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회도 살인사건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5
윤혜숙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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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만에 읽는 소설이고 내용물도 추리라 그런지 금방 읽었다. :-) 


원래 계획은 100페이지씩 나누어서 3-4일간 보는 것이었는데, 이틀 째, 중반부를 넘는 순간 너무나 재미져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침대에 옆으로 들고 누워서 새벽 세시반까지 다 봐버렸다. 추리소설인걸 간과했달까..?;


아무튼 상당히 고증이 잘 된 소설이라 읽다보면 '아는 만큼 보이는' 깨알같은 재미도 있다.



이 책은 <계회의 사람들>로 한우리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고, 2015년 "밤의 화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청소년 문학답게 불필요 하게 적나라한 묘사가 없고, 주인공 화사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주인공이 진짜 아직 애다. 나이만 어린아이지 어른처럼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진짜 이 또래 같은- 살펴보면 주위에 있을 듯한 중고등학생 같은 주인공이다. (중2병까지는 아니지만, 본인이 믿는 사람을 끝까지 믿고, 어설프게 행동하기도 해서 걱정도 끼친다.) 소설에 몰입해서 보는 동안은 뭔가 청소년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 해야하나?ㅎㅎ


책의 내용은 뒷 표지 만으로 충분할 듯 하여 상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추리 소설인데, 스포 당하면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들테니까 :-)


제목만 보고 계회도가 섬인줄 알았다는 리뷰를 꽤나 많이 본 듯하다. 나는 계회도가 '계회'를 그린 그림인 건 알고 있었다. 표지 자체도 계회도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고 봤기도 하고,- 책 소개나 표지를 보면 주인공이 화사인 걸로 유추도 쉽게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뭐 생각하면 '산수화 살인사건', '정물화 살인사건' 은 뭔가 어색한 반면 '안면도 살인사건', '제주도 살인사건'은 입에 착착 달라붙는거 보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싶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후의 작가의 말을 보니, 상당히 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 조사를 철저하게 하신 듯 하다. 위에도 썼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정말 딱이다. 


계회도에서 조선 후기에는 산수보다는 계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 등의 상당히 상세한 묘사에 더 공을 들였다는 점, 실제 화사의 삶 묘사 등도 상당히 디테일하다. 그래서인지 역사책에서 공부용으로 외웠던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실 읽는데 힘든 정도는 아니다.) 청소년 문학인데도 불구하고 초등이나 중등 저학년이 읽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살짝 든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화사가 주인공이고 중간에 등장하는 그림이 많은데, 삽화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ㅜ 물론, 소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는데는 그림이 없는 편이 더 좋겠지만, 실제로 있는 작품들이 등장하므로 같이 싣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개인적으로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익숙하지 않아서 다 찾아봤다. 

(심사정의 패초추묘, 김득신의 수하일가도, 이광사의 고승간화도, 김명국의 설중귀려도, 강세황의 묵란도, 최북의 운산촌사도, 변상벽 화사의 작품 등)


다만 한 가지,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되는데, 조선시대 왕의 묘호를 평민인 주인공이 그냥 지칭하는 장면에서 순간 움찔하긴 했다. 조선시대에는 기휘제도 때문에 임금의 이름은 글자로도 못 썼다고 알고 있는데, 승하하신 다음에는 상관 없으려나.? 맞는지 아닌지 나의 짧은 검색 실력으로는 사실 잘 모르겠다.


책의 내용은 스포인 듯 하여, 상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결말이 주인공이 나름 순수한 청소년이라 가능했던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누가 봐도 나에게 확연한 재능이 있고, 이걸 확실하게 펼칠 기회가 있다면? 제안하는 상대의 과거가 어찌됐던,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 어릴 때는 나도 주인공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글쎄, 잘 모르겠다.


작가의 말을 보고 '내 이름은 빨강'을 검색해봤다. 이 참에 장바구니에 '내 이름은 빨강'도 살포시 담아볼까 했는데, 표지가 올드하고 출간된지 곧 10년이 되어가는 듯하여, 곧 개정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으로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줄거리를 보니 역사 추리소설이란 측면에서는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낄수 있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33권 중 소설은 계회도 살인사건 포함 4권이다.

나머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3월), 카프카 단편선(4월), 살인자의 기억법(9월).

대학생 때는 1년에 100권씩 독서하면 그 중 30~50권은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읽는 책의 범위가 넓어져서 그런듯 하다.


소설을 쓰기 위한 몇 줄의 자료를 찾기 위해 전체적인 공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새삼 작가에게 고맙다. 이런 소설이 많아지면 역사에 대해 공부가 좀 더 쉽게 체화되지 않을까-싶다 :-). (새삼 치치스베오는 책 읽기 전에 소설로 먼저 접근했으면 정말 힘들지 않게 읽었을 것 같단 생각이 또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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