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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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주 산문집 《보편의 단어》

이 책을 소개하는 문장중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읽고 쓰고 말하고 떠올리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나 좀 부정적이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쓰는 언어가 늘 나의 한계일수밖에 없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에 공감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단어들이 늘 내 생각을 다 나타낼 수 없다는 것에만 마음을 쓴 것이다.

그런데 버팀목이라는 것을 보면서 그럴수도 있구나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보편의 단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책 속의 단어들은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지만, 가끔은 어~나는 다른데. 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그것은 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풍부함과 복잡성 그리고 한 개인에게만 느껴질수도 있는 유일성, 그 모든 것을 인정해보자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그런 교감을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품어줄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사회가 될테니 말이다.

그리고 한 단어가 가지는 다양성으로 인하여, 우리가 사유하고 느낄 수 있는 세계가 그만큼 더 풍요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다른 게 아니고, 다양할 뿐이라는 것.

p. 11~12
난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워지면 그가 남긴 말과 글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 사람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음성과 손가락 끝에서 솟아나는 글자마다 그의 생각과 감정은 풀론이고 삶의 숨결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 사유체제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무의미한 단어는 없다. 우리가 자주 읽고 쓰고 떠올리는 모든 단어에 각자의 삶이 투영돼 있기 마련이다.

새로운 것과 친숙한 것 모두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일상을 떠받치는 건 후자가 아닌가 싶다. 낯선 것은 우릴 설레게 만들기는 하지만, 눈에 익거나 친숙하지 않은 탓에 마음을 편안히 기댈 수 없다.
삶의 무게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날, 마음을 지탱해 주는 건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다.

p. 28
원망은 다른 감정을 밟고 위로 올라선다.
원망은 여간해선 마음의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는다.

p. 138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중엔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젓한 카페에서 빗소 리와 함께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저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무언 가를 좋아하는 일이 이처럼 정교함을 요 할 진대, 사랑을 주고받는 과정은 오죽 할까 싶다. 우린 사랑에 빠지거나 심지어 벗어날 때도 상대를 향해 감정의 촉수를 세워 사랑의 생성과 종말을 감지한다.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p. 159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 사유 체계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때론 평범한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보편적인 단어 하나가 마음의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때론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떠올린 낯선 낱말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의미한 단어는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읽고 쓰고 발음하고 연상하는 모든 단어엔 각자의 삶이 투영돼 있기 마련이다.

p. 169
종이책을 들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때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책을 뒤적이고 있으면 묘한 동료의식을 느낄 정도다. 마치《화씨451》에 등장하는 저항 세력이라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와우...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다니!!!!! 내가 가졌던 느낌, 생각......)

p. 183
난 허세 섞인 말로 거드럭거리는 사람 앞에서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이룬 성과와 성취를 필요 이상으로 과시하는 이들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단순히 그들이 허풍쟁이라서가 아니다. 지나친 자랑의 밑바닥에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이중성이 깔린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잘나갈 때는 쓸개라도 떼어줄 것처럼 알랑방귀를 뀌며 접근하지만, 이용 가치가 사라지면 사람을 투명 인간 취급하면서 안면박대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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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마커스 초운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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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초운《지금 과학》

저자는 양자 컴퓨터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학 지식이 없는 청중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양자 컴퓨터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하고, 다른 모든 것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한 가지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과학 개념을 설명하는 것에도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21가지 개념에 대하여 설명을 시도한다. 그게 바로《지금 과학》이다.

이 책에서 논하는 21가지는 중력, 전기력, 지구 온난화, 태양이 뜨거운 이유, 열역학 제2법칙, 판 구조론, 양자 이론, 원자, 진화론,특수 상대성 이론, 뇌, 일반 상대성 이론, 인간의 진화, 블랙홀, 표준 모형, 양자 컴퓨터, 중력파, 힉스장, 반물질, 중성미자, 빅뱅이다.

마커스 초운의 말대로, 어떤 것에 대한 한 가지 개념을 설명한다고 해서 관련된 다른 것들이 완벽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은 쉽게 느껴질 것이고, 모르던 것은 모르는 대로의 이해부족도 생길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런 기초과학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읽어야 되는 이유는,

이러한 책이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불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별관심없이 지나가던 것도 단어 하나의 습득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질 수 있다.

또한 논리적인 추론을 따라가다보면 과학적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이는 우리가 우리 삶의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 책의 각 개념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관심있는 단어부터 찾아 읽어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낯선 단어부터 읽었다. 중력파, 힉스장, 반물질, 중성미자 이런 식으로 말이다.


🔸️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 또 다른 용어들의 개념을 책 뒤쪽부분 여러장에 걸쳐 설명을 더해 놨다. 그 밖의 궁금한 것은 각자의 몫이다.

