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열국지 5 - 동호의 매서운 붓,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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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유랑생활 끝에 나이 60이 되어서야 왕위에 오른 진문공은 춘추전국시대 두 번째 패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지만, 그 뒤를 이은 진영공은 주색에만 빠져 나라 일을 소홀히 하다가 신하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와 동시에 두 진나라 간의 사이도 안 좋아져서 진나라의 영광도 슬슬 저물게 되고, 이와 동시에 초나라의 장왕이 중원을 장악하며 세 번째 패자에 오르게 되는 과정의, 기원전 600년 전후의 이야기들이다.

 

조돈은 진나라의 정권을 장악했으나 진영공의 타락을 막지 못 했고, 생명의 위협을 피해 국경 밖으로 달아났지만 진영공의 살해를 방조했다 하여 사관인 동호로부터 '필주'를 받는다. 필주란 붓으로 벌을 내린다는 의미로, 죽음을 무릅쓰고 공정하고 진실하게 역사를 기록하겠다는 사관의 의지와 집념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로부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온갖 혼란 속에서도 중국의 역사를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역사의식을 느낄 수 있다.

 

초장왕은 활솜씨가 뛰어난 투월초의 반란군과 다리가 끊어진 강을 사이에 두고 맞서게 되는데, 초장왕 휘하의 이름 없는 장수 양유기가 활을 잘 쏜다 하여 투월초와 맞서게 되었다. 투월초는 양유기를 얕잡아 본 데다가 양유기의 도발에 넘어가기까지 했다. 양유기가 서로 세 발의 화살을 쏘되 몸을 피하지 말자고 제안을 하자 투월초는 그렇다면 자신이 먼저 세 발을 쏘겠다고 했다. 양유기는 그 조건을 받아들여 선공을 내주었지만, 이미 투월초는 양유기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조급하게 쏜 첫 번째 화살은 양유기가 활로 쳐내었고, 두 번째 화살은 몸을 숙여 피했다. 반칙이다. 하지만 투월초는 세 번째 화살로 반드시 양유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곧 바로 세 번째 화살을 날렸지만 양유기는 입으로 화살촉을 받아냈다. 당황한 투월초는 양유기의 첫 번째 화살에 머리를 맞고 즉사하고 말았다.

 

허무하게 제대로 싸움 한 번 못 해보고 반란군은 궤멸당하게 되었고, 이로써 초장왕의 전성기는 시작된다.  승부에 임해서는 절대로 상대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하며, 조급한 마음으로 서둘러서도 안 되고, 당황해서도 안 된다. 경적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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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진실과 허구 - 삼국 시대 인물들의 진짜 인생 엿보기
구청푸.성쉰창 지음, 하진이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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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어온 소설 '삼국지'는 대부분 명나라 때 나관중이 지은 '삼국연의'를 번역한 것이며, 그 기초가 되는 자료는 진수의 '정사 삼국지'와 그에 대대해 배송지가 주석을 달은 주석본 등이다. 굳이 알려주지 않더라도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었다거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등잔을 밝혀놓고 북두칠성에 기도를 드렸다는 대목들은 누구나 허구라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소설적 허구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진수의 삼국지는 그 분량이 위, 오, 촉나라 순으로 많다. 대부분 촉나라의 인물들을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과는 반대이다. 먼저, 도원결의를 통해 의형제를 맺었던 유비, 관우, 장비는 나이순으로 그 서열을 정한 것일까? 유비가 161년에 태어났다는 기록은 있으나 관우와 장비에 대한 나이가 정확히 기록된 문서는 없다고 한다. 다만 도원결의 자체가 허구이고 관우와 장비가 나이에 관계없이 유비를 귀족의 자손으로 대우했다는 사실만 남아있다. 어쩔 수 없이 '삼국연의'에 의존한다면 관우는 유비보다 한 살 적고, 장비가 관우보다 네 살 적다고 보면 되지만 이것은 확실한 것이 아니다.

