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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길남, 연결의 탄생 - 한국 인터넷의 개척자 전길남 이야기
구본권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평점 :
80년대 초중반에 도스를 이용해 태극기를 만들면서도, 90년대 초반에 천리안과 하이텔을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우리나라 인터넷의 시작이 어디인지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 시기가 당연한 줄 아는 요즘 세대들은 나보다 더하지 않을까.
<전길남, 연결의 탄생>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의 장을 열어놓은 전길남 박사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혼자만의 삶을 영위했더라도 충분히 명예롭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다른 선택을 했다.
책을 읽다 보니, 존경하는 인물이 버트런드 러셀이었다고 한다.(p. 247) 러셀은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라는 말로 나의 20대를 흔들어놨던 인물이었다. 난 단지 흔들림만 당했다. 왜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지 못했을까. 전길남 박사님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참으로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인전이 따로 있을까. 그의 행적은 뒤로하고라도, 삶의 태도가 너무나 존경스러운 인물이다.
(학교 다닐 때, 조한혜정 교수님의 대중문화이론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의 당당뿜뿜이, 이런 남편으로부터 나온 것도 있지 않을까, 잠시 쓸데없는 부러움도 가져본다.)
우리나라 인터넷의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살 수 있는 인생이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전길남은 제자들을 자주 만나지만 제자들이 집단화하는 걸 꺼렸다. 사적 인연을 기반으로 한 끈끈한 집단에 속하는 것 자체가 그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학연이나 계보가 형성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온 목적이 컴퓨터 네트워크 분야에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리더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한국을 도우려는 것인데, 자신이 특정 집단의 리더로 부각되면 안된다고 여겼다. 자신이 키워낸 인재들이 활약해야지, 자신이 두드러지는 것은 좋은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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