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엄마의 태교법 -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한 500년의 역사
정해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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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선 엄마의 태교법 -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한 태교의 역사 살펴보기


태교라 하니 현재 임신중인 여동생이 생각나서 신청한 책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현재 시행되고 있는 태교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 책은 분류하자면 '교육'보다는 '역사'에 더 맞는 것 같다. 조선시대 태아 인식, 태교의 시작, 원리, 관련 문헌과 지식, 태교법과 태교 음식에 대하여 서술되어 있다.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한 조선시대 여인들의 태교법을 쭉 훑어보는 책이랄까? 태교법이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고, 사회의 변화 등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역사 사료로서의 태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태교법을 살펴보는 것도 역사를 훑어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태교는 가정교육의 시초로 동양의 독특한 전통이다. 독특하다는 것은 특수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사회가 생각하지 못한 독자적인 전통이라는 뜻이다. 서양에도 임신한 여성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금기 사항이 있으나, 태아 교육의 의미는 아니었다. -8p, 


중국의 태교론은 유교, 불교, 도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주로 의학 차원으로 발전한 반면, 한국에서는 한대에 형성된 유가적 태교론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강한 도덕적 성격을 띠었다. 이 지적은 태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어머니의 마음과 몸가짐이 태아의 자질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 조선 태교의 특징을 잘 말해준다. -216p


1. 읽다보면 옛날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특히 3개월째 성별이 정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 그림으로 배아의 상태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는 것에 상당히 감탄했다.


2. 조선시대 태교법이다 보니, 아들 낳는 방법 등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이 엿보인다. 새삼 지금시대에 여자로 태어난 게 얼마나 감사한지..=_=, 왕실에서의 태교 부분을 읽었을 때는 더했다. 정말 난다긴다하는 왕실에서도 출산하다 많이 죽었는데 세상 많이 좋아졌다. 사피엔스와 스캔들 세계사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3. <광제비급>에 관하여


이 의서가 탄생하기까지는 1789년 함경도 관찰사로 부임한 이병모의 노력이 숨어있다. 그는 이 지역 사람이 질병으로 고생하면 약 대신 무당을 더 믿어 피해가 심각한 상황을 보았다. 그는 누구나 소매 속에 넣고 다니면서 쉽게 처방할 수 있는 의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명의로 이름난 이경화에게 요청해서 3개월만에 이 의서를 펴내게 되었다.-189p


이 부분을 읽으며 나이팅게일이 생각났다. 간호의 천사라고 불리게 된 것이 환자를 잘 간호해서라기보다, 통계를 이용하여 사망자수를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인 것처럼, 통계적 사고의 중요성을 또 다시 체감했달까..?


책을 읽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몇 가지 눈에 밟혀서 같이 기록해본다.


4. 책이 고대 문화를 살펴 보는데만 주력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작가의 소리가 들어가는 말 (21세기, 왜 태교가 필요한가) 4.5장 + 나가는 말 (태교의 가치,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의 2.5장 뿐이다. 한명의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이사주당은 태교신기에서 태교를 여성이 해야할 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해야 할 일로 서술했다. 일반적으로 연구되는 부분이 아니니만큼 현대에도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의견을 좀 더 피력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5. 태교법에 관한 배경이나 맥락 설명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본문에서 언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261-262p의 한장 정도라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뭐.. 이걸 다 실을 수는 없긴 하지만,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 이런 부분을 조금 더 실어주는 게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에, 율무가 포함되어 있는데, 율무는 찬 성질이 있어, 일반적으로 부종과 비만에 효과가 좋고 특히 염증성 질환에 탁월하다. 기미나 사마귀 같은 잡티를 없애주어 피부미용에 좋달까. 율무는 내가 사마귀 때문에 한참 민간요법 찾아보다 나온 재료인데, 염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 임산부가 먹으면 태아가 잘 자라지 못한다. 무조건 먹지 말라는말고기, 개고기, 토끼고기는 무슨 성분때문에 그런지 살짝 궁금해졌는데, 의외로 찾기가 힘들어서 포기했다.ㅜ


6. 태교법이 과거의 것을 유지+보수하면서 발전하다보니, 사료로 실려 있는 책의 내용이 반복되는 부분이 많아 약간 지루하기도 하다. 책의 내용을 직접 인용한 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읽다보면 거의 어느 문구는 외우고 있달까..? 임신하면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되고, 바른 자세로, 바르게 자른 음식을 먹어야 하고, 자극이 강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고, 무거운 것을 들지 말며, 블라블라-(너무 많으므로 그 이하는 생략한다.)


사실 흥미 위주의 책은 아니지만, 연구하는 사람들이 계속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출판은 지속 되었으면 좋겠다.


+ 기타


규합총서의 이빙허각이나 태교신기의 이사주당은 계속 언급된다. 분명 둘다 이씨인데... 이름이 '빙허각'? '사주당'? 남윤인순 의원이 순간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며 설마 이 시대에도 부모성을 하나씩 땄나? 싶어 검색해봤는데, 이런 걸 당호라고 한다. 하긴 신사임당 이름이 사임당이 아니지..=_=.. 조선시대 규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다고... 뭐, 덕분에 더 찾아본 자료에서 조선시대 활동한 여성들을 좀 더 알게된 건 뜻밖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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