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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
정해연 외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7월
평점 :
처음 책을 받고 들었던 생각은 나의 최애가 누구였었나, 추억을 떠올려보는 거였다.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 최애라는 단어도 없던 그때에, 우리에게는 책받침으로 만들어지고, 교과서 표지로 삼아 비닐커버로 감싸졌던 스타들이 있었다.
내게는 왬의 조지마이클, 아하의 모르텐 하르케, 본 조비의 존 본 조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스키드로우의 세바스찬 바하, 블러의 데이먼 알반...뭐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지금의 팬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팬덤이 형성되었지만, 마음만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으로 들어가보면, 일단 책표지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선뜻 손이 안간다고 해야 하나. 만화책을 애정하긴 하지만 또 그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라. 그런데 다른분의 '표지때문에 책을 골랐다'는 멘트를 보고 그냥 취향차이인걸로...
책에는 네 명의 작가, 네 편의 소설이 있다.
정해연 <아이돌 그룹 러비쥬 살인 사건>
김아직 <엔딩 요정의 비밀>
정명섭 <PMC 아이돌>
박지선 <눈물을 마시는 요괴>
정해연 작가님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는 다 낯선 작가님들이다. 그런데 이번 소설을 통해 김아직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긴 했다.
그림자 형사 역할을 하는 아이돌, 외계인에 의해 복제된 아이돌, 퇴마객(퇴마사)인 아이돌. 어느 누구의 인생인들 그렇지 않겠냐만은 카메라 뒤의 아이돌도 그들만의 삶이 있을 것이다. 정해연 작가님의 언급처럼 결국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의 관계에서, 결국 모든 것은 인간과 인간의 문제일 것이다.
📌 김아직 작가님의 작가의 말 중에서 (p.167~168)
인생에서 노력과 결과는 등가교환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기나긴 연습생 생활을 거치고 데뷔를 했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아이돌들이 있고 오랜 불면의 밤을 거쳐 원고를 쓰고 책을 출간해도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있고, 노동과 절약으로 쉼없이 달려오고도 끝내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을 장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최애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듣고 투표를 하고 최애를 향한 악플과 싸운다. 팬덤이란 나의 삶은 르포여도 최애의 삶은 happily ever after 라는 고전동화의 엔딩이길 바라는 이들의 연대다.
p. 33
상처를 째 고름을 째내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렇게 하면 흉터가 남을 수 있다. 흉터가 남은 피부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가끔은 상처를 그냥 덮어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p. 106
때로 투항선언은 승자의 뜻을 되묻는 것으로 대체되기도 하는 법이었다.
p. 108~109
항성과 행성처럼 누군가는 스스로 빛을 내고 누군가는 그 주변에서 항성의 빛을 반사하며 존재감을 증명해야 했다.
그놈의 증명, 증명, 증명!
p. 243~244
실체가 없어. 사람의 마음을 잠식하는 요괴라서 말이야. 그러니까 다른 요괴처럼 파훼법이 없다는 걸 의미해. 해치워도 존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다시 되살아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