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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에두아르 르베의 대표작 《자화상》이 10년 만에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얼마나 기다려온 작품인지 모르겠다. 유작 《자살》의 원고를 넘기고 생을 마감한 작가. 나의 10대에 전혜린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는 에두아르 르베가 있다.
에두아르 르베의《자화상》은 끝없는 문장으로 작가 자신에 대해,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자서전이 이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 싶다. 짧은 한문장으로 모든 상태를 설명해서 변명의 여지도 미화도 없다. 적나라한 '자신'이 있을 뿐이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자면 얼마나 많은 '괄호 열고, 괄호 닫고'가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내모습 하나쯤은 적혀 있는 책,
그래서 차마 인덱스를 붙일 수 없는 책, 붙이지 못하는 책이다.
혹여나 전혀 내모습이 없더라도 무엇이 다른지 왜 다른지 생각하다보면 나를 좀 더 잘 알아가게 해주는 책이다.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공감하는 나를 보며, '나 참, 까다로운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미 고칠 수도 없고 고칠 마음도 없기에......
📌 출판사의 책소개 글귀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ㅡ ※ 《자화상》 ‘문장 자판기’
“나의 자화상을 만나면 멈추고 간직하세요.” ㅡ
완전 도장 쾅쾅 찍고 싶은!!! 이미 밑줄 긋고 내것인양 하고 싶다.
너무 많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책속의 문장 몇 개만 나열해본다.
* 경쟁은 내게 아무런 동기가 되지 않는다.
* 나는 뒤척이거나 코를 골거나 무겁게 숨을 쉬거나 담요를 잡아당기는 사람 옆에서는 잠을 잘 수 없다.
* 나는 때로 못된 사람보다 상냥한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 더 불편하다.
* 내 지능은 일정치 않다.
* 고독은 내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나는 내 인생을 좀 더 수월하게 살아가게 해줄, 즐거움을 위한 예술을 공부할 수도 있었을 때 실수로 내게 아무 소용도 없는 어려운 과목들을 공부했다.
* 나는 내가 말한 것보다 사람들이 내게 말한 것을 더 잘 기억한다.
*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 나는 시간이 많을 때보다 별로 없을 때 더 많은 일을 한다.
* 나는 첫인상을 믿는다. 내 무의식은 의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이렇게 얼마 안되는 문장들을 옮기면서도 난 부연설명이 하고 싶어진다. 내가 왜 이 문장을 쓰는지. 남들의 시선따위는 관심도 없는 나인데, 나에게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너무너무 좋은 책이다. 강추강추!!!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