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풀 Joyful -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즐거움
잉그리드 페텔 리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가볍거나 유치한 제목의 이 책을 받고 초반 몇 챕터를 읽었을 때

나는 이 책을 기능성을 위주로 하는 일종의 자기개발서쯤으로 분류해놓고 가볍게 보았는데

중간쯤 읽었을 때는 이 책에서 말하는 요지에 공감하면서도 반론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으며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반론을 젚고 점점 매료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

깊은 탄식과 감탄. 놀라움. 혼란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일종의 자기개발서 같은 틀을 지녔지만 끈질기고 심도있는 성찰과 추적. 철학을

담고 있는 사회과학서로 봐도 되고 더 나아가 생활철학서로 봐도 되지 싶을 만큼이다.


"인간이 만든 환경은 울창한 숲보다는 차갑고 건조한 사막과 비슷한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지니고 있다."   "무지개는 에너지라는 미학과 풍요라는 미학의 완벽한 결합이다."


"집을 꾸미는 목표는 완벽함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일상의 아주 작은 순간이 우리의 생각을 즐거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뭔가가 관심을 끄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것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뜻밖의 반가움이란 모순이며,

우리 마음을 낯섦과 익숙함이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긴장상태다."


"놀라움의 미학이 주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때 온다."


"놀이는 즐거움을 얻는 가장 훌륭한 수단중 하나이며 우리 안엔 늘 놀고 싶은 아이가 있다."


"이 세계에는 눈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고 일상의 표면 밑에 숨어있는 즐거움도 있다."


"괜찮은 취향은 정상적인 모습을 요구하지만,

즐거움은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것보다는 독특하고 기이한 것에서 얻을 수 있다."


"경외감은 우리의 감각을 압도하고..  깊은 울림을 주며.. 일상의 사소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인간과 삶에 대한 놀라운 통찰은 형이상학적 관념이나 철학의 영역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도 당연히 존재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말들이 일일이 인용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읽다 보니 이 책의 주제인 즐거움을 쫒아 따라가다보니 행복론으로 읽어도 무방하지 싶었고

삶의 균형이라는 화두에서 균형을 풀어내고 힘을 보태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봐도 되지 싶었는데..


이 책 읽으며 잠깐 이의있습니다.와 같은 다른 생각은 ..


즐거움을 쫒는 저자의 추적과 성찰은 원더풀했고 끈질겼다. 허나.

즐거움을 그리 쫒다 보면 쉽게 지치거나 피로해지지 않겠나 하는 부분이 하나였고


"미니멀리즘은 풍요로움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면서

풍요의 미학을 빙자한 과잉이라고 압축한다." 이 부분이 다른 하나였는데 ..

미니멀리즘에 대해 저자가 어찌 생각하고 정의를 내린 것인지는 빠져있으니 건너뛰고..


"즐거움이 다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믿는 것은 상실의 순간이나 투쟁의 순간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말은 우리가 그토록 오랜 시간 찾아 헤맨 엘도라도나 종교처럼 갈구하던 무엇이 아니었던가..


상실의 순간이나 투쟁의 순간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믿음과 종교였다.


약속과 맹세는 말장난이나 껌이 되고 믿음을 상실하고 종교가 힘을 잃은 지금 이 순간에  

그리고 상실의 늪과 힘겨운 투쟁같은 삶의 순간순간에 우리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 이라니..

그러면 즐거움..엔조이 마이 라이프. 또는 카르페 디엠은 종교의 반열에 올려줘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세번째였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의문을 품어도 될 만큼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즐거움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즐거움의 강도를 약화시킨다."

이 문구로 볼 때 저자는 내 의심의 어떤 것은 생각했고 어떤 부분은 생각하지 않은 듯 하다.


[바깥 세계로부터 충만해지는 내면의 즐거움]

[즐거움은 찾기 어렵지 않다. 주변 어디에나 있다!]

이 책의 부제이고 모토인데 그래서 그런지 어찌보면 종교적 멘트같기도 하다.


저자가 끈질기게 추적한 즐거움의 원천 또는 미학 열가지는

에너지. 풍요. 자유. 조화. 놀이. 놀라움. 초월. 마법. 축하. 재생이다.


"즐거움을 쫒으며 생기는 변화에 설렘을 갖게 되면

삶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일들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다."


기대며 살아간다는 것은 종교인의 방식일텐데 근래 들어 나는 부쩍

우리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그 어떤 종교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즐거움을 향한 욕구는 곧 삶을 향한 욕구..즐거움은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일리있고 설득력있는 주장을 핏대를 올려 내세우다 보니 좀 오바한 부분도 있지 싶다.

즐거움은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선에서 합목적성을 지닌다 또는

지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진보와 보수로 갈리는 만큼 많지 않을까..


서평 하나 쓰면서 논쟁하듯 매달리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그만큼 이 책은 통찰과 설득력을 넘어 삶에 대한 어떤 강력한 힌트.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삶의 쾌락을 추구하는 쾌락주의는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늘 겪고 반복하는 삶의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찾으라 권할 뿐이다.


근데 이것이 생의 목적. 더 나아가 유일한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다보면 소확행이란 말과 겹치며 자연스레 든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바람직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가 8년간 쓴 책을 일주일간 읽은 내 아둔한 머리로 단순명료하게 이해할 순 없지 싶다.


바둑판에서 지극히 평범한 한 수가 기막힌 묘수가 될 때가 있는 것처럼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어쩌면 행복론의 화룡정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즐거움 또는 행복에 이르는 방법은 쉬워보이며 당위성마저 갖는 듯 하다.

허나 단순하고 쉬운 방법조차 현실적 실천은 때로 어려운 일도 종종 있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시는 책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 근래 읽은 책중

의사의 감정. 감정의 색깔 이후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 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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