 

인물의 생김새를 묘사할 때 우선적으로 나오는 것은 키가 얼마냐 하는 것인데, 삼국연의에서 유비의 키는 7척 5촌, 관우는 9척, 장비는 8척, 조조는 7척으로 나온다. 이런 설명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 당시의 1척은 지금의 23센티미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관우는 무려 207센티미터, 장비는 184센티미터의 거한이고, 유비는 172.5센티미터로 비교적 장신 축에 들어갈 것이고, 조조는 161센티미터의 왜소한 체격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역사적 기록과 비교해 봤을 때 꽤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의 촉서 편에는 '관장마황조전'이 실려있는데, 소위 우리가 '오호장군'이라 알고 있는 관우, 장비, 마초, 황충, 조운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데 그 기록이 황당할 정도로 너무나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한 인물당 겨우 두 장 안팎 뿐이다. 그렇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영웅담들 역시 허구가 많다는 것이다. 조조의 포로로 있다가 유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섯 관문을 통과하고 여섯 장수의 목을 베었다는 '오관육참장'이라거나, 엄안이 황충을 보좌했다는 이야기, '읍참마속'으로 유명한 제갈량이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이야기들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

 

실제와 다르게 묘사되어 억울한 인물들도 많다. '반골'이 있다해서 제갈량으로부터 반역자로 점찍힌 위연은 오호장군에 비해 손색없는 장수였는데, 원래 그는 반역의 의도도 없었고, 등을 발로 차서 제갈량의 수명 연장을 방해했다는 이야기 역시 당연히 허구이다. 진수의 기록에서 보듯이 유비와 막역한 사이였던 관우 장비를 빼면 그 다음 순위가 마초이다. 그만큼 마초의 비중과 능력이 출중했고, 삼국연의에서 아두를 품고 백만대군을 휘젓던 조운은 아쉽게도 다섯 장군 중 맨 끝에 위치해있다. 적벽대전에서 제갈량과 주유의 라이벌 싸움에 끼어 큰 소리를 못 내고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묘사된 오나라 노숙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문관, 책사, 서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수와 배송지의 기록은 노숙에 대해 '지략이 뛰어날 뿐 아니라 호탕하고 강인한 무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고 전한다. 의외로 노숙은 문무를 겸비한 뛰어난 인재였던 것이다.

 

허구로부터 더 큰 재미와 교훈을 얻을 수도 있고, 역사 기록 역시 모두 진실이라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런 기록에라도 의지하는 것이 진실추구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위안이 된다. 혹자가 믿고싶은 것을 믿는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서도 역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 무릇 진정한 삶의 묘미란 평화롭고 안일한 시대에서는 깨달을 수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격동의 시간 속에서야 참된 삶의 진가를 깨달을 수 있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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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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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우리 고유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태권도 인구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퍼져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도올은 '우리나라엔 태권도가 없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반발할 것이 뻔한 데도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국수주의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는 학자적 양심 때문이다.

 

그 계기는 일본 유학 시절 한 카라테 유단자의 시범동작을 보고 나서, 태권도의 형과 카라테의 '카타'가 일거수일동작, 진행 방향, 형태, 형의 이름까지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카라테가 태권도의 원형인 것일까, 아니면 카라테가 태권도를 본뜬 것일까. 도올은 여러 근거와 고찰을 통해 우리가 지금 태권도라 부르는 무술의 조형은 완벽하게 '메이드 인 재팬'아며, 1955년 4월 11일 이전에는 '태권도'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고 밝힌다.

 

누구나 태권도를 '태권도(tae-qwond-do)'라고 발음하지 않고 '태꿘도'라고 발음한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의 전통 무술 태껸으로부터 그 발음이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이지만, 태껸조차도 그 원형에 대한 근거가 확실치 않고, 무술로서의 태껸보다는 놀이로서의 태껸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설명이 있다. 여기서 밝히는 태권도의 발생은 1952년 어느 날, 1군단 참모장이었던 최홍희가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카라테 시범을 보였던 것에서 일어난 것이다. 시범을 본 이승만 대통령은 "태껸이구먼."이란 한 마디를 던졌다 한다. 카라테(공수도, 당수도)란 것이 알고 보니 태껸과 같은 것이었다는 대통령의 이 말은, 당시의 카라테 사범들에게 '태껸'이란 말을 그들의 무술과 연관시켜야 한다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고심하던 최홍희 장군은 태껸의 이두식 표기(한자의 음을 따와서 우리 말을 표기하는 법)인 '태권(跆拳 : 밟을 태, 주먹 권)'이란 말을 창안하였는데, 여기서 쓰인 '태'자는 강강수월래를 하면서 놀 때 땅을 밟는 'step'의 의미이지 무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글자이다. 이것은 오로지 태껸의 '태'라는 발음을 맞추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끼워맞춘 글자인 것이다. 또한 태껸을 비롯한, 널뛰기, 제기, 그네, 씨름 등 우리의 문화 유형은 모두 손보다는 발 중심의 기예였기 때문에 반드시 足(발 족)자가 들어가는 한자를 써야했다.

