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어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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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문체는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수없이 문장을 교정하는 글쓰기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문체를 hard boiled하드 보일드 - 즉, 깊이 우려내어서 액기스만을 기록하는 방법- 문체라고 한다. 헤밍웨이의 글을 늘 읽고 싶었다. 헤밍웨이는 실존주의 문학가이다. 1929년에 발표한 <무기여 잘 있거라>는 헤밍웨이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말이 맞다. 배경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 연합군이 이탈리아를 침공한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지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이 전쟁에 대한 역사적, 정치적인 설명은 일체 배제한다. 단지 전쟁이 벌어졌을 뿐이고, 왜 싸우는지 모르지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전쟁을 본인들이 일으키지 않았는데, 그 벌어진 전쟁에서 전우를 읽고 몸에 부상을 당하는 등 불합리하고 부조리함을 경험한다. 헤밍웨이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자연과 계절의 변화에 대한 묘사, 사람들의 일상의 이야기, 사랑이야기 등 <거대 담론>에서 잃어버린 일상생활을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 미국인 장교 헨리는 이탈리아에 건축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유학하다가 전쟁이 일어나서 군인이 되었다. 앰블런스 운전을 한다.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밀란으로 호송되어 병원에서 영국인 간호사 캐서린 버클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전에 헨리는 삶의 무의미를 느끼고 알콜중독과 여성편력에 빠졌던 사람이었으나, 사랑을 하면서 삶의 의미, 책임과 결단, 헌신을 알게 된다. 전쟁중에 병실에서, 또는 집이 아닌 호텔에서 나누는 헨리와 캐서린 간의 사랑의 대화는 참으로 평화롭고 달콤하다. 특히 스위스로 도주하여서 호텔에서 신혼을 보내게 되는데, 그곳에서 나누는 대화는 전쟁의 고통이나 고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어쫒느니라."

 

사랑은 질투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고 확증해주는 그런 대화이다. 버클리는 헨리에게 질문한다. "다른 여자를 사랑한 적 있나요?" "다른 여자와 잠잔 적이 있나요?" "다른 여자에게 사랑한 적이 있나요?"

헨리는  모두 "없다"고 대답한다. "이것이 거짓말지이요?"라는 질문에 "그래요."라고 인정한다. 버클리는 계속 거짓말을 해달라고 캐서린은 요청한다.

"나 말고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나요?" (없어요.) 계속해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헨리) "당신은 사랑스러워" (캐서린) "별로 잖아요."

(헨리) "아니야 사랑스러워." (캐서린) "이제 저는 더 이상 제가 아니예요. 당신이 원하는 게 저도 원하는 거예요.(저를 가지세요.)" 감미로운 대화가 이어진다.

 

헤밍웨이는 전쟁의 무상함에 초점을 두면서도, 사랑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쟁이라는 삶의 현실이 주어진다. 그 속에서 헨리와 캐서린은 사랑을 통하여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나가야만 한다.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현실을 탓하며 보낼 수는 없다. 헨리와 캐서린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탈영한 헨리는 11월의 추운 태풍이 몰아치는 날, 호텔에서 배를 타고 도주하여 스위스로 도주한다. 임신한 캐서린과 단 둘이 밤새 노를 저어 떠나는 위험한 여행이었지만, 둘은 마냥 행복했다. 비를 동반한 태풍이 친다는 것은 하나의 암시였다. 스위스에서 행복한 일상의 나날들을 보내다가 출산할 때가 되어 제왕절개를 하다가 캐서린은 죽음을 맞이한다. '죽을 줄 알았다면, 몇 글자라도 편지를 남겨두었을 걸' 아쉬워하면서 캐서린은 죽는다. 헨리는 그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전쟁도, 죽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소설에서 삶은 무엇인가? 종교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들을 하고 있다. 단순한 내용을 곱씹어 볼수록, 우리의 삶의 실존은 <전쟁>과 같고 <죽음>이 도사리고 있으며, 삶의 부조리앞에서 불가항력적이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랑의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일상의 생활의 즐거움과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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