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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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본론에 들어가기전에 결론부터 한마디.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모르더라도, 베토벤음악에 관심이 1도 없을지라도, 이 책은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 어디쯤 제인오스틴의 문학관을 보면서 '따뜻하고 정돈된 소우주'라는 표현이 나온다.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이 책이 나와 결이 맞았을수도 있고, 현재의 나와 호흡이 비슷할수도 있다. 어쨌든, 좋다!!!

이 책은 저자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2025년, 프랑스와 영국을 걸으며 나눈 대화와 침묵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여행수필이다. 중간중간 머무를 수 있는 사진들이 있고, 마지막에는 백건우 음악연보가 실려있다.

이런 음악들이 있구나 흘려보더라도, 유튜브에서 섬마을공연은 꼭 찾아서 들어보길 권한다. 투박하지만 안으로 감기는 슬픔이 이게 음악이구나, 예술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연주하는지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 알고 다시 보니 더 좋은건 말할 필요도.

(p.11 프롤로그 중에서)
2027년 3월 26일,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200년이 되는 해를 앞두고 우리는 다시 묻는다. 베토벤은 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뜨겁고,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진실한 음악가인지. 그리고 우리의 백건우는 왜 평생을 베토벤과 함께 걷고 있는지를.

백선배는 왜 그렇게 자주, 또 깊이 베토벤을 연주하냐는 저자의 질문에 그는 답한다. "베토벤은 마치 내 삶의 한 페이지에 이미 오래전에 새겨져 버린 사람 같아요. 나는 그에게서 늘 질문을 받습니다. '백건우, 너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느냐?'하고."(p.24)

✏️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또는 그와 관련된 것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 행함의 깊이를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일하게 듣는 베토벤 피아노 연주가 백건우, 바로 그일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은 듯한 답이었다. 너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느냐...

p.111
"저는 베토벤을 '웅장하게' 연주하려 하지 않아요. 그건 이미 너무 많이 해석된 방식입니다. 오히려 음악이 버티고 있는 상태, 그 상태를 그대로 두고 싶어요."

✏️ 그가 연주하는 베토벤이 다른 이유, 바로 이거였다. 투박함속에 슬픔이, 그 슬픔속에 견고함이, 그런것들이 오롯이 느껴졌던 이유말이다.

p. 112
다만 그 고통이 사람을 파괴하지않도록, 또 다른 언어를 건넨다. 소리와 색,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은 잠시나마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

✏️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저자가 멋지다. 이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마음과 너무나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계획이 아닐까 싶었다. 섬마을에서 연주를 했을 때 그가 했던 말. "음악이라는 게...사람 많은 데서 큰 박수 받으라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가장 음악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와요. 고립된 곳, 조용한 곳, 그리고 누군가 기다리는 곳."

우리는 늘 우리의 잣대로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기준으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그 행하지 않음 속에 더 절실한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p. 146
'이 결과가 나를 끝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까?'

✏️ 너무 너무 좋은 질문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지금 당장의 결과에 급급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을까 싶었다. 순간순간의, 하루하루의, 눈에 보이는 사소한 성과들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다고. 어쩌면 그것들이 쌓여서 인생이 된다고 추상적인 관념으로 나를 위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 그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결과 없어도 괜찮다. 끝까지 자기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어야겠다.

p. 211
예술은 자유가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유를 빼앗긴 예술은 선전의 도구일 뿐 음악이 되지 않습니다.

✏️ 이 문장을 보고 궁금했다. 쇼스타코비치를, 그리고 그의 음악을 백건우는 어찌 보고 있을까.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동안 좀 달리 생각했다. 물론 내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유라는게 외부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다. 음악안에 내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 안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

✏️ 패딩턴 역, 제인오스틴 센터, 홀번 뮤지엄, 웨일스 민속마을, 키디프성, 카디프 외곽의 오래된 성당, 바쓰의 골목, 고야의 카피그림이 있던 작은 카페마저도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한 번 가보고 싶다. 베토벤을 들으며.

✏️ 피아노 소리가 흔들리는 바람사이에 있어도, '고요 속의 위로'가 너무나 어울리는 피아니스트, 그 이름은 백건우다.

(인스타그램 요조앤서평단을 통해 열아홉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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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 숲으로 걸어간 할머니, 엠마 게이트우드의 놀라운 여정
벤 몽고메리 지음, 우진하 옮김 / 수오서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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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은 '애팔래치아 산맥을 홀로 완주한 최초의 여성'인 엠마 게이트우드에 관한 취재기이다. 저널리스트인 벤 몽고메리는 엠마 게이트우드가 남긴 일기와 편지, 유족 인터뷰, 엠마의 여정중에 그녀를 만난 사람들의 기록이나 인터뷰등을 통해 그녀의 삶을 말한다. 이 글 속에는 엠마 게이트우드의 삶과 여정도 있지만, 애팔래치아 산악 지대의 역사,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특히 인종차별)와 사회문제,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 경제적 환경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 이 책은 생생한 역사 안에 한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보다 의도하지 않은 울림이 강한 책이다.