(까치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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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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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이 료 《정욕》

이 책은,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생각이, 책을 받고 책표지의 한자를 보고나서야 당황스러웠던 것처럼, 책을 읽고나서는 또한번의 비슷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제대로 된 관점이 맞는 것인가. 혹여 나의 시선들로 상처받았던 사람들은 없었을 것인가.

내가 상상하거나 한정지을 수 없는 세계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세계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인데 그곳은 없어야 되는 것처럼,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잘 살아가는게 무엇인지, 다른 이들과 공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잣대의 기준이 무엇이며, 진정 그게 바른 답인지. 혹여 그 잣대들 너머에 방치된 이들은 없는지, 그 잣대의 기준이 사회의 보편적 시각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휘둘러져 상처를 내지는 않았는지, 많은 생각들속에 머물게 한 책이었다.

기존의 가치속에 머무는 것이, 변해가는 세계속에 맞추는것보다 단지 편하기 때문에, 때로는 다른이들의 시선속에서 튀는 것이 싫어서, 각가 다른 이유들로 우리는 평범함이라는 것을 가장하고는 있지 않은지.
한번은 진정한 자신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p. 8~9
다양성, 이 단어 속에는 축복과 비슷한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자.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더라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자. 나답다는 데 당당해지자. 타고난 속성을 다른 이가 판단하는 건 틀렸다. 가슴이 상쾌해질 정도로 축복이 반짝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소수자 가운데서도 주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자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자신과 다른 것'에만 해당하는 말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나머지 이해하기 힘든, 직시할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워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것에는 단단히 뚜껑을 덮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죠.

p. 328~329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욕구는 세상의 긍정을 받는다. 온 세상이 성욕을 품은 대상과의 연애를 장려하고 성욕을 품은 대상과의 결혼, 그리고 생식은 우주의 축복은 받는다. 그런 풍경 속에서 살았다면 나는 어떤 인격으로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성욕은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주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품은 욕망은 '거기에 당연히 있는 것'으로 생각되길 바란다.
뭘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이 별에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싶다. 모든 걸 가지지 못하고 살더라도 이 별이라면 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싶다. 이 세상이 그런 곳이 되면, 예를 들어 인생 도중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더라도, 살아간다는 자체에 절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어엿한, 평범한, 일반적, 상식적, 자신이 그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째서 반대편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사는 길을 좁히려고 할까. 다수의 인간 쪽에 있다는 자체가 그 사람에게 최대의, 그리고 유일한 정체성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누구나 어제 본 건너편에서 눈뜰 가능성이 있다. 어엿한 쪽에 있던 어제의 자신이 금지한 항목에 오늘의 내가 고통받을 가능성이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살기 쉬운 세상이란 곧, 내일의 내가 살기 쉬운 세상이기도 한데.

p. 379
어엿한 사람으로 있으려면 다수파로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어엿한 인간이 아니라며 관찰되고 배제되니까. 어제까지 나와 같았던 누군가에게.
도미노가 쓰러진다.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내가 옳고 정답이라고 믿는 유일한 근거가 '다수파에 속해 있다'라는 사실뿐이라는 모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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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무엇에 집중하는가 - 존 맥스웰의 리더십 특강
존 C. 맥스웰 지음, 이종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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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존 맥스웰《리더는 무엇에 집중하는가》

이 책이 무엇에 관한 책인지는 서문의 제목으로 알 수 있다. "좋은 리더를 키우면 모두가 상생한다"라는.
즉, 리더를 알아보는 방법부터, 어떻게 그 인재들을 모으고, 리더로 키워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방법들이 서술되어 있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만 보면 그러한 위치에 있거나,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만이 이 책을 읽어야 할듯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좀 다르다. 부분선별해 보면, 어떤 항목들은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과도 통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뿐만 아니라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누군가 반에서 매번 1등만 한다면, 그 사람은 잘못된 반에 배정된 것이다"(p.70)라는 글귀는 아이들의 문제집을 선택할 때 아주 중요한 표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문제를 풀었을 때 다맞는 문제집은 잘못 고른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틀리는 문제집이어야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것이다. 그래야 발전도 있다.

