 정도로 멀어진 것이 이 소설의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끝에 결국은 삶을 공유하길 포기하고 죽음을 공유하기로 한 연인. 그런 느낌이었다.써놓고 보니 횡설수설인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마무리할 말 조차 없다. 오히려 친구에게 감상을 전할 때가 더 직관적이고 간결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다듬어서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있으면 좋을텐데, 감상을 등록해야하는 시간이 코앞이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재독 후 다시 감상문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적어도 불온한 파랑을 읽은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다른 사람의 감상이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