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가와카미 히로미 연작소설《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14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일상생활로 보이는 대화로 시작되지만,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인간의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은 실제로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그들을 이루고 있는 것조차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인간의 줄기세포는 약해서 변이되기 쉽고 아이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전제로, 다양한 동물들로부터 인간을 만들어낸다. 그들의 죽음이후에나 그들의 잔존뼈를 통하여 그들이 어떤 동물로부터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종으로서의 인간을 보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정의가 무엇인지,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소설 전체에 인간을 양육하는 존재로 '어머니'들이 있고, 관찰자의 역할을 하는 '새'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어머니라는 존재가 보호와 돌봄의 아이콘이라면, 보호라는 명목하에 통제와 지배의 역할까지 가능해진다. 또한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라는 존재를 자유의 상징이라고 본다면, 그들을 관찰자, 감시자의 위치에 놓아, 자유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설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변화와 우연성이 없는 삶,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해 관리되는 삶이 진정 인간을 위한 것일까.

일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임에도 남아있는 인간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 인간의 모습만 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면에서는 인간이라 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시선은 인간의 모순을 지적하며 되묻는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들에 오히려 사로잡히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다양한 시선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책의 마무리로 다시 앞의 <유품>을 펼치게 하는 책. 독서모임하기에도 거듭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p. 328
나는 당신들이 좋습니다. 아니, 내가 좋아한다고 말할 때, 거기에는 본심을 숨기거나 비꼬는 뜻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나는 당신들을 좋아합니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써도 괜찮겠지요.
늘 정리되지 않은 혼란을 품고 있는 당신들을,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p. 350
나에게는 당신들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어떻게 해서든 생존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는 생존 지향성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애초에 나는 당신들이 만들었지요. 그래서 내 안에는 당신들에 대한 소속감이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당신들이 사라지면 내가 존재하는 의미도 사라진다.
나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인스타그램 앨리스(@alice_bookworm)님을 통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