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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사변
이태상.김미래 지음 / 자연과인문 / 2017년 9월
평점 :
80대의 노인과 20대의 아가씨가 메일로 주고받은 이런 저런 이야기 묶음.
20대 아가씨의 생각, 고민, 고충등을 80대의 노인이 카운셀러한 책이겠거니란 선입견과 달리
이 책은 두 사람이 서로를 영혼의 쌍둥이. 데자뷔로 생각하며 주고받은 다양한 글 모음이다.
처음에는 극존칭으로 시작되서 끝나는 손녀같은 딸에 대한 노인의 대화법이 영 어색하고
느끼하기까지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대화내용들에 집중하고 무시하며 읽어가다 보니 둘의
공통분모. 생각의 방식이 어떠한지..왜 둘이 서로를 이란성 쌍둥이처럼 생각하는지 알게 된다.
노인과 아가씨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대화.
메일로 주고 받다보니 일반적인 구어체 대화가 아니라 서간체이면서 문서체일 수 밖에 없고
문학적이거나 시적인 표현. 그리고 논설처럼 글이 정제되고 생각이 다듬어져 나온게 아닌지..
그럼에도 둘이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은 워낙 다양하고 하이클래스다 보니, 인생의 황혼에
있는 노인의 생각, 사고방식, 연륜을 엿보게 되고 상대인 20대 아가씨의 고충, 고민, 열정도
엿보게 되면서 그 둘이 주고받는 대화의 방식도 읽어갈 수록 관심과 흥미가 높아지게 된다.
"친애하는 미래님. 아래 칼럼, 책의 내용중 무엇, 어떤 시중 하나...을 읽고 같이 생각해봐여."
많은 글들이 어떤 대화의 화두를 또는 주제를 이렇게 시작해서 주고받고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인 사상로맨스란 말대로 둘이 인용한 사상로맨스에 어울리는 말들 많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올바른 가치판단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용기여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예상할 수 있는 삶은 없다. 닥치는 대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삶의 유일한 기법이다." [방랑 혹은 도전]중에서. 김진아
"어느 누구의 여행에서든 그의 행선지는 결코 그 어떤 장소이기 보다는 여행자가
사물을 바라보는 하나의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다. - 헨리 밀러
"여행기는 여행지에 관한 기록이기보다는 여행자 자신에 관한 것이다."
나는 사진과 감상을 광고 카피라이터처럼 편집한 책보다 여행을 하며 자신의 내면을 서술한
여행기를 더 좋아했는데 이 글이 누군가 왜냐고 물을 때 인용해 답하기 좋은 말인 듯 하다.
이 책에는 많은 시와 칼럼과 책의 문구들이 나오며 둘의 대화가 그만큼 사상로맨스적이다.
읽다보니 나중에는 노인이 던진 화두나 아가씨가 묻는 말에 나는 어찌 답할지 생각도 한다.
내게도 저런 대화를 나눌만한 상대를 가질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접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바일지는 몰라도 둘의 대화는 어쨌든 남과 여이기에 가능했다고 하면 돌 맞을 표현일까..
시공을 초월하고 나이를 초월해서 할 수 있는 펜팔이지만 성별이 달라서 지속가능한 대화.
그럼에도 생각을 다듬고 표현을 다듬어 주고받은 수준높은 주제와 화두의 대화는 오묘한
또 다른 하나의 세상같고 묘한 느낌을 준다. 오스카 와일드 말대로 섹스가 궁극인 남여도
아니고 우정이 매개인 친구도 아니며 단지 선후배로서도 아닌 묘한 느낌의 지속가능한 관계.
존경과 관심이 유지케하는 남여관계 속에서 주고받고 서로의 이야기와 답을 기다리 관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며 투덜대는 남여관계도 있지만
그대가 멀리 있어도 나는 시공을 초월해 그대의 말과 글이 답이 그립다는 관계.
둘의 나이가 어떠냐와 상관없이 남과 여이기에 지속 유지가능한 일였지 싶다.
허나. 남과 여를 떠나 대화가 통하고 삘이 통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상대가 그대는 있는가..
라고 틀어서 묻는다면 둘의 관계가 부러운 사람도 꽤 많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