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관 하세국 - 광해군의 첩보전쟁
박준수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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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집권말기의 어수선한 국제정세 속에서 헛되이 애만 쓰다 스러져간

역관 하세국에 대한 한편의 영화같은 소설.


조선왕조실록에 120번이나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평민출신의 하세국.

통역사. 첩보원으로 개고생하다 결국 여진족에 의해 참수된 하세국.


망해가는 명과 뜨는 해였던 청나라 사이에서 임진왜란을 겪은 광해군은

그나마 최적화된 조선의 군주였지 싶으나 그를 보좌하던 신하들은 맹목적일만큼

하나같이 왜 죄다 꼴통였을까...성리학에 경도되었을 망정 그들의 학식을 감안하고

임진왜란의 참상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중립 포지션의 광해를 몰아낸 인조반정으로 인해 조선은 초토화되는 수순을

필연처럼 밟아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였던가 싶기도 하고.. 임진왜란때 차라리

조선이 망해버렸으면 병자호란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는 참상은 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당시에 여진족에게 끌려간 조선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최소 20 최대 100만)

얼추 50만이라 감안하고 당시 조선의 많아야 오륙백만 내외의 인구를 감안해 생각하면..


도망간 자. 이미 죽은 자. 멀리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자...등 통밥을 굴리면

당시 여진족의 눈에 띄인 자중 죽음을 당하지 않은 자는 죄다 끌려간 셈이지 싶다.


이 소설은 그런 시대적 비극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였다.


광해와 청나라 사이에서 변방의 미천한 신분였던 통역사가 첩보원겸 시국분석.

정세파악 전달자 역할까지 수행하며 고군분투했지만 광해군이 몰락하기 전에

이미 잘린 수족이 된 하세국이란 평민의 통역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것에 의해 각자의 삶과 운명이 결정될 것.."

이란 말과  "조선은 말로 싸우고 명은 위세로 싸우며 청은 병장기로 싸웠다"

는 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또 덮고 나서도 두고두고 남는다.


이 소설의 저자가 쓴 책은 처음이었지만 이 저자의 문체는 웬지 낯설지 않았다.

역사 소설로서 묘한 매력. 흡인력을 지닌 서정성과 사유를 담은 간결한 문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한반도에서 수탈의 대상이자 굶주림과 사투했던 백성들의 삶을

아사리판에서 지옥도에서나 볼 수 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사대부. 양반들이 왕과 함께 지탱해온 조선이라는 나라가 좀 더 일찍 망했다면

자연에 기생하듯 살아가던 당시 서민들의 수탈당하던 삶은 좀 더 나았을까..


쓸만한 왕 하나 없던 조선 왕의 목을 치지 못하고 향리의 왕으로 남길 원했고 만족했던

양반들을 무너뜨리지 못한 게 조선의 비극이며 백성들의 무능이란 누구의 말이 떠오른다.


짱깨와 양넘들 사이에 낑겨 국론은 갈리고 갈팡질팡하는 현재의 모습도 그때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광해군이 저승에서 이 꼴을 보면 머라 훈수를 할지 궁금하다.


나를 들여다 보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나만 들여다보면 싸이코가 될 위험도 있다.

남을 들여다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식의 역사소설보다 인문학으로서의 역사소설들은

나보다 먼저 간 이들의 스산한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웬지 모르게 김훈의 현의 노래가 생각나게 하는 소설였고

한여름 피서지에서 읽어볼 만한 소설중 하나로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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