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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평점 :
오랫만에 다시 보게된 강준만씨의 신작.
예전에 사상과 인물이란 잡지를 통해 알게된 후 기회될 때마다 보았는데
언제부턴가 그의 글이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강준만씨의 글을 읽는 건 독서의 기쁨을 맛보는 일이다.
그의 글은 늘 비평과 비판의 적절한 균형과 날카로운 시각으로 가득차 있어
한장 한장 또는 챕터마다 글다운 글을 읽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웬만한 창의적 글쓰기보다 그의 논평이나 시사평이 훨씬 더 흥미롭고 지적유희를
자극하며, 사회현상이나 문화현상을 대하고 분석해서 글을 쓰는 비판적 지식인의
어떤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하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마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작은 바벨탑을 세우려 하기 때문에
바로 그걸 동력삼아 바벨탑 공화국이 건재한 동시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자기 의존적으로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성취를 이루어가는 사회에서는 결국 광범위한
사람들이 삶이 하향평준화되면서 새로운 불안정 속에 공통적으로 놓이고 있다."
이 책에 언급된 부드러운 약탈..젠트리피케이션..학습된 무력감..전위된 공격..
소용돌이.. 등의 용어들이 사무친다.
이 책의 부제는 [욕망이 들끓는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이 책의 전반적 내용은 한국 주류사회 또는 잘난 이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지만
결국 평범한 또는 지금은 전락한 나에 대한 쓰라린 비판이자 비평이기도 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라는 누군가의 말도 생각나고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에 우리 모두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상구는 어디에 있을까..비상구가 있기는 한 걸까..
우리는 내 후배나 내 자식대에 또는 손자대에는.. 적절한 해법을 찾아낼수 있을까..
항아리나 우물같았던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회의가 든다.
이 책의 표지에 언급된 우리는 왜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 되었는가..라는 말이
이 책을 덮고 나서 보니 우리는 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삶의 질이 최악인
후진국에 사는 사람과 다름이 없을까로 보였다.
이런 문제와 현상들은 해소되거나 개선될 여지가 있기는 있을까..
오랜 시간 보아 온 저자의 글들은 어떤 편향이 있는 듯 하지만 결코 어느 쪽에도 딱히 치우침이
없이 비평과 비판을 가해서 오히려 그를 엄호하고 비호할 이는 독자뿐이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독자로서 그런 저자가 생각을 하게하고 이성을 자극하는 좋은 글을 오래오래 써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