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물거품 - 위대한 정신 칼릴 지브란과의 만남
칼릴 지브란 지음, 정은하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숱한 헛된 예언가중 하나인 줄 알았던 칼릴 지브란이란 인물이 이 두 권의 얇은 시집을

통해 삶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위대한 철학자이자 시인인줄 처음 알았다.


인간과 삶, 사랑, 죽음 그리고 영원이 저자의 주된 화두다.


나의 개인적인 문학취향은 함축적이며 해석이 필요한 시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하는데

오랫만에 손에 든 이 저자의 시들은 철학적이라 시집을 덮어도 오래 여운이 남는다.

한 페이지 한페이지마다 한참을 생각해야 했고 다음 페이지 넘기기 쉽지가 않았다.


신이 나를, 하나의 자갈을

이 경이로운 호수에 던졌을 때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수면을 어지럽혔습니다.

그러나

호수 깊은 곳에 도달하자

나는 침묵하게 되었습니다.


내게 침묵을 주십시오.

그리하면 나는 밤을 견디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p12


고독은 우리의 말라죽은 가지들을 부러뜨리는 고용한 폭풍.

허나

우리의 살아 있는 뿌리들을

숨 쉬는 대지의 고동치는 가슴속에

더욱 깊이 박아줍니다. p15


모든 우리의 말들은

영혼의 성찬에서 떨어져 흩어진

빵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p41


그대는 거대한 자아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빵을 갈구하는 입

혹은 마른 목을 축이려 잔을 들고 서 있는

손일 뿐입니다. p101. 모래 물거품


모든 고민과 불안은 내 안에서 나온다는 표제부의 소개글처럼 종교적 뉘앙스가 강하나

철학적, 사색적이며 인간적 고민이 담긴 이런 시와 문구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한 권의 두꺼운 소설책보다 이 얇은 시집 한권 읽는데 더 많은 시간과 심력이 소모된다.

"삶의 의미를 찾아 내면을 두드리는 칼릴 지브란의 고민고 사색" 이란 멘트가 딱이다.


"저의 목교, 저의 실현이신 하느님!

저는 당신의 어제이고 당신의 저의 내일입니다.

저는 땅에 내린 당신의 뿌리이고

당신은 거기서 하늘로 피어난 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햇볕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p 11 어느 광인의 이야기


저자가 중세에 태어나 이런 시를 지었나면 아마 마녀사냥을 당했으리라.


'나는 당신처럼 살아 있습니다.

나는 당신곁에 서 있습니다.

눈을 감아 보십시오.' 칼릴 그가 직접 쓴 묘비명이다.


이 대목에서 웬지 사후 신의 반열에 오르리라 자신했다던 니체가 생각나기도 한다.


정확한 연대는 굳이 살피지 않았지만 시의 내용과 문구로 볼 때 전적으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광인의 이야기보다 모래 물거품이 늦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먼가 더 다름어진 느낌과 세월의 풍화작용이 느껴진다라고 할까...


어느 광인의 이야기 시집은 우화같고 풍자같은 시들이 여러 편 있다.

이 시집의 제목을 광인의 이야기라 한 이유를 알 듯하기도 한데..풍자적인 우화는

그래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이들의 몫이라 생각했는데 광인들의 몫일까 싶기도 했다.


확실히 광인의 이야기 보다는 모래 물거품이 훨씬 정제된 느낌이다.


이 시집들을 보다 오랜 문제였던 시인과 소설가중 누가 더 윗선일까 새삼 생각했다.

시인은 리얼리스트고 소설가는 몽상가쪽에 가깝지 싶은데..그럼에도 소설가들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었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참 어려운 문제인 듯 하다.


광인. 모래. 물거품..웬지 감수성 강한 시인이 걸어야 하는 시계열의 순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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