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 클래식그림씨리즈 5
아고스티노 라멜리 지음, 홍성욱 / 그림씨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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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씨의 책들은 참 내 취향이다. 깔끔하고 센스있는 표지에, 내용에 맞는 정교한 그림들이 그려져있다. 20년전에 봤었던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비싸서 사지 못했지만, 클래식 그림씨 시리즈는 이제 막 나오고 있어서 다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책의 겉표지와 속표지에 실린 그림이 다르다. 사실 나는 책을 오래 보려고 아끼는 책은 아스테이지로 포장해서 보관하는데, 이건 겉표지/속표지 둘 다 마음에 드는 데다 누드 제본이라 그냥 아끼면서 보기로만 결정했다;


누드 제본이라 책이 180도 쫙쫙 펴진다. 이 책은 아고스티노 라멜리가 출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의 최초 한국어 번역본이다. 원작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에는 총 195개의 기계도해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102개의 기계를 골라서 실었다. 


책의 도판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졌고,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들은 기어, 펌프, 지레, 축과 회전 운동 등 공학적 원리를 충실하게 만족한다. 기계의 작동에 대한 설명을 쉽게 이해하도록 라멜리는 부품을 따로 보여 주는 분해도, 부품이나 기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단면도 등의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8p


라멜리의 기계들은 실제로 제작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기계공학적인 재능과 독창성을 뽐내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책에 실린 간단한 기계들은 라멜리가 만들었거나 당시 작동하던 기계들을 모델로 한 것일 수 있지만, 많은 기계들은 당시 기술로 구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라멜리는 독자들에게 자신이 그린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들이 설명한 대로 작동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재능과 후견인의 권능을 뽐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9p


1.  처음의 약 20p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라멜리의 기계도해 102점과 설명이 전부라 금방 읽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또 그림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정교한 그림 하나하나 감상하면서 보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걸렸다. 그냥 이런게 있구나-하고 넘기는 게 아니고, 취수기의 경우는 물을 어떻게 퍼서 올라가는지 도르래 따라 가면서 살펴보고 머리로 시뮬레이션 해보고.. 아니 뭐 제가 미술관에 가도 거진 2시간은 하나하나 다 작품 감상하면서 나오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2. 실제로 이 책의 도해는 제작된 기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서문에도 실려 있듯이 일종의 '뽐내기'용 그림이랄까..?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행한 '종이 위에서의 공학' Engineering on papers 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 정교한 그림으로도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이런 전통에 위치했던 사람이다. 실제로 당시에 제작되지 않았더라도 이런 전통이 이어지면서 정교한 기계 공학의 토대를 제공했으리라.  


3. 취수기가 상당히 많은데, 농업용이라기 보다는 귀족의 생활을 위한 것이 많다. 귀족의 정원에 물을 대기 위한 용도거나, 새 소리가 나는 분수 등..? 공성전용 장비도 꽤 실려 있다. 역시 후원해주는 귀족을 염두해서 그린 것 같다.  


예수회 선교사 테렌츠가 중국인 왕징과 협력하여 중국어로 책을 저술하여 기계학, 역학, 엔지니어링을 중국에 전하려고 했는데, 이 책의 이름이 <원서기기도설록최>, 우리가 <기기도설>이라고 역사시간에 배운 책이다. 책 내부에는 기기도설도 같이 몇 개 실려 있다. 가장 유명한 바퀴 독서대나 취수 시설 같은 건 확실히 실제 라멜리가 그린 그림보다는 정교함이 조금 차이가 나긴하다. (큰 구조적인 건 비슷한데, 분해도나 단해도는 조금 차이가 난다.)


마침 유라시아 견문3를 읽고 있는데, 예수회 선교사들로 인한 중국과 서양의 교류가 생각보다 폭이 넓어서 계속 놀라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양의 것을 중국어로 번역한 것보다 중국의 공자를 번역해서 서양에서 보던 게 더 신선했다. 두 책이 서양과 중국이 서로 교류가 있었다는 팩트를 두고, 서로 다른 곳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재밌기도 하다. 아무튼 다양하고 창의적인 고퀄의 기계 도해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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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9-01-14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리즈 중 <자연의 예술적 형상> 가끔 열어 보는데요. 볼 때 마다 감탄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