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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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340
(쇼타의 아버지가 쇼타에게 쓴 편지중에서)
네가 사고를 내고 나서 나는 내내 도망만 다녔다. 부모의 책임으로부터, 너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일과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왔어. 그런 삶을 계속하는 가운데 아버지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단다. 웃지 못하게 되더구나. 그래, 계속 도망치는 한 사람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 중2 딸아이와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중간에 2~3페이지정도의 19금은 아이에게 패스시키고, 나머지 부분만. 어차피 글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었기에. (그 부분만 없다면 아이들과 토론하기에도 너무 좋은 책이다.)

✏ 가해자인 쇼타에 대해서 --> 어느 누구든 쇼타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고의로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더 침착하게 행동을 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텐데 안타깝다고 접근하는 나와 달리, 아이는 당시에 느꼈을 공포심에 중점을 놓고 봤다. 그 상황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으로 인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게 더 많지 않겠냐며. 실제 그 상황이면 내릴 수 있겠냐고 말이다.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은것을 봐선 난 쇼타와 다르지 않았다.

✏ 가해자가 된다면, 자신이 저지른 죄와 똑바로 마주할 수 있나?라는 저자의 질문에 우리는 죄와 똑바로 마주한다는 게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진실을 누군가에게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것?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혹시 이럴지도 모른다는 변명을 갖다붙이지 않는 것? 그런것이라면, 자기가 저지른 죄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로 인해 생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데? 가해자 스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을 덜어내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피해자의 남편이 쇼타에게만 고백했던 것처럼...

✏ 벌이 속죄가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가야하냐는 쇼타의 물음 --> 주어진 상황에서는 쇼타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미래도 가족도...
일하던 곳에서 알게 된 마에조노는 상해치사로 3년의 실형을 받고 나오지만, 쇼타와는 또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본문에서도 마에조노의 표현대로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을때는 인터넷이 지금과 달라서, 라는 표현이 나온다. 아이와 낙인이론에 대해,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낙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벌받는 것으로 속죄가 안된다면 그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실수했던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여지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손발묶어놓고 다른 인생을 살라고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쇼타의 여자친구 아야카 --> 아이가 제일 흥분(?)했던 대상이었다. 자기가 무엇이길래 남의 인생이 제대로 서길 바라면서 옆에 있겠다고 하냐고 말이다. 자기나 잘 살 것이지. 아이는 왜 낳냐며...내가 제시할 수 있던 부분은 부모의 입장이었다. 아이를 낳은 선택에 대해서는 그사람의 몫이니 어쩔수 없다치더라도, 아이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제대로 살아가는, 적어도 이상하게 무너지는 대상으로는 안보여주고싶은 엄마의 마음 말이다.

아이랑 한참을 주고받았는데, 정리가 잘 안된다. 하지만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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