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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강
이인휘 지음 / 목선재 / 2020년 10월
평점 :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중년이 넘은 사람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소설
나는 평소 내 동년배인 60년대생. 80년대 학번들과 선배인 50년대생. 70년대 학번들의
지난 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었는 데 이 소설이 그에 얼추 맞는 셈였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며 견뎌낸 내 선배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비상구를 찾지 못한
내게 어떤 길을 가야 할 지에 대한 막연한 시사점이라도 내주지 싶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에 언제 어디서든 주역일 수 밖에 없는 젊은 이들이 없어서 좋았다.
소설이나 문학작품들이 희극보다는 비극을 통해 울림과 여운을 남기는 속성이 있기는 해도..
인간은 살며 감당해온 시간만큼 희노애락을 경험할텐데..백년도 못사는 우리 인간들은
어리석음의 대명사인양 기쁨과 즐거움보다 슬픔과 상처를 더 기억하며 끌어안고 사는 듯 하다.
슬픔과 상처가 단기에 그치게끔 털어내고 치유해서 벗어나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그 안에
매몰되어 자포자기한 채 박제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강요된 것이 아닌 선택에 가깝지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현명함. 지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소설속 등장인물들에는 그런 지혜를 갖구고 깨달음을 얻은 이들이 있다.
물론 주인공들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다가 누군가를 통해 치유의 길을 찾는다.
사랑에 상처받고 사랑을 통해 치유되는 인간.. 인간은 모순의 정점에 있지 싶다.
우리 인간은 사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충문함을 맛보지만
이 소설속에 표현되지 않은 노인들의 지혜와 깨달음을 엿보고 감응할 수 있었던 점이 ..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았는데 ..어쩌면 내가 이것도 또한 이제는 늙어가는 증거일지도..
50년대생인 이 소설의 저자는 젊은 작가들 못지않게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문장을 자랑한다.
어떤 문장은 미소를 짓게하고 어떤 문장은 노익장을 뽐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이 들어 은퇴한 작가들이 이 소설의 작가처럼 힘을 내어 그들과 주변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 지혜. 깨달음을 많이 들려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게 하는 소설이다.
젊은 사람들은 재미없을 듯 하고 나는 내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저자의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문체에는 평온함과 행복함이 엿보인다.
나도 그런 삶이고 싶고.. 저의 또 다른 소설이 나왔으면. 읽어보면 좋겠다.
젊은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밀려나고 지쳐버린 중년과 노년들 홧팅! 이라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