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15cm의 작은 인간들이 500명 정도 있다면?? 정말 귀엽겠다...그들이 어른이건 아이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아마도 그들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거의 이성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을 도와준다는 명분아래 간섭하고 지휘하고 대장 노릇을 하고 싶어 하겠지.. 릴리퍼트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처음 그들을 발견했을 때의 마리아처럼~~ 얼핏 보면 세상사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과도 같은 괴짜교수.. 이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따분하기 그지 없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책과 관련된 이야기 뿐이니까. 그런데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교수의 철학적인 괴변에 끌리게 된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상당히 철학적인 사람이 바로 이 교수의 실제 모습이다. 릴리퍼트인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리아에게 그들이 원하지 않는 도움은 도움이 아니다라고 하며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설명한다. 교사의 훈계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릴리퍼트인들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던 만큼 포기하는 것 또한 힘든 결정이었다. 소유주도 소유물도 아닌 크기만 다른 동등한 인간대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마리아를 괴롭히던 목사와 가정교사는 벌을 받게 되었다. 릴리퍼트인들은 마리아를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산과 손을 잡았다. 작은 몸이 유리할 때는 앞으로 나서고 힘이 필요할 때는 인간산의 도움을 받았다. 서로의 장점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것이 진정한 화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였다면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마리아의 비밀 정원에 건설된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금의 우리 사회와도 비슷하다. 인간산과 릴리퍼트인들을 통해 약자와 지배자와의 관계를 감지할 수 있었고 목사와 가정교사를 통해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악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교수와 요리사와 같은 정의가 있음에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살 만 하다는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