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혜인은 알고 있었을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 '나'는 끝까지 혜인에게 말하지 못한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나 성소수자다' '나를 알아봐달라'고 말하는 나와
혜인에게 말하지 못하는 '나'를 보았을 때 약간의 갭이 느껴졌지만, 그것조차도 이해가 됐다.
비밀은 나를 잘 모르는 익명의 다수에게 말했을 때, 오히려 더 편해질 수 있을 수도. 라고 생각해서였다.
익명의 다수가 '나'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에 욕을 쓰든 뭘 하든 사실상 신고나 고소를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혜인은 그렇게 넘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을 것이다.
첫 사랑, 사랑을 잘 알지 못했을 때의 풋사랑 그리고 동시에 미안한 감정.
그리고 그녀에게서 외면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저런 생각을 한 것일 것이다.
그녀가 나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나는 좀 더 편안해졌고, 그것은 나의 용기가 되었다고.
그 용기라는 것은 혜인을 마주할 용기일까? 아니면 굳이 나의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었을까.
'나'의 이런 짧은 문장에서도 이런 건 아닐까, 저런 건 아닐까라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의문이 든 게, 과연 혜인이 몰랐을까 라는 점이다.
나는 읽으면서 이미 혜인이 '나'의 정체성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그 일이 정말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다시 재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혜인은 아무렇지 않게 나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나'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혜인이 다 알면서 태연한 행동을 취하는 반면에
마지막에 결국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답답하기도, 또 이해가 되기도 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하지 못했을 때, 가장 답답한 건 본인일테니까.
그 답답함이 내 목구멍까지 차오를 정도로, 섬세한 감정묘사가 이어져서
김봉곤 작가가 이러한 감정묘사를 굉장히 잘 한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