"동기가 오래 못 간다고 한다. 몸을 매일 씻으라고 하듯 동기도 매일 부여해야 한다."(p.113) 가령 이런 것은 내게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매번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해 준다는 거 자체가 관심이기도 하겠지만, 꾸준한 잔소리와 더불어 노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건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자질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주어진 문장들에 스스로 끊임없이  피드백이 가능하다. 스스로를 리더로 만드는 방법일지도!!!


p. 91
대다수의 사람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라.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라.
대다수의 사람은 밝은 미랠르 원한다. 그들에게 희망을 줘라.
대다수의 사람은 이해받고 싶어 한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대다수의 사람은 나아갈 방향을 원한다. 그들과 함께 걸어라.
대다수의 사람은 이기적이다. 그들의 욕구를 우선시하라.
대다수의 사람은 낙심한다. 그들을 격려하라.
대다수의 사람은 소속감을 원한다. 그들의 의견을 물어라.
대다수의 사람은 성공하고 싶어 한다. 거들이 승리할 수 있게 도와라.
대다수의 사람은 인정받도 싶어 한다. 그들의 공을 치하하라.


p. 99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번즈는 이렇게 주장한다. "설득력 있게 말하려다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자기 생각과 감정 표현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원한다.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마음도 커진다."


p. 300
가령 두 식물이 나란히 자란다고 치자. 이 식물들은 햇빛과 토양을 더 많이 차지하려 경쟁할 것이다. 한 식물이 조금 더 빨리 자라면 햇빛과 빗방울에 더 많이 노출된다. 이렇게 에너지를 좀 더 많이 얻으면 더 빨리 자라날 것이고 이 패턴이 반복돼 옆의 식물보다 더더욱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런 식으로 우위를 유지하면 옆의 나무보다 더 많은 씨앗을 퍼뜨리고 더 많이 번식하게 된다. 작은 우위라도 유지해 세대를 거듭하면 더 크게 번성해 결국 숲을 장악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누적 효과'라고 부른다. 작은 우위가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돼 더 큰 경쟁 우위로 바뀌는 것이다. 한 식물이 작은 우위를 확보해 경쟁자를 밀어내고 결국 숲을 차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즈니스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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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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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요더 《나이트 비치》
마리엘 헬러 감독, 에이미 아담스 주연으로 올 가을에 개봉 예정인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훌루Hulu 오리지널)
평생 창작을 업으로 삼았던 저자 레이철 요더가 아이를 낳은 후 이삼 년간 전혀 글을 쓰지 못했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집필하기 시작한 이 소설은 수많은 여성 창작자의 공감대를 불어일으키며 화제를 낳은 작품이기도 하다.

페미니즘, 또는 그런 소재를 다룬 작품은 어쩌면 읽기전에 보기전에 이미 편견을 가지고 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을 가지게 된다. 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이 책은, 자신만의 꿈이 있었던, 그러나 결혼과 육아라는 것을 통해서 자신을 잃어버렸던, 또는 잃어버린 "엄마,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일같이 독박육아에 시달리고, 경제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손하나까딱하지 않고, 아이의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엄마에게 있는거 같고, 해야될 일은 너무나 많지만 그건 또 당연하면서도 티하나 나지 않고, 오히려 조금만 소홀해져도 책임은 홀로 다 맡아야 하는, 그런 엄마라는 위치말이다.

그런 속에서의 나름의 분노가 나이트비치라는, 한밤중에 개로 변하는(계속은 아니지만), 황당하지만 이해가 될듯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런 변화와 겸험에 대한 놀라움이 여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러면서 여자의 생각과 행동은 변화를 갖게 되는데......

책을 읽으면서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계속 생각났다.

불륜이라는 오해를 받을지라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여자의 마음도,
오래전 아이에게 분유20ml를 먹이겠다고 한시간마다 깼던 그 시절의 "나"와도 만나던 시간.

왜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지 이해해 줄, 함께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애초부터 그런 공간과 시간은 거론조차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위로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글로나마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던 작가가 부러웠던 시간이었다.

p. 255~256
얼마나 많은 세대의 여자들이 자기네의 위대함을 뒤로한 채 시간을 허비하며 결국 그게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방치한 걸까? 남자들이 자기네 시간을 다룰 줄도 모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시간을 다 소모해 버렸을까? 게다가 그런 행위들을 거룩하거나 이타적이라고 표현하는 건 얼마나 비열한 속임수인가. 모든 꿈을 포기한 여성들을 찬양하는 건 또 얼마나 사악한 짓인가.

p. 206~297
젠, 학교에서 어떤 공부 했어요?

그런 질문 참 오랜만이군요.

엄마라는 잔인한 시간은 재미있고 활력이 넘치고 강한 힘이 있고 뻔뻔함도 있지만, 그 핵심에는 매우 사적이고 슬픈 것이 있다. 엄마가 마음속 어딘가 차갑고 어두운 곳에 깊숙이 집어넣은 꿈들, 그 안으로 들어가 그 꿈들을 확인하고, 불을 켜고, 시트를 확 벗겨내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더는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꿀 일이 없으니까. 입으로 동물을 죽이고 싶어 미친 듯이 배회하는 년이 자기 안에 있으니까.

p.322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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