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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를 보낸다 ㅣ 장정일 문학선집 2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의미의 리얼리즘 소설은 아니다. 그렇다고 조셉 헬러 류의 역설을 담고 있는 반리얼리즘 소설과도 구분된다. 작품 속의 인물의 행위들은 개연성은 존재하지만 사실성은 획득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인물의 행위 속에 자의식의 분열이나 편집적인 의식을 그리지 않는 데서 기인하는 것 같다. 작가는 대략 두 가지 이유에서 일부러 의식의 도약을 계획한 듯하다.
그는 성을 서사를 진행시키는 하나의 매개체로 이용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구조적 모순, 그리고 제도에 대한 비판을 하는 도구로도 사용하는 듯하다. 어쨌거나 장정일의 서사전략 중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은 성이다. 반드시 성이 그 역할을 해야 할 필연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 장정일의 내적 분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서술구조는 아주 독특한 형식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사건의 진행은 시간과도 무관하며, 공간의 이동도 자유롭다. 영화처럼 순식간에 장면전환이 되면서 지금 화자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행위 중인지, 현재의 일인지 언급을 회피하면서 서술행위는 계속 지연되기도 하고, 이전 서술을 부정하거나 반박한다. 화자 자신이 스스로의 언급에 대해 신빙성을 스스로 포기해 나간다.
3.그는 어떤 분류의 작가일까?
물론 그는 사실주의 작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를 반-사실주의 작가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반-사실주의를 대표할지는 모르지만 대략 도널드 바셀미, 조셉 헬러, 이 두 명의 작가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반-사실주의자들은 서사의 토대를 어떻게 잡아나가는지 개념파악은 가능할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보편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개념을 계속 전복시켜 나간다. 아이와 어른/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전복되어 있고,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반응 역시 인간의 기본 정서와는 상반된다. 이것이 현실 상황의 과장에서 비롯되는 마술적 리얼리즘/ 환상문학 등과 중요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장정일에게는 이런 위치이동 같은 행위들은 없다. 그는 이따금 사건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을 거부한다. 순식간에 서사는 하나의 세계에서 저만치 이동해 있다. (만약 이런 용어가 있다면) 그는 초월적-사실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