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이춘기 지음, 이복규 엮음 / 학지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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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1월1일 ~ 1990년11월11일 까지의 일기를 담았다.

거의 30년 가까이의 일기들이다.

여기에 담긴 내용들은 그렇게 30년이지만 일기의 주인공인 이춘기님은 1906년11월30일 생으로 일제 시대와 해방기를 경험한 역사의 큰 일들을 직접 겪었고 보고 들은 분이다.

1991년6월8일에 돌아가셨으니 거의 돌아가시기 반년전까지 일기를 쓰신 셈이다... 참 대단하다.

그래서 그의 일기 속에는 시대의 이야기, 당시 사회 분위기,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잘 드러나있다.

그저 역사의 이야기로 가끔 듣게 되고 교과서나 역사소설, 역사를 담은 이야속에서 보지 못했던 생생한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만날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속의 위인이나 어떤 큰 일을 해 낸 인물이 아닌 일반인의 일기를 이렇게 책으로 내놓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해서 고르게 되는 책이 아닐수도 있다.

아.마.도... 출판사 입장에서도 기왕이면 하고 바라는 수익이 일어날, 선호하는 책이 되기를 기대하기 보다 30년의 일기가 가지는 가치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알았으면 하는 역사속 일반인의 거의 거르지 않고 꾸준히 써내려간 일기속 이야기들을 남기고 읽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것 같다.

무엇보다 30년간 한결같이 일기를 써 왔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

원본 일기장의 부분을 책속에 담아놓아 읽기 쉽게 잘 정리해 놓은 페이지속의 이야기들이 더 생생하게 느낌있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춘기님은 그 이전에도 일기를 쓰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의 50대 중반에 일기를 쓰기 시작해 꾸준히 기록처럼 적어놓기가 쉽지 않다.

그 이전의 기록은 따로 없다고 해도 꾸준히 글을 쓰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체나 정리해 놓은 내용의 간결함과 요점을 담아낸 감성들이 그런 느낌을 준다.

하루의 이야기를 생각을 담아서 그렇게 길게 주저리주저리 담아내지 않았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해서 병원에 가서 확실하게 진단을 받기도 전에 세간을 정리하고 빚 정리를 하고... 참 진실한 성향을 가진 부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일기속 가족들과 만남을 시작한다.

다 큰 자녀들도 있지만 터울이 있는 어린 두 아들에 대한 걱정과 병을 대하는 마음과 생각들이 우리의 옛 부모들의 모습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먼저 부인을 떠나보내고 자녀들을 바르게 키워가는 아버지의 노력과 신앙생활, 농사일, 사람들과의 관계 등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다독이고 힘들 시간을 견뎌내는 이야기들이 과하지 않은 감성으로 담백하게 담아놓았다.

그저 시골에서 복숭아밭 일구며 살아간 촌 농부의 하루 하루를 담은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사회과 가정, 주변을 보는 넓은 시각과 관심을 담아낸 지식인의 느낌을 준다.

역시나 뒤에 약력과 가족에 대해 정리해 놓은 걸 보니 배움도 있고 여러 활동도 하신 분이었다.

6형제를 어머니 없이도 반듯하게 잘 키워냈고 모두 자신이 속한 곳에서 인정받는 인재들이 되었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 어머니가 들어와 가족들과 함께 잘 조화되기 위해 서로간에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등 개인적인 여러 이야기부터 세상의 여러 이슈들과 사안들에 대한 생각 등등 그냥 누군가의 일생의 이야기구나 하기보다 우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구나 하는 같은 생각, 고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무엇보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간들과 그 시간들 속에서 자신들이 성장한 역사를 오래도록 같이 할 수 있게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이 가슴 먹먹하고 의미있을것 같다.

나도 몇년전 아버지께서 정리해주신 이야기들을 타이핑해서 제본으로 엮어드렸는데... 누구나 자신의 오랜 이야기들을 남겨놓고 싶은 열망이 있는것 같다.

그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내 아버지의 생각, 인생을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을 정리한 저자도 일기의 주인공이 적어놓은 일기장을 하나씩 정리해 가면서 그분의 인생에서 우리 조상들, 어른들, 그리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많은 생각을 했을것 같다.

누군가의 일기가 아닌 내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이웃 어르신의 이야기와 만난 느낌이다.

올해 시작하면서 결심했던 것이 매일 성경 읽기, 성경필사였는데... 이리저리 미루다 한달이 가버렸다.

이 책을 읽으며 늦었다 포기말고 이제라도 다시 하루하루 꾸준하게 시작해보자 하는 결심을 품는다.

어릴적 적어놓은 일기가 아직 있다.

중간에 몇십년이 이미 지나갔지만 지금이라도 단 몇줄이라도 내 삶의 내 하루하루의 소소한 이야기들도 담아놓아야겠다.

이춘기님이 돌아가시기 얼마전 쓰셨던 일기에서 자신의 오랜 일기들을 펼쳐보고 든 생각을 또 일기속에 담아내었듯이 돌이켜 봤을때 내 삶의 모습에 대해 또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그것이 지금부터 얼마나 후의 일일지 모르지만 내 삶을 단 한줄이라도 기록해 놓는 것은 참 의미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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