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침묵 - 한 걸음 뒤에서 한 번 더!
백지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기대지 마라. 기대하지 마라. 침묵으로 답하라 / 백지연 지음 / 중앙북스

 

- 오아시스에 도달하기 전에 쓰러지는 것은 더위와 갈증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조바심 때문이다. (6쪽)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바라고,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그렇게 자신을 내세우고, 이해받지 못해서 안달이다. 조금이라도 더 말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 세상에서, 왜 침묵을 말하는 걸까. 그리고 '뜨거운 침묵'은 또 어떤 침묵을 말하는 걸까. 과연 침묵함으로써 뭔가를 얻거나 세상을 더 잘살 수 있게 되는걸까. 이 책을 읽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침묵을 실천하게 될 정도로 설득력이 있을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뉴스 앵커, 토론 사회자, 인터뷰어로서 방송에서 활약해왔고, 커뮤니케이션 교육자와 작가 등 다양한 도전을 하며 그만큼 많은 성공을 일구어온 저자 백지연은 통칭 '커뮤니케이터'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지금도 그녀가 진행중인 TV토론과 인터뷰 프로그램을 볼 때면, 과연 최고의 커뮤니케이터라 할만한 정도로 매끄럽고 재치있는 진행에 감탄하곤 한다. 지금까지 20대와 30대를 지나오며 거쳤던 성공과 시행착오들로부터 '그 때도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미리 그 세대의 후배들에게 전해주고자 쓰여졌다는 이 책, 그 책의 키워드가 '침묵'이다.

 

여기서 말하는 침묵은 그저 아는 것이 없어서, 말할 것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그런 침묵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런 것은 진정한 침묵이라고 할 수 없다. 말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히자만, 내 나름대로의 해법도 제시할 수 있지만, 쏟아지는 오해의 말들과 억지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고 어른스럽게 말해주고 싶지만, 그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진정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준비, 진정한 침묵이란 이런걸 말하는 것이다.

 

그녀가 진행하는 TV토론을 보고 있으면 침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말을 짧게 하거나 침묵을 한다면 상대방의 비판을 인정하는 꼴이 될까봐, 혹여 시청자들이 상대방의 논리에 일방적으로 설득당할까봐 조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발언권을 얻어서 1초라도 더 말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무게감도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우리들이 나누는 대화 대부분도 그렇지 않을까. 할 말이 없을 땐 또 억지로 별 의미없는 말들을 지어내지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이란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저자는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라 답하면서 콘텐츠 지상주의를 주장한다. 콘텐츠가 좋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외모나 목소리, 표현력 등등을 들어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직 하나 콘텐츠만 좋으면 가장 훌륭하게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인격, 그것이 가장 강력한 힘이라 말한다. 그것들이 바로 스피커의 진정성을 만드는 것이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한 가지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진정성이다.

 

침묵해야하는 순간에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 부메랑이 되어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힌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주목해달라는 조급함이 나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간절할수록 천천히 하라고 했나보다. 조금 더 침묵하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바로 진정성을 얻는 과정이며 그것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고, 그것이 훌륭한 스피커로서 뿐만이 아니라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로 향해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깨달은 커뮤니케이터가 말하고 있다.

 

- 우리가 세상에 나가서 할 말은 이런 말이면 좋겠다. 우리 말이 단지 말하기 위한,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듣기에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 보이는, 그래서 그 말에 진정성이 살아 있는, 그런 말이었으면 좋겠다.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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