오랜 세월 배우자의 폭력을 감내하고 아이들에 대한 헌신(11명의 자녀)으로 살아온 한 여인이, 우연히 잡지에서 보게 된 기사 하나로 지금까지는 해본 적도 없는 선택을 한다. 그것도 67세라는 나이에.

📖 엠마는 뭔가를 한번 바꿔보고 싶었다.
"그때 내 나이 비록 예순하고도 여섯이었지막," 훗날 그녀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한다. "나는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p. 29)

이 문장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웠다. 스스로 나이들어감을 인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척, 늘 그 자리에 서있는 내가 보였다. 엠마는 현실을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을거라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그녀가 애팔래치아 산맥을 가기 위해 한 준비 행동들이 가볍지 않았다. 요양원에서 일을 하며 받는 돈을 모으고, 매일매일 걷는 거리를 늘려가며 걷는 연습을 하는 것.

노안을 핑계삼아(그동안의 나는 나름 정당한, 이유있는 변명이었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해야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미뤄온 나에게 엠마 게이트우드는 말한다. "그저 한발을 먼저 내딛고 그 다음에 다른 발을 내디디면 된다. 500만번 정도만 그렇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인스타그램 @yozo_anne 요조앤서평단을 통해 수오서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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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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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DNA》는 엔비디아 코리아 전 대표가 기록한 젠슨 황의 승리의 법칙이자,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생존법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엔비디아가 지금까지 유지해 온 철학을 이해함과 아울러 그 사고방식과 실행의 속도를 우리 삶의 DNA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젠슨 황의 리더쉽스타일과 조직운영의 모습을 보여주고, AI시대의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한국기업의 생존 로드맵은 어떠한지 서술한다.

각 챕터의 마무리에는  '사고를 흔드는 질문'과 그에 대한 자세한 '토론포인트'가 적혀있다. 개인보다는 어떤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생각의 팁들이 있다.

📌 이 책을 읽을 때는 모든 챕터를 보는 것도 좋겠지만, 목차를 보고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정독, 재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목적은 엔비디아의 DNA를 내 삶에 심는거니까 말이다.

✏️ 엔비디아에서 저자가 가장 깊이 배운 것은, 리더십의 방향성이 회사의 속도를 결정한다는사실이었다.(p. 8) 이런 것은 개인의 인생설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일단 방향을 정하고 달려야지 제대로 된 속도를 낼 수 있다.

✏️ <한국사회가 4.5일제를 외칠 때, 젠슨 황은 '고통'을 말한다>는 챕터는 속이 시원해지게 했다. 처음 4.5일제를 도입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이게 맞나 싶었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저자의 말대로, 지금이 과연 편안함을 먼저 이야기해도 되는 시대인가(p. 84)싶었다. 워라벨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워라벨은 결과여야 한다.(p.87)

✏️ 아이들이 자라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현재 부모세대에서 유망하고 편안했던 직업들이 과연 내 아이들의 세대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우리의 대화 끝의 대부분의 답은 '없어진다'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해답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생각을 다르게 해봐야 한다는 팁을 얻었다.
질문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 "이 직업이 사라질까?"가 아니라, "이 직업의 어떤 기능이 사라지고, 어떤 기능이 더 중요해질까?"(p. 234)
기술 혁명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의 구조를 재배치한다는 점이다. (p.232)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다양해 질수도, 특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 AI시대에 개인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다.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다.(p.252) AI시대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자세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 시기에 더 중요해진 것은 맞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완벽이나 준비를 다하고 다가간다면 그건 이미 늦은 행보일테니까 말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은 접어두고 일단 시작하는 거, 그게 답이다. 부족하지 않은가라고 되묻는 순간, 주저하는 순간 또다른 것을 준비해야 되는 시대가 지금이니까 말이다.


(인스타그램 단단한맘수련서평단에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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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 릿츠 숏츠 문학 1
이우 지음 / 릿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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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우 #야생의사고 #릿츠 #북스타그램


📚 이우《야생의 사고》

악어부족이라는 원시인이 살고 있는 외딴섬에, 비행기사고로 머물게 된 남자. 이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이에게 몇 장만 읽어줄게라고 시작했던 책은 결국 끝까지 읽게 되었다. 비록 2~30분에 걸친 짧은 시간이었지만, 책 한 권을 소리내어 다 읽어보는 것은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다.

