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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 왜 세계는 거꾸로 교실에 주목하는가
정형권 지음 / 더메이커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강단 위의 현인' 대신 '객석의 안내자'가 필요한
시대"
한학기, 4개월 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수학 '하'(상중하 中)반을 맡아 수준별 수업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내 나름대로 아이들이 수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었다. 분명 수업을 통해 수학에 흥미를 붙이게 되고 기말고사를 치른 후 내년부턴 중반에서
공부한다며 뿌듯해하던 학생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은 반마다 2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 중에 2~3명 뿐이었다. 수준을 나누어 수업한다고
하지만 하반 안에서도 수준이 극명하게 갈렸던 것이다. 어느 정도 기초가 있고 수학을 잘하고 싶은 의욕을 가진 아이들은 도움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겐 여전히 어렵기만 한 수업이었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교사가 가르치는 전통적인 방식의 수업으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시간이었다.
이 문제는 교사의 문제도 학생의 문제도 아니다. '가르치는 방식'의 문제이다.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는 '가르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음으로써 죽어 있던 수업 현장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기존의 수업방식은 수업시간 내에는 교사가 기본적인 원리 위주로 가르치고 수업 후엔
아이들에겐 그날 배운 수업을 토대로 해결해야 할 응용과제들이 주어지곤 한다. 수업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난이도 높은 과제는
그저 짐이 될 뿐이다. 그러나 거꾸로 수업은 다르다. 교사가 미리 그날 가르칠 주제에 대해 명확하고 간단하게 강의한 녹화 동영상(10분 내외의
짧은 분량)을 수업에 오기 전 아이들이 보고 오는 것이 과제가 되고, 실제 수업시간에서는 동영상 학습을 기초로 응용과제를 협동하여 풀어가는
방식이다. 학습의 속도가 다소 느린 아이일지라도 반복해서 시청할 수 있는 동영상강의로 충분한 이해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수업시간 내에 교사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이 수업 방식에서는 교사는 아이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돕는 조력자가 된다.
더이상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는 나에게는 후에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교육에 적용가능한 부분이 더 눈에 들어왔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부모는 아이의 학습을 돕고자 집에서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거나 추가로 공부를 가르치곤 한다. 그러나 보통은 이런 방법을 쓰게
되면 아이들의 학습 의욕은 떨어지고 부모와의 사이도 소원해지기 쉽다. 거꾸로 공부법을 적용시켜 이 때도 학습의 주체는 아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아이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부모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아이가 설명을 잘 못하더라도 혼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책을 보고 다시 설명해 주세요. 제가 조금 이해가 안 되네요. 선생님."이라고 말해준다면 아이는 부모님을 잘 가르치기 위해 수업
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교육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소수만 혜택을 누리는 교육이 아니라 대다수가 학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교육이 되기를 바란다. 거꾸로 교실과 맥락을 같이 하는 '칸 아카데미' (양질의 교육을 무상으로,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도
책에서 처음 알게 되어 유익했다. 국어 교과서 대신 문고본 소설 한 권으로 3년간 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슬로 리딩' 수업방식도, 유대인들의 짝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고 대화하는 '하브루타 수업'방식도 대한민국의 교육을 거꾸로 뒤집어 줄 대안으로 보여진다. 교육방식이 달라져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배울 수 있는 학교로 변화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