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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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문집에서 제목부터 표지까지 굉장히 공들여서 만든 책이다. 읽기 전에도 기대가 매우 컸는데, 읽으면서도, 다 읽고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하기에도, 적극 추천할 법한 좋은 책인 것 같다. 


책이 생각보다 금방 읽혀서 살짝 신났었는데, 아무래도 배경지식 덕을 본 듯하다. 60년대부터는 실려있는 책들 중 상당수는 직접 읽어보거나 들어본 것들이다. 상록수나 자유부인 영화는 작년에 세종국립도서관에서 하던 "독자가 열광하던 신문소설 전시회"에서도 직접 보고 감탄했던지라 괜히 익숙해서 반갑기도 했다. (자유부인이 다섯번이나 영화화 됐었는데, 전시회에서 버전별로 여러편 다 상영하고 있던게 기억에 남았다.) 80년대부터 00년대는 책 뿐만 아니라 서술된 현대사와 저자의 생각에도 굉장히 공감하고 몰입하면서 읽었다. 



머리말에서 마음이 바쁜 분들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 된다고 쓰여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설'인것 같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독서사'란 무엇인가와 책을 읽고 느낀점, 저자와 다른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 간략하게 써보고자 한다.


1. 책의 역사 vs 독서의 역사

1) 책의 역사는 책과 인쇄물을 매개로 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경로를 추적한다. 

커뮤니케이션 회로 : 저자 -> 출판 -> 인쇄업자 -> 서적상 -> 독자

이 경로 전체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했는지, 사회, 정치적 상관성은 어떤지 연구하는 것이다.


2) 독서의 역사는 이 중 독자의 '읽는 행위'를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탐구한다. 텍스트의 내용과 텍스트 수용의 사회적 맥락을 함께 엮어 그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것이 독서사다. 물론 독서사 역시 역사의 하나로서 수많은 사가에 의해 집적/재구성되고 해석되어 서술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예컨대 1900년대 조선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일까? 그 사람은 아마 새로운 문명의 도래에 따른 전통사회의 '창조적 파괴'를 경험하는 '신청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오늘날 한국에 적용하면 어떠할까? 이를테면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독서문화에서 주요 영역을 차지하게 된 자기계발서 읽기를 '사적 개인에 의한 이성의 대중적 사용'과 결부시킬수 있을까? - 15p


2. 느낀 점

독서는 사회적이면서 개인적인 현상이다. 독서와 현대사를 함께 보면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가 지식문화와 맺는 관계를 볼 수 있다. (스테디 셀러만 하더라도 장기지속하는 사회의 지향과 가치, 교육의 유/무형의 지적 체계를 반영한다.)


한국의 독서문화는 국가의 정책과 정치에 직접 영향을 많이 받았다. 광복 이후 70년의 독서사를 살펴보면, 뜨겁고 큰 민주주의 문화의 저력이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민주주의 문화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사건은 역시 가장 최근의 2017년의 촛불항쟁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전까지 절망을 했던 여러 사람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 계기가 아닐까. (유시민씨의 국가란 무엇인가의 서문에서도 본 듯하다. 읽은 책이 많지 않지만 적어도 현대사에 대해 서술한 책에서는 항상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해본다.)


3. 개인적인 의견 추가

한국의 문맹자는 소수이지만, 실질문맹률은 OECD 최하위권이다. 굉장히 많이 들은 내용이면서 동시에 생활하면서 많이 느낀다. (의외로 논리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 수록 더 한 것 같다.) 이는 개인이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듦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기존의 종이를 읽어가는 독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같은 내용을 읽는다고 해도, 종이가 아닌 e북으로 읽으면 깊이 있는 사고가 어렵다. 미디어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 자체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뇌의 가소성 때문에, '훑는 방식'의 인터넷은 깊이있는 사고를 방해한다. (상세한 내용은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독서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책 읽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좋았던 점

1. 단순히 베스트 셀러 서술에 그치지 않고, 그 당시의 한국사회를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배경을 같이 설명해주는 점이 좋다.

2. 위에서 쓴 미디어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저자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나와 비슷하여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다. 

3. 책 디자인도 예쁘고, 내부 속지 디자인도 예쁘다. :-) 이 책은 정말 소장각이다.


아쉬운 점

끈 있었으면..? 가끔 주석이 길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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