중간중간 아이와 웃기도 하고, 다음 장면을 상상도 하면서 말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아이가 물었다. 어차피 우리는 현실속에 있고, 여기에서 살아가려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 나와는 결이 맞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런데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일까? 라고.

인정욕구가 인간의 본능이라 한다면 사실 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다만 정해놓은 스스로의 선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참을 내생각을 아이에게 이야기했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았다.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작가님, 왜 쓰셨나요? 대답도 듣고 싶은 책이다.

덧, 딸아, 설거지하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그런 세계속에 있더라도 내가 주체가 되는 길을 갈 수 있다면, 그게 주류에 합류한 길이든 아니든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무작정 추종하는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생각을 해보는거지. 이렇게 말이야. 비트겐슈타인이 그랬어.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라고. 내가 남들이 말하는 어떤 집에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집에서 누구랑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게 중요한 거라고.
뭐 생각 좀 더 한다고 우리뇌가 닳는 것도 아니잖아?^^

📖 p. 34~35
어느새 나의 행색은 영락없는 악어 부족이었다. 그렇다고 일상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예전처럼 비생산적인 인간처럼 하릴없이 지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문득 그저 그들의 식량만 축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밥값을 치를 만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나의 존재를 인정받을 만한 무언가를 해 보고 싶었다. 친구를 사귀고, 그들의 언어를 배우며, 활력적이고 행복한삶을 살고 싶었다.

📖 p. 53
"그건ㆍㆍㆍ나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물건이야."
"족쇄처럼 손목에 차는 게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거예요? 이렇게 무거운데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롤렉스를 톡톡치더니 물었다.

📖 p. 92
청각을 곤두세운다.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내가 갈망하는 이 모든 것이 하찮게 여겨질 뱃고동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부우우우우ㅡ"
그렇게 되면,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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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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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린지피츠해리스 #얼굴만들기 #열린책들 #북스타그램

📚 린지 피치해리스 《얼굴 만들기》: 성형외과의의 탄생

논픽션작가 린지 피치해리스의 《얼굴 만들기》는 1차세계대전 때의 성형수술을 기점으로 하여, 당시 해럴드 길리스를 포함한 의료진이 퀸스병원에서 어떠한 상황들을 해결해나가는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얼굴이 망가진 사람들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병사들의 얼굴성형은 미용을 위한 성형이 아니라 정말 인간답게 살고자, 살아남고 싶었던 사람들의 목숨을 건 사투였다. 얼굴이 손상된 병사들은 다른 부상자들과는 다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전쟁이 끝난뒤 영웅대접은 고사하고, 거부감과 혐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로부터 또다른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것이다.

전쟁영화나 다큐를 보면서도 내가 이렇게 둔감했구나 새삼 느끼게하는 책이기도 했다. 작가의 말대로 이렇게 세심하게 표현하지 않았다면, 변화과정에 대한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병사들이 겪었을 고통을, 그리고 의료진들의 노고를 제대로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의학사의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초심"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요즘처럼 의대진학에 미친(이 단어가 과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이 책 좀 꼭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특히나 의대에서 기본이 되어야할 전공들을 뒤로하고 성형이나 피부에 관심이 있어서 간다면 더더욱. 의료의 시작은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기 위하여,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건강한 삶을 위하여 있다고 말이다.


📖 p. 106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얼굴 손상은 병사에게 극도의 정서적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외과 의사 프레드 알비는 이렇게 표현했다. <정신적 충격은 평생 이어질 것이 분명하며 자신뿐 아니라 남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병사가 <자기 세계의 이방인>이 된 것처럼 느끼기도 하며, <자기 자신이 낯선 사람인 듯 느껴지는 것이 세월이 흘러도 약해지지 않는 지옥 같은 상황>임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p.150
케임브리지 군 병원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길리스는 병동에 거울을 금지했다. 새로 오는 환자들이 손상된 자신의 얼굴을 처음으로 접하고서 충격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한편, 다 끝날 때까지 오래 걸리는 재건 수술 동안 환자들이 얼굴을 보며 받을 충격을 막기 위해서였다.

📖 p. 327
전쟁 때 길리스의 혁신적인 활동은 의학사의 한 전환점을 이루었다. 단지 기능만이 아니라 미학도 고려하는 신세대 성형외과 의사들을 배출할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코 성형술처럼 전쟁 이전부터 있던 성형 수술법도 있었지만, 기존 기법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법을 상상하며 검증하고 표준화하는 일은 길리스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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