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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본능 - 환경부 2018 우수과학도서 선정, 국립중앙도서관 2018년 휴가철에 읽기 좋은 도서 선정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 및 귀소에 대한 실험. 관찰. 탐구 보고서
모든 생명체들은 자기 집을 어떻게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자기 집으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야생초편지란 책이 생각나게 하는 담담하며 세밀한 분석보고서. 생태보고서. 논문같은 책.
귀소성이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 오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런 정의를 그냥. 자꾸.
반복해 읽어보니 과학적 용어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귀소성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삶에 나타난 수많은 양상 가운데 중심축을 이루며
자연계에서 동물은 귀소성의 이유와 방식에 대한 단서 이상의 것을 제공해준다. 어떤 방식이
가능한지, 검증된 방식이 무엇인지, 수백만년에 이르는 진화의 역사를 통해 어떤 방식이 효과를
거두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쯤되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가늠이 된다.
이런 이 책을 굳이 빠른 시간안에 끝까지 정독하며 완독해얄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두고두고 천천히 읽어보고 싶은 욕심과 되풀이해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늘과 별. 그리고 산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은 귀소성에서 비롯된 욕망을 보여준다.
누구나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한 근원에 마음이 이끌리는 법이다. - 에릭 호퍼
"인간 무리와 짐승 무리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의 차이가 대개 이를 기술하는
용어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훨씬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인간이 동물과 차별되는 이유로 드는 이성이란 것에 회의와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상황과 현실
속에서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과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참 묘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새들의 놀라운 신체 능력뿐 아니라 녀석들에게 내재된 인지 능력이나 정신적 능력에
당황하기보다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다.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은 특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데, 이는 유일하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주요 수단인 눈에 보이는 이정표만으로는
녀석들의 행동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노력들은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고자 써온 "의인화"라는 표현과 정면충돌하지만
그럼에도 "귀소성과 관련된 동물의 행동에는 욕구와 감정, 그리고 어느 정도의 이성까지 담겨있다
고 생각한다"고 하는데...과연 동물의 그런 행동에 인간같은 이성이 담겨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놀라운 산세나 오로라같은 장엄한 자연현상이나 신비로움을 보고 느끼는 경외감같은 그런건 아닌지
의심을 품어보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부질없는 억지임을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집은 수많은 동물의 삶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처럼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집에는 이를 소유하고
지키려는 욕구가 수반된다...수많은 동물종에게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는 서식지를 파괴할 때조차
인간은 동물의 "집"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도시재개발로 터전을 잃은 도시난민들 생각이 난다.
"다른 동물의 귀소 메커니즘은 실험할 때를 제외하고는 분명치 않기에 종종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런 메카니즘에는 인간에게는 부족한 감각능력과 신경처리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집짓기는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하면서도 때론 눈부신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는 동물의 행위로,
그 과정은 단순히 추론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이상한 것은, 책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의 집과 집짓기 행위가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특징일 텐데도 동물의 행동양식을 주제로 한
책 중에 집짓기를 언급한 사례가 지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벌들은 다른 벌이 해놓은 작업에 계속 힘을 보태는데, 그 결과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솜씨를 자랑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가 탄생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큰 소리 치지만 ...대체 무엇으로 ..어찌.. 동물보다 낫다 할 수 있을까.
"좋은 장소에 둥지를 트는 것과 나쁜 장소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지도상으로 종점이 정해져 있는
장거리 이동처럼 늘 쉽게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의 어떤 글귀를 보고 무엇을 읽어낼
지는 각자의 몫이란 말이 생각난다. 생태관찰 분석보고서같은 이 책의 이런 문구들이 나올 때면
무의식적으로 이게 무슨 의미를 내포한 건지 몇번을 나도 모르게 다시 읽어보게 되는 문구들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날아갈 때 홀로 남겨지지 않으려면 무리와함께 날아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 - 폴 로가트 러브
평소 좋은 책이란 잘 쓰여진 창작소설이 최고가 아닐까 싶었지만 이런 류의 저자의 심혈이 녹아든
실험. 탐험. 관찰.분석보고서같은 책들 역시 좋은 책의 반열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책은 저자의 심혈과 피땀이 오랜 시간 녹아들어 만들어진 책으로 정의를 내려야겠다.
그런 노력과 심혈은 짝퉁과는 다르고 창작과는 다르면서도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책이지 싶다.
이 책은 아들넘은 물론 웬만큼 책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면 쉽게 읽어내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내 기준에서의 좋은 책은 읽기 쉽거나 어렵거나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나중에 생계형 밥줄 문제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 터를 잡을 기회가 내게 온다면 ...
언제고 다시 읽고 싶은 책중 하나로 꼽을 만한 좋은 책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