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을 가르칩니다 - 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 배우는 사람, 교사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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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녀간 갈등이 이슈에 많이 오르내려서, '페미니즘' 혹은 '남녀평등'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은 화두에 '페미니즘'이 올라오는 순간부터, 남녀 편가르기가 된다. 역차별, 꼴페미, 한남, 맘충등의 용어가 등장하며 서로가 까내리는 소모적인 논쟁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인데, 나도 페미니즘에 관련해서는 읽어본 책이 전무하기 때문에, 페미니즘이 대화 소재로 나오면 '사실 난 잘 몰라'라고 대화를 회피하는 편이었다. 물론 대화하는 상대도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건 매한가지라 쉽게 대화 주제가 변경되곤 했다. (인터넷 게시글 말고 제대로 된 책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대화하면서 지금까지 한 명 봤다.) 아무튼 이번에 처음으로 초등교육젠더박스에서 나온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우선 쉽게 잘 읽혀서 놀랐고, 책 뒷표지의 광고 문구처럼, 소모적인 다툼없이 성 불평등을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가득해서 보는 내내 놀랐다. 보통은 성평등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편견부터 갖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선생님들이 수업 도중 정말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책 표지 표현으로 '해맑은 성차별'을 아이들이 스스로 인지하게끔 만든다.
당장 눈에 보이게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책 맨 뒷편의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를 보면, 이런 교육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관해 아직 읽어본 책이 많지는 않지만 이 책은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책의 머리말 첫줄에 언급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은 이번달에 산 책을 다 읽으면 다음달에 꼭 읽어봐야겠다.

무엇보다도 교육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교사라면 초중고 상관없이 모두 - 다 읽었으면 좋겠다. 또한 부모포함 주변에 아이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 

1. 저자 소개.
저자소개는 책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이런 단체가 있다는 걸 책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모임 동기, 실제로 하는 일 등이 굉장히 바람직한 것 같아서 감동 받았다.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구나ㅠㅠ-이러면서..ㅋ 이런 모임은 전국구로 확대 되었으면 좋겠다.

아웃박스는 고양시 내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연구 모임이다. 아이들의 성 고정관념을 깨고Think outside the box 젠더 감수성을 길러 줌으로써 이 모임이 필요 없어지는 그 날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보름마다 모여 세상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그 관점을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오늘의 예민함이 내일의 자연스러움이 되길 바라며,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학년별 젠더 감수성 수업 자료 및 학급운영방법을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http://blog.naver.com/gdgamsung

2. 흥미로웠던 부분과 느낀점.
책에서 다루는 소재가 다양해서 지루할 틈 없이 계속 보게된다. 책을 택배 받은 다음날 읽기 시작했는데, 한 번에 다 읽었다. 서평 쓰려고 재독하면서 다시 봤는데도 여전히 좋다.

1) 수업 중 "82년생 김지영 읽기"는 읽으면서 불편해 할 법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이를 미러링 한다고 극중 김지영의 남편인 '79년생 정대현'이라는 글이 같이 돌았었다. 나는 둘 다 맞는 말이고, 오히려 이런 관점 때문에 페미니즘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녀중 누가 더 불행하냐를 경쟁하듯이 하나씩 열거해가며 소모적으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성차별로 인한 아픔과 불행을 안고 있으니 서로 이를 인정하고, 하나씩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

2) 성평등한 관점을 갖게 되면, 여러가지 논란이(?) 해결될 것 같다. 솔직한 것과 예의 없는 것이 다른 것처럼, 탈 코르셋과 격식 있는 자리에서 예의를 차리는 것은 다르다. 나답게 사는 것 - 꾸밀 자유도 안꾸밀 자유도 본인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3)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서 - 임산부들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을 학생들의 토의로 브레인 스토밍한 부분인데 초등학생들의 생각이라고는 놀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이 나왔다. SNS에서 쉽게 자주 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서 자기가 본 사람들은 모두 다 여자였다던가, 남자였다던가 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보다 훨씬 쓸모있어 보인다.

4) 몸교육도 좋은 것 같다. 사실 자신의 성이 아닌 다른 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상대의 성별에 대한 퀴즈나 고사 형식으로 보는 것-참 좋은 것 같다. 사실 남자들이 여자의 생리에 대해 무지한 건 겪어보지도 않고 교육도 제대로 안해주는데 당연한 것 아닐까? 생리고사는 문항도 잘 만든 것 같다.

5) 명칭에서 오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녹색어머니회를 학부모교통봉사단으로, 마미캅은 학부모 안전봉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의견은 적극 지지한다.

6) 책을 읽다보면 수업 도중 "왜 유엔 여성기구만 있고 남성기구는 없느냐-와 같은,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기울어진 시소에서 평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 쪽을 우선 더 배려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지만 이부분은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에 대해 아직 잘 모르므로, 좋은 책이 있으면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나는 정문정씨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책도 같은 맥락으로 읽었다. 상대가 무례한 발언을 했을 때 '당신 금 밟았어요'라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성차별도 마찬가지다. 성차별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 먼저 인지해야, 공감의 범위를 늘려서 모두의 문제로 이해하여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3.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

*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성 역할을 만들고 그것들이 실제로 누군가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때 성차별이 일어난다. ... 우리가 무의식중에 '자연스럽다'고 여겨 온 젠더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재고해 봐야 한다. - 5p

*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거대한 변화는 가장 작은 곳에서 온다. - 8p *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물학적인 성에 상관없이 다양한 특징을 동시에 지닌다. 여자로서, 남자로서가 아닌 그대로의 한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 18p
* 성별에 따라 색을 분리한 건 기업들의 시장 확대전략이었다. ... 장난감의 차이는 놀이의 차이로 이어진다. - 35p, * 공감의 범위를 넓혀서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함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 - 102p, *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을 아이들이 학습했다는 뜻이다. 아이들 눈에 사회가 이렇게 보인다면, 어른들은 조금 더 나은 인식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 103p *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고 사과도 요구할 수 있고,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사회여야 좀더 건강하지 않겠는가. - 116p * 나는 장애인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알고 공감할 수 있다. 교육 받았기 때문이다. ... 젠더교육은 사실 인권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학 배려하는 것이 젠더 교육이기 때문이다. - 182p * 우리가 장애를, 다문화를 배우며 인권 감수성을 키웠듯이 이제는 젠더를 배우고 젠더 감수성을 키울 차례다. - 183p * 누군가는 젠더 교육을 '공교육에서 트랜스젠더를 길러내고, 여성우월주의 이념을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젠더 교육은 "성범죄는 가해자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모두가 말할 수 있게 하는 것, 남녀 그 누구라도 새벽에 불 꺼진 화장실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우리 반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를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 고작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더 나아가 모두가 동등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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