 

한 마디로 우리가 태권도라고 알고 있는 무술은 카라테로부터 온 것이며, 카라테 역시도 일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카라테를 국제적으로 크게 알린 인물은 바로 최영의(오오야마 마스타쯔)라는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미 우리는 카라테식 태권도가 아닌 '경기 태권'을 발전 시켜 현재 그 어느 무술보다도 국제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품세 보다는 겨루기 위주의, 즉 무술이란 결국 상대를 제압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실전지향적 독자성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도올이 이렇게 언뜻 이해하기 힘든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일까? 왕년의 홈런 타자였던 해태 타이거스의 김봉연 코치가 도올을 찾아 와서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했다. 매일 힘든 훈련과 승부에 모든 것을 거는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술과 여자, 이 두 가지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책을 보라고 해봤자 만화책조차 보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무슨 딴 방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겠느냐는 아주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그에 대한 답에 이르서야 비로소 도올이 이 책을 쓴 이유가 나온다.

 

우리의 현대 교육은 데카르트의 오류에 지배받는 서양식 커리큘럼을 따르고 있는데, 그것은 '공부(工夫)'란 개념적 조작에 의한 인식의 확충이라는 하나의 정신 원리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다. 도올은 개념적 공부가 아닌, 몸의 동작을 반복해서 얻은 달인의 경지 역시 동일한 가치선상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김봉연 코치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들에게 영어단어를 외우게하고 임마누엘 칸트를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야구선수는 야구방망이 하나로 족합니다. 그러나 야구방망이에선 과연 철학이 안나올까요? 야구방망이 그것이 바로 그들을 좋은 사람(Good Man)으로 길러낼 수는 없겠습니까?" (138쪽)

 

- 인간의 냄새가 나는 모든 것이 철학의 대상이다.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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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탄생 - 가장 빨리 돈을 불리는 재테크 비법
박종기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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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부자 통장'에서 공현우 대리는 박원국 소장의 머니 세미나에 참석한 후, 5년 동안 1억원의 종잣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이 책 '부자 탄생'에서는 그 꿈을 이루어 대출을 끼고 집을 사게 되었지만, 대출금 이자와 자녀교육비, 집값 하락 등 전형적인 '하우스푸어'가 되어가고 있다. 견디다 못해 박소장을 다시 찾은 공현우 과장은 해법을 제시받지만 자동차로 소형으로 바꾸고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기까지 하라는 말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 책 '부자 탄생'은 돈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우스푸어를 탈출하는 방법, 자녀교육비 대책, 그리고 노후대책에 대해 해법을 내려주고 있다. 먼저 하우스푸어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대출금부터 갚아야한다. 상환 방법에는 원금균등상환과 원리금균등상환이 있는데, 원금균등상환은 말 그대로 원금만 균등하게 쪼개어 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자부담이 높지만 갈수록 줄어든다. 원리금균등상환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매월 일정한 금액을 상환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원금의 비율이 낮다가 갈수록 상환하는 원금의 금액이 높아진다. 원금균등상환이 전체 이자는 더 적게 나가지만,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금액을 상환하는게 부담스럽다면 원리금균등상환을 택하는 식으로,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당연히 최대한도로 소득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해봐야하고, 맞벌이를 하는 것이 자녀위탁 비용을 감수한다해도 더 유리하다면 그렇게 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몇년 간만 다시 전세로 살 각오를 한다면 대출없이 다음 집을 살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자녀교육비 문제는 유대인의 자녀교육법을 활용해서 두 개의 통장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하나는 용돈 통장이고, 하나는 자립금 통장인데, 자녀가 태어나면 자녀 이름으로 펀드계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명절에 생기는 용돈 등을 모두 자립금 계좌에 넣어두고 자녀가 성인이 되면 말 그대로 자녀를 자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학자금 모으는 데만 올인하다가는, 부모 자신의 노후는 전혀 대비하지 못하게 된다.

