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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평점 :
오랫만에 보는 3부로 나눠도 좋을 복합적이며 묘한 스토리의 소설.
한 부는 어린 소녀의 성장 소설로 1부 스토리 자체의 전체 라인은 어디서 본 듯한
신파조지만 세밀한 심리묘사보다 상황과 정황 묘사에 치중한 저자의 담담한 필체가
주는 느낌. 효과때문인지 생소한 느낌마저 주며 흥미를 잃지않게 했다.
다른 한 부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매카시즘이 유행하던 당시의 미국에서 동성애도
함께 매장하던 분위기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런 매장을 피해 신분을 세탁.위조해서
세상과 등진 채 또는 세상의 유행과 풍조를 무시하며 사는 대학연구소 소장로 있다가
고독과 외로움에 대리모를 통해 딸을 갖고 양육에 전념하며 살다 치매로 죽는 이야기.
그런 아비는 딸을 세상 밖은 물론 학교에도 안보낸 채 홈스쿨링을 통해 교육을 시키고
중학생 쯤일 딸을 연구소에 데려가 대학 연구소 프로젝트에 동참시키기까지 한다.
지적으로 우수하나 고지식하고 고집쎈 아비가 딸을 교육시켰을 때 그 교육효과는 탁월하나
홈스쿨의문제점이라 할 ..그 딸이 시대의 문화나 같은 또래와의 동화.사교.소통과 멀어지는
부작용은 커버하기가 어려울텐데 - 교육수준이 탁월할수록 - 아비가 치매에 걸리면서
아동보호국의 지시로 그 딸이 학교에 갔을 때 역시 안타깝게 적응을 못하고 겉돌게 된다.
소녀에게 학교 수업은 저급하고 동급생인 아이들은 거칠고 폭력적이며 겉돌게 된다.
세상 유일한 방어막이자 우상였고 스승이고 친구였던 아비가 낯선 타인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연구소의 옛 동료에게 괜찮은 척 하기도 하며 안팎으로 혼자 힘들어하는 딸..
보호가 필요할 딸은 후견인과 치매병원에 아비를 입원시키고 "기운차려요. 정신차리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누르고 "내일 만나러 올게요."라고 한다.
또 다른 한 부는 딸에게 조차 말 못하고 묻어둔 아비의 과거사를 가상현실의 인공지능컴퓨터에
저장하고 죽기전에 암호를 남겨 딸에게 전하는데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과정.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과 각각의 다른 스토리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한 권의 복합적이며 미묘한 소설을 구성한다.
이 책이 주는 전반적인 느낌은 조용하며 잔잔한 클래식 연주같은 느낌도 있고 스릴러적 요소도
있고 세가지 스토리가 엮여 풀어낸 감흥과 여운이 깊고 넓게 남는다.
담담한 인공지능의 독백이 있는 에필로그는 묘한 감흥이 전율로 남는다.
팩트와 현상. 요인과 결과를 추론하고 사유하며 재구성할 정도로 인공지능이 발전하다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영원하게 존재한다면 인공지능이 신의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까...
공상과학영화에서 처럼 인간의 장단점을 조율하고 조정해서 인간위에 군림하는 인공지능.
소설은 이해와 분석의 대상을 지나 경험의 영역이여야 의미가 있다는 역자 후기도
이 소설만큼이나 흥미롭고 공감한다. 오랫만에 깊이와 재미가 있는 소설였다.
오전내내부터 점심까지 굶고 마지막 페이지와 역자 후기까지 읽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