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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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직업이 없고 가난한 것은 당신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

미국의 한 정치인이 했던 발언이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드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세상은 불평등하다.'라는 주장을 가장 현실적인 근거를 들며 이야기한다. 불평등함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왜 그런 것인지 몰랐던 진실을 말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이야기고 전 세계의 이야기다.


저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경제신문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경제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학자로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연구로 저명하다.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미국사회의 불평등문제를 보여주며 불평등은 경제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악화시키고 사회적으로 불안정성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와 공정성,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하며 이는 곧 사회 전체적인 비용에 해당하며 불평등을 감소시킴으로서 얻는 편익이 이 비용을 상회하기 때문에 불평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경제, 정치에서 계층간 세대간 분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경제를 대변해 주는 듯 했다. 그간 이 사회에 얼마나 불평등이 만연해 있었던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게서 양질의 일자리를 빼앗아 소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가계경제를 흔들어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 소득의 대부분이 상위1퍼센트에 집중되어 있고 하위계층은 꿈도 못꾸는 사교육과 갖은 혜택을 누리는 우리 사회. 이 모든게 책속에 있었다. 한편으로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에서 본 미국의 현실도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집을 잃은 사람들이 배수구에 모여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인 여섯명 중 한명이 의료보험이 없고 개인파산의 원인 62%가 의료비용때문이라는 미국. 이 현실에 적잖히 충격을 받았었다.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며 누구나 잘살 것 같은 미국의 이미지는 상상속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러한 미국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말란법은 없다.

 

그가 마지막 장에서 제시한 경제,정치 개혁 아젠다를 보며 충분히 공감했다. 금융부분의 규제와 독점금지법의 강화,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파산법의 개혁, 정부의 무상공여중단, 기업보조금의 폐지, 사법 및 조세개혁, 완전고용경제의 복원, 민주적인 언론창출 등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서는 대기업들이 규제때문에 사업하기가 힘들다고 보도하고있다. 그러나 그들은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중소기업의 자리를 빼앗고 감세정책으로 그간 많은 이득을 취해왔다. 이렇게 우리사회는 불평등을 양산하는 기업들과 정치적 이념논리로 국민을 호도하는 언론들로 어지럽혀져 있다. 이러한 현실에 봉착한 가운데 그의 개혁방안은 아픈 곳을 정확히 짚어주는 종합건강검진 같았다. 그는 이 개혁을 제시하며 50년 후의 미국의 미래를 내다보았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거나 혹은 줄어들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후자이길 바랐다. 누구나 공정한 경기를 하고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미국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이 직업이 없고 가난한 것은 당신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
이 미국정치인의 발언처럼 실업과 가난의 문제가 과연 개인의 문제일뿐일까? 불평등하지 못한 사회와 국가도 책임이 있지 않는가? 라고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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