 

- "아이들은 대학까지 보내준 부모의 감사함보다는 노후준비 안 된 부모의 무능함을 더 따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194쪽)

 

마지막으로 행복한 노후를 위해 '5층 은퇴빌딩'을 제안한다. 1층은 국민연금으로서, 이것은 그리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 용돈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장점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연금도 올려준다는 것이다. 2층과 3층은 생활비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 또는 개인연금이다. 노후에는 병원비가 대폭 늘어나므로 이에 대한 대비로 4층에는 실손 의료보험, 5층에는 보장성 보험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다만 실손 의료보험은 여러 곳에 가입했다고 해서 중복하여 보험금을 주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금 나의 상황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단정짓지 말고, 최선의 방법을 찾다보면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가장 평균적인 사람이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이 때 중요한 마음가짐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생활비를 줄여서 단 10만원이라도 자녀를 위한 자립금 통장, 노후를 위한 통장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풍요와 행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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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이야기 - 사람을 움직이는 힘, 개정판
리처드 윌리엄스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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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을 받는다'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그것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피드백을 받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의 경우는 피드백이란 매우 혹독하고 냉정한 괴로운 것이란 느낌이 든다. 피드백을 받는 자리란 평소에는 듣지 못 했을 잘못된 점, 개선해야할 점 등에 대해서 쓴소리를 듣는 자리일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교정적 피드백 아니면 학대적 피드백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우리는 피드백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나의 말과 행동에 반응해주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특히 남녀나 친구 사이에서 감정이 상했을 때, 무슨 말을 걸어도 상대가 대꾸를 않거나 건성으로 형식적인 대답만 한다면 그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피드백이란 일반적으로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상대의 반응'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좀더 강력한 피드백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라 했다. 정말로 효과적인 피드백은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매일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하는 행위 역시 피드백인데, 사람들은 그 댓글 하나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영향을 받는지 실제로 알아보면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그런데 그런 피드백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고, 상처를 주기까지 한다. 피드백의 의미와 역할, 방법에 대해 숙지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피드백의 방법은 4가지가 있는데, 그 중 우리가 사용해야할 방법은 지지적 피드백과 교정적 피드백이다. 지지적 피드백은 잘한 행동에 대해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그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피드백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잘 하고 있으니 그냥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종종 낭패를 부른다. 아무 피드백이 없이 그 일을 지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능하다면 지지적 피드백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면 좋겠지만, 잘 하는 일이 없는데 지지적 피드백을 줄 수는 없다. 교정적 피드백의 목적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교정적 피드백은 많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방법이다. 자칫하면 질책이나 지적이 되기 쉽다. 조언이나 충고로 흐르기도 쉬운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것 역시 교정적 피드백이 아니다. '어떤 바보라도 조언할 줄 안다'란 말이 있다. 조언해줄 입장에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관계없이 습관적으로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으며, 그 경우 실제로 상대방에게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단지 심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피해야할 피드백은 학대적 피드백과 무의미한 피드백이다. 무의미한 피드백은 막연하거나 일반적이어서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피드백이다. 피드백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다. '그렇군요.', '좋습니다.'와 같은 말을 적절하지 못하게 사용하면 무의미한 피드백이 될 것이다. 이상 세 가지의 피드백을 제외하면 모두 학대적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에게 모멸감과 상처를 줄뿐, 피드백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경우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적 피드백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의미한 피드백이 되기 쉽고, 교정적 피드백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학대적 피드백인 경우가 많다.


무의미한 피드백이 아닌 지지적 피드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대한 피드백인지,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느낌과 그렇게 느낀 이유를 설명한다. 촛점을 명확히 해주어야 듣는 사람도 수긍하고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 교정적 피드백이 학대적 피드백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령이나 협박, 설득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있다면 일시적인 변화일 것이다. 이 경우에도 먼저 지지적 피드백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도적 질문을 통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적절한 규율을 활용한다. 학대적 피드백이 되지 않으려면 계획을 세워서 해야한다. 즉흥적으로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감정에 의한 것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행동이나 일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어야 하며 인격, 성격, 태도 등의 주관적인 것에 대한 피드백이어서는 안 된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신뢰이며, 신뢰가 생기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이해와 존중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필수이다. 효과적인 피드백이야말로 의사소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목적과 방법을 알고 사용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을 개선시켜줄 것이다.


- 피드백과 외모, 행동은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셀프 이미지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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