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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류필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톨스토이의 작품에는 인간사의 거의 모든 사건들이 몽땅 들어있다. 그는 정말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소설을 풀어나간다. 그는 대조의 마술사다.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선과 악, 도시와 시골, 남자와 여자, 속물과 숭고함에 대한 이원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그는 하나의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다층적이면서도 미묘한 감성을 그리고 있다. 불괘함과 행복감, 슬픔과 안도감, 이런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복잡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오늘날까지도 사회학적인 연구가 될 정도로 심오한 주제를 세상에 제시한 '주제'의 작가라고 한다면, 투르게네프는 (가장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문체주의자 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치게 독단적인 말은 아닐 것이다. 이에 반해 톨스토이는 구성의 마술사라고 부르고 싶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 못지 않게 다양한 인물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키지만 별다른 혼란을 주지 않는다. 하나의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는 점, 그리고 하나의 장면에서 일정수 이상의 인물이나 (관념적으로) 인물을 상징할 수 있는 사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구성은 아주 치밀하다. 게다가 인물과 인물의 만남이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그가 그리는 인물은 도스토예프스키처럼 형이상학적이면서 구도자적인 이상주의자들이 아니라, 욕망에 순응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러면서 톨스토이는 궁극적으로 이상을 그리고 싶어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밑바닥의 민중을 그리고 있는데 반해 톨스토이는 일견 귀족주의자인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의 인물은 보다 현실 속의 인물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보다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의 구성 상의 특징 중 하나는 겹치기 기법이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화자에 의해서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다. 하나의 절 안에서 관점이 여러번 바뀌는 받식 때문에 독자의 환상을 깨뜨리는 면들이 있고, 독단적인 말투가 거슬리게 한다는 점 등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안정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극도의 불안과 혼돈으로 서사의 틀을 형성한다. 반면 톨스토이는 긴장과 이완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서서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두 명의 대가들이 소설의 발단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유심히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두 명의 사람을 등장시키면서 하나의 상념에 대한 의견충돌로 서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것이 소설의 발단이다. 그리고 항상 셋 이상의 등장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상이한 견해 때문에 충돌시킨다.
톨스토이가 만들어 내는 공간은 오늘날 리얼리즘 작가보다 더 상상력을 충만시키는 효과를 제공한다. 러시아의 황량하고 싸늘한 공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