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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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에 출간 된 따끈따근한 신작이다. 신간을 누구보다 빠르게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꽤 재미있는 경험이다.


이 책을 받고 뒤에 추천사를 보아도 책에 대한 설명을 보아도 표지를 보아도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작가인 백온유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며 창비 청소년 문학상과 젊은 작가상 수상자라는 것 외에 책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는 이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무슨 내용의 책인지는 알아보는 편이고 스포도 꽤 즐기는 편이라 아예 사전 정보가 없이 읽기 시작하는 책은 아주 드문 편인데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할 때 많이 망설였다.


책은 ‘시안’과 ‘해원’ 고3인 두 친구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진행 된다. 번갈아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시안’ 과 ‘해원’은 서로 꽤 다른 상황의 아이로 나온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엄마를 아빠와 함께 간호하는 ‘시안’과 평범하게 고3 스트레스를 겪고 밤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남자친구로 고민이 많은 ‘해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둘 사이에 어떠한 접점은 있어보이는데 초반에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아서 나는 이 소설을 마치 추리 소설 읽듯이 읽어야 했다.


시안이 엄마를 간호하던 병원에서 해원의 오빠인 ‘해일’을 만나고, 시안과 해원이 재회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친했지만, 지금은 어딘가 불편한 둘의 관계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점점 궁금함을 품고 책을 읽었다.


해원의 가족과 시안의 가족은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고, 시안, 해원, 해일은 남매처럼 자랐지만, 프락시모라는 전염병이 돌고 해원의 엄마가 슈퍼전파자 N번이 되고 이로 인해 시안의 엄마가 프락시모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고, 슈퍼전파자로 사람들의 비난을 견디다 못해 도망친 해원의 가족과 그로인해 개명까지 하게 된 해원….


지금의 코로나 시국에 맞아떨어지는 소재이기는 하나 전염병이나 슈퍼전파자에 대한 내용을 깊이 다루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시안의 성장 소설이었다.


어찌보면 가해자(??)이면서 저와는 다르게 평범하게 지내는 해원을 보는 시안이 어떤 기분일지 느껴졌다. 읽으면서 나도 문득 겁이 났을 정도다. 세상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며 나도 가족 중 누군가 이렇게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이런 상황이 된다면 나는 시안처럼 있을 수 있을까.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알 수 없는 간병을 나는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시안은 해원에게 몹쓸 부탁을 가장한 협박을 하기도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안은 끝까지 엄마를 놓지 않는 것이 대단했다. 내용 중에서 식물인간인 엄마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시안은 페퍼민트차를 타서 엄마의 입에 적셔주는 내용이 나온다. 페퍼민트 특유의 씁쓸하고 시원한 느낌이 왠지 시안에게 딱인 것 같아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220 p.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 걸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엄마는, 우리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많이 두려웠다. 비단 누군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내가 만약 시안과 비슷한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내 마음을 단단히 잡고 그늘을 벗어나 햇볕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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